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분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오해와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섬
조용하여라,
저 가슴
꽃 그림자 물속에 내렸다
누구도 캐내지 않은 바위처럼
두 손을
한가운데에
모으고
누구든 외로워라,
매양
사랑을 묵상하는
저 섬은
- 문태준, 《섬》,전문
💬 저자 문태준은 199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가 있다.
제17회 동서문학상, 제4회 노작문학상, 제3회 유심작품상, 제5회 미당문학상, 제21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동료 시인과 평론가들에 의해 ‘올해의 가장 좋은 시와 시인’으로 뽑히기도 했으며, 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문태준
개인적으로는 모친의 고향이 섬이라, 의식적이든 아니든 섬에 대한 그리움이 늘 있다.
한 두번 순전히 놀러가 본 그 섬. 처음에는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거기서 나고 자란 사람은 모친이지 내가 아니었으므로.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그 옛날, 꿈으로 가득한 눈빛을 하고 여기저기를 거닐었을, 결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모친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어느새 내 안에서 그 낯선 섬에 대한 의미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한줌의 흙을, 그 언젠가 모친도 저벅저벅 밟으며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불어온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이름모를 꽃 한송이가, 손을 들어 자신을 보라 한다.
멈춰선 나는 멍하니, 꽃을 보며 끝없이 반복되는 시간을 생각하고, 피고 지고, 또 피고 지는 삶의 섭리를 생각했다. 꽃잎이 땅에 떨어지는 것이 일부러 화면을 느리게 재생하는 것처럼 보였다.
모친과 나는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그 섬에 함께 있었다.
섬
나는 가끔
사람들 사이에서
섬이 된다
살면서 가슴 베일 일 잦은 상처 많은 섬
세파에
밀려 떠도는
절해고도絶海孤島
섬이 된다
- 박시교, 《섬》, 전문
많은 문학 작품들 속에서 섬은 그 자체로 한 개인(또는 개인의 마음)을 상징하고, 바다와 파도는 개인들이 헤쳐나가야 할 세파(모질고 거센 세상의 어려움)를 상징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자 관계를 중하게 여기는 존재이기 때문에, 싫든 좋든 늘 세파에 시달리고 떠밀리면서 외로움을 견뎌내고, 또 때로는 상처입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다시 다른 섬으로 헤엄쳐서 가려고 애를 쓴다.
간절히 필요로 하면서도 또 온 힘을 다해서 상대를 밀어내려고, 거기에 그 섬이 있다는 것조차 잊으려고 할 때도 많다.
멀리서 보면 그 바다는 아득하고 아름답고 평화롭기만 하지만, 사실 그곳에는 비도 오고 폭풍도 불며, 크고 작은 파도가 넘실댄다.
온갖 희비극이 얽혀 있는 바다. 그리고 때로는 절해고도로, 때로는 서로 손을 내밀어 따로 또 같이 있고자 하는 우리들.
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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