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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7월의 시, 여름 관련 시 모음③(짧은,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시, 안도현 사랑, 황금찬 7월의 바다, 박우복 파도, 시 감상, 바다 관련 시, 여름의 시)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2.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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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바다


아침 바다엔 
밤새 물새가 그려놓고 간
발자국이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나는 그 발자국 소리를 밟으며
싸늘한 소라껍질을 주워
손바닥 위에 놓아본다.

소라의 천 년
바다의 꿈이
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
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
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
문득 나비가 되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마구 달려
나비를 쫓아간다.
어느새 나는 물새가 되어 있었다.

- 황금찬, 《7월의 바다》, 전문

 

💬 황금찬 시인은 1918년 강원도 속초 출생. 1947년 월간 '새사람'과 1948년 '기독교 가정'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 1953년 '문예'와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현장',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잊지 못하는 것은?', '물새의 꿈과 젊은 잉크로 쓴 편지', '구름은 비에 젖지 않는다', '행복을 파는 가게', '옛날과 물푸레나무', '아름다운 아침의 노래 등 36권이 있다.

산문집으로 '행복과 불행 사이', '너의 장에 불이 꺼지고', '들국화', '모란꽃 한 잎을 너에게', '창가에 꽃잎이 지고', '나의 서투른 인생론', '나는 어느 호수의 어족인가?' 등 24권이 있으며 수상내역으로 월탄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기독교문학상, 서울시문화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화보관훈장, 2007년 펜특별문학상, 2008년 사학특별상 등이 있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황금찬

 

 

바로 이것이 서정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황금찬 시인의 이 시는 그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름 또는 휴가, 그리고 추억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바다고, 바다가 있는 풍경이 아닐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바다가 특히 아름다운 시간 대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밤바다가 좋지만, 이 시처럼 아침 바다(물론 두 시간대 모두 인적이 많지 않으면 더 좋을 것이다)의 풍경도 훌륭하다.

 

밤새 물새가 그려놓고 간/
발자국이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이것은 아침 바닷가를 산책하며 시인이 발견한 흔적이다. 먹이를 구하려고 지상으로 내려와 그곳을 둘러본 물새의 발자국. 바다를 사랑하는 건 인간만이 아니다. 누구에게는 낭만이자 추억, 또한 누구에게는 치열한 생존의 장인 곳이 바로 바다다.

 

'바다 이슬'은 그런 면에서 매우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은 파도가 남기고 간 보석이자 눈물일런지도 모른다. 낮이나 밤이나, 바다는 환하게 빛난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은 바닷가에 누운 소라껍데기를 들어 거기에 귀를 대본 적이 있을 것이다. 쏴아와, 쏴아아, 하고 소라껍데기가 품은 바다의 외침이 들린다. 

 

바닷가에 오면 우리의 오감과 온갖 기억이 예민하게 살아난다. 눈을 들어 수평선을 보니, 어디선가 만선의 꿈을 품은 고기잡이 배가 떠있을 것도 같다.

 

물을 떠난 배는/
문득 나비가 되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멀리 떠있는(혹은 떠있을) 배가 시인의 눈에는 바다 위를 날고 있는 나비처럼 보였나보다. 이내 시인의 마음은 스스로 물새가 되어 '푸른 잔디밭' 같은 바다를 마구 달려(날아) 나비를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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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바다


그리운 사람을 가슴에 안고
밀려드는 파도를 보셨나요

가느다랗게 이어진
인연의 틈을 따라
햇살도 부수고 밀려오는
7월의 파도를

손을 내밀고 할 말도 많지만
기다림이라는 한 마디에
서로의 마음을 맡기고
7월의 바다 앞에 서면
온 몸을 적시며 
부서진 햇살들 모아
아름다운 이야기를 엮고 싶다

- 박우복, 《7월의 바다》,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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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어제도
오늘도
계속
밀려오기만 하였다

어둠이 오고
새벽이 와도
한 번도 
뒷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영원히 사랑할 것처럼.

- 박우복, 《파도》, 전문

 

그렇다. 7월의 바다는 그리운 사람과, 그와 함께 한 시간과 장면들을 굳이 재생해주는 미디어다. 밀려왔다가 도로 가버리는 우리들의 시간은 파도처럼 찰나였으며, 온갖 달콤함과 비릿함, 그리고 짭짤함이 뭉친 총체적 덩어리다.

 

그때는 사랑이 그렇게도 영원할 것 같았는데, 순식간에 도망가는 저 파도처럼 우리들의 시간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그저 바닷가를 거닐며 시린 눈을 껌뻑이는 일밖에는 할 수가 없다. 

 

기다린 것이 아니라 흘려보낸 것이 시간이고 세월이라, 회한과 아쉬움만이 가득 남는다.

 

물새의 울음이 오늘따라 더 처연하게 들린다. 저들의 먹이는 바닷가의 생물, 나의 먹이는 뒷모습도 없이 사라진 사랑의 이야기들.

 

바닷가를 마음으로 걸으며 생각한다. 인연이란 무엇이고 나는 누구이며, 무엇으로 남는가. 파도도 물새도, 저 멀리 떠있는 배들도 도무지 알려주지 않는다.

 

 

2023.06.01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6월의 시 모음(짧은,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시 모음, 감상, 목필균 6월의 달력, 김용택 6월, 이채 6월에 꿈꾸는 사랑, 초여름 시, 6월 관련 시)

 

✔6월의 시 모음(짧은,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시 모음, 감상, 목필균 6월의 달력, 김용택 6월,

■ 시 아래에 적혀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분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일 뿐입니다. 오해나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6월의 달력 한 해 허리가 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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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 안도현, 《사랑》, 전문

 

💬 시인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북항』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연어 이야기』 『관계』, 동시집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냠냠』 『기러기는 차갑다』, 산문집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안도현의 발견』 『잡문』 『그런 일』 『백석 평전』 등을 펴냈다.

석정시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이수문학상, 윤동주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안도현

 

 

그리운 여우 - 교보문고

전통적 서정시에 뿌리를 대고 시대적 문제와 마음의 갈등을 다룬 시집. 시인의 시선이 가닿고 머물면 그것이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것일지라도 활기를 되찾는다. 생활과 밀착된 맑은 시심이

www.kyobobook.co.kr

 

 

잘 아시다시피 매미는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6~12년의 애벌레 시기(더 긴 것도 있다고 한다)를 거쳐서 성충이 되는데, 상대적으로 긴 애벌레 시기와는 대조적으로 성충이 되어서는 한 달 정도밖에 살지 못하므로, 그 짧은 기간동안에 짝짓기를 해야 한다. 

 

우리는 매미의 떼창을 들으며 아아, 여름이구나, 그리고 시끄럽게 들리던 그 소리가 갑자기 뚝 끊기면 어라, 비가 오네 하지만, 알고보면 매미도 사력을 다해 자신의 일생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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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아름다움도 거기에 있다. 지나고 나면 너무도 짧은, 있을 때는 익숙함에 속아 그 소중함을 잊게 되는 '사랑'을 '여름의 한 때'와 여름을 상징하는 곤충인 '매미'에 빗대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긴 시간을 기다려야 나타나지만, 그 긴 시간을 잊게 할 정도로 뜨겁고, 시끄러우며, 달콤하다. 하지만 때에 따라 갑자기 끊어지기도 하고, 온갖 고통에 견디다 못해 그 사랑의 합창을 스스로 그만두기도 한다. 

 

사랑 앞에서는 매미도 울고, 우리도 운다. 

 

 

2023.06.12 - [좋은 글귀, 명언, 힘이 되는 시] - ✔위로가 되는, 힘이 되는, 감동적인 짧은 시 모음(좋은 글귀, 말, 나태주 꽃2, 양광모 눈물 흘려도 돼, 그대가 걷는 길이 꽃길이다, 부디 힘내라고, 여름 시 감상, 위로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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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아래 적혀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오해나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꽃 2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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