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있는 각각의 짧은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분석,
그리고 해설이 아니며,
개인의 소소한 감상일 따름입니다.
오해와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새해 첫 기적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반칠환, 《새해 첫 기적》, 전문
5, 4, 3, 2, 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바로 며칠 전, 모두의 마음속 카운트다운과 함께 2023년 새해가 밝았다.
몇 년 만에 집 밖에서 새해의 첫 태양이 떠오르는 광경을 보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 언제나 그렇듯 새해는 새로운 마음과 다짐이 따라온다.
사실 새해라는 것은 요란스럽게 오지 않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들 각자는 어떤 의미를 고스란히 담아 눈부신 마음이 된다. 이 시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새해의 첫 기적은 다른 것이 아니다.
황새, 말, 거북이, 달팽이, 그 어떤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던지 간에, 그 모습(이것은 어떤 외형적인 묘사가 아닐 것으로 보기 때문에,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본다) 그대로, 어쨌든 새해를 맞이했다.
기적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새로운 마음가짐 속에서 이미 움트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올해는 모두가 아픔 없이 행복하기를, 태양의 기운을 가득 담은, 눈부신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1월에 꿈꾸는 사랑
인연이 만날 땐 꽃으로 피었다가
인연이 헤어질 땐 낙엽으로 저물지요
오는 사람은 석 달 열흘 오더라도
가는 사람은 하루아침에 가더이다
진달래 아득하고 철새도 떠나버린
이 풍진 세상, 앙상한 나뭇가지
새하얀 눈이 내리면
인생 구만리 하늘에서 땅으로
수많은 인연이 머물다간 자리마다
하얗게 피어나는 눈꽃, 눈꽃송이
덮어주는 저 온기는 사랑의 가슴이요
쌓여가는 저 무게는 그리움의 몸짓이라
오 당신과 내가
어느 세월
어느 바람으로, 또 만날지 누가 알리오
만나고 헤어지는
인법의 굴레 속에서도, 부디
당신과 나의 인연의 향기
처음과 끝이 같았으면 좋겠네
그때, 눈꽃송이 뜨락에
고운 발자국 하나씩 남기기로 해요
- 이채, 《1월에 꿈꾸는 사랑》, 전문
인연이라는 것은 참으로 묘하다. 그것은 기쁨과 아픔을 함께 가지고 온다. 시간이 흐르면 아름답지만 퇴색된 장면으로 남아, 때로 나를 울리고 웃긴다.
누구나 처음과 끝이 같으면 더없이 좋을 인연을 꿈꾸며 살아가지만, 그 속에 웃음과 눈물과 한숨과 행복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때로는 아플지라도, 언젠가는 그리움으로 남을 인연으로 만들어가고자 애쓰고, 또 애쓴다.
그런 1월이, 발자국을 남기며 서서히 흘러가고 있다.
1월
새해가 밝았다
1월이 열렸다
아직 창밖에는 겨울인데
가슴에 봄빛이 들어선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연륜이 그어진다는 것이
주름살 늘어간다는 것이
세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
모두 바람이다
그래도 1월은 희망이라는 것
허물 벗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다짐이 살아있는 달
그렇게 살 수 있는 1월은
축복이다
- 목필균, 《1월》 전문
신기하게도 1월이 되면, 봄이 더욱 그리워진다.
아직 겨울산도 거뜬하고, 목덜미를 파고드는 바람도 여전하며, 아직 몇 번인가의 강추위가 코끝에 대롱대롱 맺히는 이슬의 유효기간을 늘릴지, 알 수 없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1월은 억지로라도 새로운 마음을 열어가는 달이기 때문일 것이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찰나였지만, 찰나도 계속되면 켜켜이 쌓이는 먼지처럼 마음에 어떤 진득한 무게를 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는, 1월은 당신에게 품었던, 사랑했던 첫 마음과 같은 것이다. 그러면 내 마음 속의 봄이 절로 찾아오게 될까.
첫 마음
사랑했던 첫 마음 빼앗길까 봐
해가 떠도 눈 한번 뜰 수가 없네
사랑했던 첫 마음 빼앗길까 봐
해가져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네
- 정호승, 《첫 마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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