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으로
시의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강원도의 돌
나는 수석(水石)은 전연 모르지만
참 이쁘더군,
강원도의 돌.
골짜기마다 안개 같은 물 냄새
매일을 그 물소리로 귀를 닦는
강원도의 그 돌들,
참, 이쁘더군.
세상의 멀고 가까움이 무슨 상관이리,
물속에 누워서 한 백 년,
하늘이나 보면서 구름이나 배우고
돌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더군.
참, 이쁘더군,
말끔한 고국(故國)의 고운 이마,
십일월에 떠난 강원도의 돌.
- 마종기, 《강원도의 돌》, 전문
1999년에 발표된 마종기의 이 작품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시인이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하여 경험한 쓴 것으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강원도의 돌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현대문학, 2013. 11.,
고봉준, 정선태, 위키미디어 커먼즈)
작가인 마종기와 작품 해설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추석 연휴 이틀 째. 올해 추석은 상대적으로 빠르기도 하거니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서 맞이하는 명절이다.
고향이 서울 등 수도권인 사람들도 있고, 지방의 소도시인 사람들도 있으며, 흔히 '시골'이라고 불리는 농어촌 또는 산촌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혹은 위의 시처럼 해외로 나가있어 '고국'의 이름으로 기억 속에 자리하는 경우도 있다).
추석 연휴가 짧든 길든 간에, 기쁜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 사람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모와 함께 늙어가는 지방의 고향, 또는 도시이기는 하지만 개발 등으로 인해 많이 변해서 지금은 연고가 없어진 그곳도 때로는 한없는 그리움의 대상이 될 때가 있다.
대체로 고향은 너무도 짧은 시간 동안만 머무는 곳이기에, 쓸쓸한 기억도, 아픈 기억도 많은 그곳은 애잔함으로 남아 마음 한 구석을 뒤흔든다.
'가을 저녁'이라는 추석(秋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 고향은 우두커니 서 있다.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다니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정지용, 《향수, 1927년 3월『조선지광』 65호》, 전문
우리에게 가수 이동원과 테너 박인수의 노래(요즘 말로 크로스오버)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향수」는 일제 강점기 활동했던 시인 정지용(鄭池龍, 1902~?)의 작품이다.
그가 1923년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시절(도시샤 대학교 영문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남긴 시로, 실제 발표는 1927년 3월 『조선지광』 65호를 통해서였다(또한 그의 제 1시집 『정지용시집(鄭芝溶詩集)』(1935)에도 수록되었다).
한국의 대표적 모더니즘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정지용이지만, 초기작들은 대체로 서정적이면서 토속적인 경향의 시를 많이 발표하였다.
아무튼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이 시어는 아마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절창'으로 길이 남을 것이며, 어떠한 이유로 그곳을 떠나왔건 애틋하고 애절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데 더 이상의 시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향은 단순히 나고 자란 곳일뿐만 아니라 내 유년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시간의 그릇이고, 문득 차오르는 생각의 물결이며, 나의 부모와 몇몇 친구들이 아직도 남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날은 덥고, 이렇게 노래로나마 두고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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