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였거나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일반인입니다.
음악에 대한 감상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것임을 밝힙니다.
흔히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5월도 벌써 열흘이 지나갔다.
거리 곳곳에는 붉은 장미가 화려하게 피었고, 더웠다가, 비가 내렸다가 변덕스러운 날씨가 번갈아 나타나지만, 그래도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것만큼은 확실하지 않은가.
더 더워지면 한낮에 길을 다니는 것도 힘들어질 터.
오늘은 5월과 관련된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1. 슈만, 아름다운 5월에(시인의 사랑)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은 가장 위대한 낭만주의 음악가, 작곡가로 일컬어진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고 계시겠지만, '슈만' 하면 클라라와의 사랑과 결혼이야기로 너무도 유명하다.
피아니스트 클라라(Clara Josephine Schumann, 1819~1896)는 슈만의 피아노 스승에 해당하는 프리드리히 비크(Johann Gottlob Friedrich Wieck, 1785~1873)의 딸이며, 슈만과는 어릴 적부터 형제처럼 자란 사이였다.
클라라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는 딸이 슈만과 교제하는 것은 물론, 결혼도 반대했지만 결국 클라라는 슈만과 결혼했고 그 후에는 남편과 함께 러시아, 빈 등으로 연주여행을 함께 다녔으며, 슈만이 가곡의 걸작들을 낳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슈만에게는 클라라가 인생의 은인인 셈이다.
클라라 자신도 어려서부터 피아노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는데, 남편의 사후에도 연주여행을 계속하여 '리스트와 비견될 정도의 명연주가'라는 명성도 얻었다.
어쨌든 두 사람이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1840년, 슈만은 유명한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을 작곡한다.
《시인의 사랑》은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의 시에 멜로디를 붙여 총 16곡인데, 이 중 제 1곡, 즉 첫번째 곡이 바로 《아름다운 5월에, Im wunderschoenen Monat Mai》이다.
《아름다운 5월에》는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중, 《서정 삽입곡 Lyrisches Intermezzo》에 곡을 붙인 것이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가 피어날 때
내 마음 속에도 사랑이 피어오르네
경이롭도록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이 노래할 때
난 그녀에게 고백하였네
나의 그리움과 열망을
위의 곡은 20세기 최고의 리릭(리리코) 테너라고 불리는 프리츠 분덜리히(Fritz Wunderlich)가 불렀다.
이토록 열정적이지만 어딘가 비애에 젖어있는 듯한 음색을 듣고 있노라면, 결혼에 골인하지만 그래도 마냥 기쁘지만도 않은, 사랑의 애달픔과 복잡함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슈만과 클라라의 심정도 그랬을 것이다. 사랑에 행복함과 설렘만 있는가. 쓸쓸함, 애달픔, 고통같은 거의 모든 감정들이 다 녹아있지 않은가.
2. 멘델스존, 무언가 中 5월의 산들바람
부유한 은행가였던 아버지 덕분인지, 동시대의 다른 음악과들과는 달리 펠릭스 멘델스존(Felix Bartholdy Mendelssohn, 1809~1847)은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쩌면 그가 작곡한 음악들이 풍부한 서정성과 멜로디, 그리고 우아함을 지녔던 이유도 이러한 그의 배경 덕분일 것이다.
멘델스존은 바흐의 음악에 심취해 있었는데, 당시 거의 잊혀지다시피한 바흐의 음악을 다시 세상으로 끄집어내서 재해석한 공로가 매우 큰 것으로도 유명하다.
즉, 그는 낭만파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이자, 동시에 신고전파의 선구자였던 것이다.
《무언가, Lieder ohne Worte, Songs without words》는 그의 저작 중 평생에 걸쳐서 조금씩 완성해갔던 것으로, 모두 8집, 49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많은 표제가 붙어있으나 대부분은 그의 사후에 붙여진 것으로, 그 자신이 직접 명명한 것은 몇 곡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무언가'의 뜻은 '말이 없는 노래 無言歌', 다시 말해 '가사가 없이 피아노 연주만으로 이루어진 노래'라고 보시면 된다.
위의 곡은 멘델스존의 《무언가》中 G장조, Op. 62, No.1 "May Breeze" 즉, '5월의 바람' 또는 '5월의 산들바람'으로 흔히 불린다.
곡의 분위기는 대체로 소박하고 정말 5월의 훈풍처럼 따뜻하다. 아무런 걱정도 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만히 몸을 맡기는 풍경이 떠오른다.
불안도 없고, 걱정도 없는 상태가 과연 인생에서 몇 번이나 있을까. 이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마음의 상태이고, 어쩌면 이상향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곡에 노래가 있으면 있는대로 좋고, 《무언가》처럼 없으면 또 없는대로 좋다.
가사가 있으면 가사를 깊이 음미하면서 따라 부르면 되고, 노랫말없이 피아노 소리만 있으면 또 나의 상황에 맞춰서 그 소리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은 다 제각각일 것이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순간순간 변화하기 마련이고, 그것은 언제나 현재, 즉 지금-여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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