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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봄 관련 짧은 시③(정호승, 봄길,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이기철, 몇 번째 봄, 이병률 시인, 동백, 내가 사랑하는 사람, 바다는 잘 있습니다, 시 감상, 좋은 글, 별까지는 가야 한다)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2.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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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시간에는 이해인 시인이 쓴 '봄 관련 시' 작품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해인 시인의 봄 관련 시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란다.

 

2022.03.23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봄 관련 짧은 시②(이해인 시인, 3월의 바람 속에, 봄 햇살 속으로, 봄의 연가,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말의 빛, 작은 위로, 시간의 얼굴, 시 감상)

 

✔봄 관련 짧은 시②(이해인 시인, 3월의 바람 속에, 봄 햇살 속으로, 봄의 연가, 우리 서로 사랑

◆ 저번 시간에는 '풀꽃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나태주 시인의 봄 관련 짧은 시 몇 편과 그의 시론들을 소개하였다. 나태주 시인의 시와 시론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

narrare3.tistory.com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 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전문, 
《별까지는 가야 한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2 중에서

 

💬 이기철은 1943년 경남 거창에서 출생하였다. 대학교 2학년 때 전국대학생문예작품 현상 공모(경북대)에 당선한 뒤로 문학에 전념하였고, 1972년 <현대문학>에 <5월에 들른 고향> 외 4편으로 등단하였다. 

대구시인협회장과 한국어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김수영문학상(1993), 후광문학상(1993), 시와시학상(2000), 대구광역시문화상 문학 부문(2002) 등을 수상했다. 1980년부터 영남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8년 정년, 현재 영남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시집에 ≪낱말추적≫, ≪청산행≫, ≪열하를 향하여≫,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유리의 나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가장 따뜻한 책≫, ≪정오의 순례≫,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잎, 잎, 잎≫ 등을 내고 에세이집 ≪손수건에 싼 편지≫, ≪쓸쓸한 곳에는 시인이 있다≫, ≪영국문학의 숲을 거닐다-동서양의 베를 짜다≫을,

비평서로 ≪시를 찾아서≫, ≪인간주의 비평을 위하여≫ 소설집 ≪땅 위의 날들≫ 학술서로 ≪시학≫, ≪분단기 문학사의 시각≫ 등을 냈다. 

* 출처 :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 이기철

 

 

별까지는 가야 한다 - 교보문고

1972년 ≪현대문학≫에 <5월에 들른 고향>으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온 이기철 시인의 육필 시집.표제시 <별까지는 가야 한다>를 비롯한 50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정

www.kyobobook.co.kr

 

 

아직은 벚꽃이 개화할 시기(제주도가 4월 초(4월 3일 경)라고 함)는 아니지만, 벚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시고, '봄의 찬란함'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바람이 불때마다 하늘하늘 흔들리는 분홍의 잎들, 찰나의 봄을 증명이라도 하듯 흩날리며 바닥에 쌓여가는 노래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아아, 벚꽃이 이렇게 흐드러지게 피었네,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두터운 외투와 모노크롬의 계절은 길고도 길었고, 또 추웠다. 벚꽃이 만개하여 여기저기 그 분홍의 바람이 불어야만이, 비로소 우리의 계절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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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만큼 여기와 지금을 잘 드러내는 것도 없을 것이다. 분홍의 그늘 아래, 우리는 떨어진 꽃들을 보며 지나간 날들과 앞으로의 일들을 조용히 가늠해볼 수 있다.

 

이 또한 내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에, 반추도, 결심도, 그리고 여기와 지금을 그냥 즐기는 것 모두가 가능한 것이다. 

 

반드시 벚꽃놀이를 따로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쁘고 바쁜 우리의 일상, 짧으면 어떠랴.

 

길을 걷다 벚꽃나무 그늘을 만나면 잠시 멈춰서서 숨이라도 골라보자. 벚꽃은 우리의 봄을 말없이, 그리고 가만히 안아줄 것이다.

 

 

 

 

 

몇 번째 봄


나무 아래 칼을 묻어서
동백나무는 저리도 불꽃을 동강동강 쳐내는구나

겨울 내내 눈을 삼켜서
벚나무는 저리도 종이눈을 뿌리는구나

봄에는 전기가 흘러서
고개만 들어도 화들화들 정신이 없구나

내 무릎 속에는 의자가 들어 있어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앉지를 않는구나

- 이병률, 《몇 번째 봄》,전문
《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 지성사, 2017 중에서

 

💬 시인 이병률은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좋은 사람들」,「그날엔」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바다는 잘 있습니다』 등과 여행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가 있으며, 제11회 현대시학 작품상, 발견문학상을 수상했다.

* 출처 : [Yes 24], 저자소개, 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 - YES24

숱한 낙담 끝에 오는 다짐들,그럴 수밖에 없는 최종의 마음들설명할 수 없는 생의 절박함과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저린 시편들로 우리 마음의 경계를 흔들어온 이병률 시인이 다섯번

www.yes24.com

 

 

봄이 오는 길목에서, 동백나무는 붉고 붉은 꽃을 피운다.

 

동백꽃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마치 한 잔의 와인을 삼키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와인이든 꽃이든, 사람을 취하게 하는데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다. 

 

나무 아래 칼을 묻어서/동백나무는 저리도 불꽃을 동강동강 쳐내는구나

겨울 내내 눈을 삼켜서/벚나무는 저리도 종이눈을 뿌리는구나

 

개인적으로 나는 시의 이 연들이 절창이라고 생각한다. 동백과 벚꽃, 불꽃과 종이눈, 어렵게 오지만 지나간 계절을 다시 한 번 연상시키는 이 꽃들은 그렇게 우리의 넋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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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 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정호승, 《봄길》, 전문, 
《내가 사랑하는 사람》, 비채, 2021 중에서

 

💬 정호승 시인은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서울의 예수》《별들은 따뜻하다》《새벽편지》《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이 짧은 시간 동안》《포옹》《밥값》《여행》《나는 희망을 거절한다》《당신을 찾아서》와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수선화에게》, 동시집 《참새》를 냈다.

이 시들은 영한시집 《A Letter Not Sent(부치지 않은 편지)》《Though flowers fall I have never forgotten you(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외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조지아어, 몽골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의 시집으로 번역되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연인》 등이 있고,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김우종문학상, 하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출처 :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 저자소개,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 교보문고

정호승 시선집 |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 그 시를 내가 대신해서 쓸 뿐이다.” 별을 바라보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정호승의 시 275편!한 시인의 서정은 어떻게 싹터서 꽃피고 무르익는

www.kyobobook.co.kr

 

 

봄만큼 한없이 걷고 싶어지는 계절도 또 없을 것이다.

 

형형색색의 꽃들, 향기로운 바람, 따뜻한 기운, 활기.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우리들에게 봄은 선물이다. 의미와 분석, (작가의) 창작 의도, 그리고 해석은 시(詩)에 어울리지 않는다. 시는 그저, 봄처럼 즐기면 족한 것. 

 

아래와 같은 정호승 시인의 말이야말로, 시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선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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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쓴 사람의 것이 아니고
읽는 사람의 것이다.
시는 어느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만인을 위한 것이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께서는
‘모든 인간에게서 신을 본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씀에 기대어
모든 인간에게서 시를 본다.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
사람의 가슴속에는
누구나 시가 가득 들어 있다.
그 시를 내가 대신해서 쓸 뿐이다.

- 정호승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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