■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7월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끌려간다
- 목필균, 《7월》, 전문
우리가 하반기라고 부르는 때가 온다.
여름의 맛보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더웠던 6월은 가고, 이제는 본격적인 계절이 스스로 넘치는 땀을 닦으며 달려오고 있다.
저러다가 금방 지칠 텐데, 그걸 보는 나도 머리가 띵하다.
내리쬐는 한낮의 땡볕은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강제로 백일몽에 이르렀다가, 다시 깨어 현실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게 된다.
얼음이 가득 담긴 욕조에 풍덩하고 들어갔다가, 오로지 나 혼자인 바닷가에서 무어라고 울어대는 물새도 바라보았다가, 뭐, 잠깐의 백일몽은 달콤하다.
그렇다고 상상 속의 자연 바람만 쐴 수는 없는 법.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에어컨의 스위치를 결국 누른다.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를 기대하기는 하지만, 한 번 내렸다 하면 무섭게 퍼붓는 비의 위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도 역시, 지나치게 덥거나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물폭탄이 쏟아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여름밤
길었던 햇빛이
발걸음을 돌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한낮은
막을 내렸어
짙푸른 여름밤,
그 곁을 지키는 반딧불이처럼
하나둘 불빛을 밝히는 전등은
흔들흔들 물결같아
왁자한 사람들
그 안의 우리들은 같은 음악을 들어
낮처럼 길던 여름 그 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들
- 신모과, 《여름밤》, 전문
색색의 전등, 번쩍이는 불빛 아래 도시는 오로지 대낮이다. 어둠이 내리지 않는 그곳에는 계절마다, 이런저런 장면들이 떠오르고, 흩어지고, 또 문득 어깨를 타고 흐른다.
돌아보면 그저 멀리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술잔에 넘쳐흐르는 하루의 기억, 그리고 이제는 그것조차 아득해진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다.
뜨겁고 묵직했던 여름날의 한때, 각자가 섬이었던 사람들의 한숨과 성토가 있었고, 우리는 역할에 따라 전경과 배경이 되어 그것을 받아내거나 튕겨내거나, 그랬다.
생맥주의 냉기도, 한껏 달아오른 여름의 열기를 식히지 못한 채 결국, 우리는 벌개진 얼굴로 다시 여름의 한낮을 살아내고 있었다.
다시 길고 짙푸르고, 왁자한 여름이 오고 있다.
7월의 길목에서
햇볕은 열망을 품고
소나기는 물꼬를 튼다
막힌 여울이 무겁고
기울어진 추상이 늘어져도
일그러진 일상을 두드리고
허술한 노정을 다듬어
알찬 열매가 되리니
넘쳐 흐르는 물결이 되리니
- 임영준, 《7월의 길목에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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