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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겨울 관련 시 모음①(겨울 짧은,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시 모음, 나태주 첫눈 같은, 황지우 겨울 산,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곽재구 사평역에서, 시 감상, 에세이, 단상)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2.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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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아랫 부분에 쓰여져 있는 글들은

그저 개인의 소소한 감상일 뿐,

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해설, 그리고 분석이 아닙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첫눈 같은


멀리서 머뭇거리만 한다
기다려도 쉽게 오지 않는다
와서는 잠시 있다가 또
훌적 떠난다
가슴에 남는 것은 오로지
서늘한 후회 한 조각!

그래도 나는 네가 좋다.

- 나태주, 《첫눈 같은》, 전문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 나태주 - 교보문고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 “너와 나는 기적의 별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얼마나 사랑스런 별들이겠는가”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은호와 단이가 서로를 향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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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첫눈이 왔다.

 

그렇지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 소복하게 눈이 쌓이는 광경도 못보고, 발자국 하나 없는 골목 어귀를 뽀드득 소리를 내며 괜히 걸어가보지도 못한 채, 진정한 첫눈이다, 하는 사이에 낮기온이 올라가 그나마 쌓였던 눈들이 다 녹아버리고 말았다.

 

눈오는 늦은 밤, 또는 새벽에 깨어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토록 기다렸는데, 섬광처럼 사라져버린 눈.

 

그리고 누구에게나 첫눈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첫눈이 오는 날 더 명확하게 재생되는, 하얗게 빛나는 눈송이 같은 사람. 그래도 이렇게 계절이 다시 돌아오면, 잠깐이지만 다시 돌아온다.

 

그 기억과 장면과, 나와 당신의 이야기 위에 소복하게 눈이 쌓인다. 오늘은 예보상 눈발이 흩날린다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당신과 당신의 기억은 눈발처럼 내 머리칼을 스치고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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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 황지우, 《겨울산》, 전문

 

 

 

2022.11.02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11월의 시 모음(가을, 낙엽, 좋은, 아름다운, 짧은, 감동적인 시, 오보영 11월 비, 이채 11월에 꿈꾸는 사랑, 황지우 11월의 나무, 시 감상)

 

✔11월의 시 모음(가을, 낙엽, 좋은, 아름다운, 짧은, 감동적인 시, 오보영 11월 비, 이채 11월에 꿈

* 시 아래에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해석이나 해설이 아닌, 좋아하는 시에 대한 개인의 소소한 감상일 따름입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11월 비 당신을 위해 내리는 거예요 이미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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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힘내라는 말 보다 견뎌내자, 라는 말이 더 와닿는다.

 

월세처럼 돌아오는 고통 속에 빠져 있을 때, 힘을 내기 싫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언제까지고 고통의 강에 잠겨 있고 싶은 사람은 없고, 그것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이고, 복잡한 것은 복잡한 것이다.

 

그렇게 아파하며, 밑바닥까지 파고 들어가며, 견뎌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견딜 수 있어야, 조금이라도 힘이 생길 수 있기에. 

 

오죽 하면 불교에서 인간 세상을 고해(苦海), 직역하면 고통의 바다라고 했겠는가. 어쩌면 괴로움에는 이처럼 끝이 없으니 차라리 생각을 줄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까.

 

그러나 그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2023.11.17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첫눈 오는 날 시 모음(짧은,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시, 초겨울, 곽재구 첫눈 오는 날, 윤보영 눈내리는 날, 첫눈, 목필균, 시 감상, 에세이, 단상)

 

✔첫눈 오는 날 시 모음(짧은,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시, 초겨울, 곽재구 첫눈 오는 날, 윤보

◆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분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그 감상과 느낌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첫눈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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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눈이 푹푹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전문

 

 

 

백석

해방 이후 「집게네 네 형제」·「석양」·「고향」 등을 저술한 시인. [개설] 본명은 백기행(白夔行), 필명은 백석(白石). [생애 및 활동사항]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생하였다. 1924년 오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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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곽재구, 《사평역에서》, 전문

 

 

💬 작가 곽재구는 여러 시집과 기행 산문집, 동화집 등 다양한 문학분야에서 활동했다.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가 당선된 후, 시집 『사평역에서』 『전장포 아리랑』 『한국의 연인들』 『서울 세노야』 『참 맑은 물살』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와온 바다』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산문집 『곽재구의 포구기행』 『곽재구의 예술기행』 『우리가 사랑한 1초들』 『길귀신의 노래』 『시간의 뺨에 떨어진 눈물: 곽재구의 인도기행』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곽재구의 신 포구기행』, 동화집 『아기 참새 찌꾸』 『낙타풀의 사랑』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동서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 봄부터는 순천대학교의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강의하고 있기도 하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정보, 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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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 곽재구 - 교보문고

사평역에서 | <5월시>의 젊은 동인 곽재구의 처녀시집. 80년대의 가장 첨예하고 진지한 시적 성취로 기록될 「조경님」 「영자」 「대인동」 연작 등 모두 63편을 수록. 그의 시에는 역사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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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엔 언제나 기차역을 가고 싶다. 내리는 눈을 맞으며 달리는 기차와 승객들. 플랫폼에 들어오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 

 

바닥은 미끄럽고, 사람들은 분주히 오간다. 사람들의 입김으로 부옇게 변한 기차 역은 옛날 난로가처럼, 어딘지 모르게 그리운 풍경을 몰고 온다. 

 

이 시에 등장하는 역의 풍경은 물론 오래 전의 그것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몇 개인가의 영화 상영관과 온갖 상점들이 즐비한 멀티플렉스가 되었어도, 여전히 흑백 사진 속의 그 풍경은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송이눈'이라는 아름다운 표현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같은 것이, 우리의 삶에는 여전히 박제되어 있다. 누구나 마음 속에 그립고도 그리운 시골 간이역 같은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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