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해설, 그리고 분석이 아닌
그저 개인의 소소한 감상일 따름입니다.
오해나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겨울 바다에 가는 것은
겨울 바다에 가는 것은
바로 나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고독을 만나러 가는 것이고
자유를 느끼기 위해 가는 것이다
동굴 속에 머물러 지내다가
푸른 하늘을 보러 가는 것이다
겨울 바다에 가는 것은
갈매기 따라 날고 싶기 때문이다
시린 바닷바람 가슴 가득히 마셔
나를 씻어내고 싶어 가는 것이다
- 양병우, 《겨울 바다에 가는 것은》, 전문
아무도 없는 겨울의 밤바다가 그립다.
도무지 잠들지도 않는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과 소음, 끊임없는 속삭임과 외침과 탄식이 있는 그곳에서는, 불안과 불면의 밤이 일상이다.
격렬하게 우는 파도소리, 머리 위에는 물새들의 비명, 겨울의 밤바다도 날카롭고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달빛 하나 없는 그 완벽한 어둠 속을 걸으면 어쩐지 마음이 더 편안해진다.
언젠가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최면처럼 찾았던 겨울 바다.
걷다가 걷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고개를 드니, 오로지 나를 위해 울어주는 것 같은 바다가 너무도 고마웠다.
밀려오는 파도가 내 발목을 적시고 주저앉은 엉덩이도 적셨지만, 울다가 웃음이 절로 나왔다.
바다와 물새와 나,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좋았다.
언제나 귓구멍에 쑤셔 넣고 있었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벗어던지니, 저 멀리 물 위를 걷는 하릴없는 내 마음이 비로소 보였다.
아무도 없는 겨울의 그 밤바다가 그립다.
나는 오늘도 잠들지 못한 채, 그 겨울의 밤바다를 거닐고 있다.
문득
문득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 정호승, 《문득》, 전문
이 시는 정호승 시인의 시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시이기는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짧지만 그 어느 시보다 강렬한 울림을 던져주는 시이다.
구체적인 지명을 떠나, 누구에게나 이처럼 그 사람과 수평선 위를 걸었던 환상적인 기억은 있을 것이다.
성산포든 아니든, 그 어디나 나만의, 우리만의 바다는 좋고 또 좋은 것을.
무심코 열어본 오래된 앨범 속 사진처럼, 거리에 문득 가만히 있기만 해도 찬연히 빛났던, 나의 젊고 젊었던 시절의 음악이 흘러나왔을 때처럼, 그 절정의 시간, 마법처럼 우리들의 시간은 다시 나타난다.
눈물이 흘러 넘쳐 다시 생겨난 그때 그 수평선 위에, 우리들의 시간은 영원히.
겨울 바다 2
물새들이 날개를 접고 엎드려
미친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세월의
우리들의 모습도 그러했을까
- 신경림, 《겨울 바다 2》, 전문
💬 신경림 시인은 193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동국대학교 영문과를 다니던 중 《문학예술》에 시 ‘갈대’, ‘낮달’을 발표했습니다.
시집으로 《농무農舞》, 《새재》, 《가난한 사랑노래》,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낙타》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 2》, 《민요기행》 등이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해 《겨레의 큰사람 김구》,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한국 전래 동요집 1, 2》 등을 썼으며, 시 그림책 《달려라 꼬마》, 《아기 다람쥐의 모험》 등을 펴냈습니다.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호암상(예술부문), 4·19 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민족예술인총연합 의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 출처 : [알라딘], 작가 소개,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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