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 있는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블로그 주인장
개인의 주관적인 감상이며,
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여름을 보내며
절정은 지나갔다
8월은 이제 만만한 풋내기가 아니다
말복을 향해 불을 뿜던 칸나도
제풀에 지쳐 목이 잠기고
감출 것도 머뭇거릴 것도 없는
그렇다고 으스대지도 않는
이미 판가름이 난 굿판
발표가 났어도 조바심하지 않는다
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 바와 같을 것
두근거림도 가라앉히고
평온하게,
아주 평온하게 익어가는 대낮
햇발은 느긋하게 그림자를 늘인다
그래도 매미는 죽을힘을 다해
최후의 공연을 부르짖는다
- 이향아, 《여름을 보내며》, 전문
매미의 떼창이 어딘가 맥이 빠진 것처럼 느슨하게 들린다. 살금살금, 여름이 뒷걸음질이라도 치는 것일까.
그럴 리가, 비록 절정은 지났을지언정 더위의 마력은 아직도 강렬하게 체력을 갉아먹고 있는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 무시무시한 더위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미 익숙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는 그만, 여름을 보내주고 싶고 또 그럴 때가 되지 않았는가.
지나고 나서 다시 그때를 떠올릴 때, 잠자고 있던 어떤 고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경우도 있고, 고통이 오히려 아련함으로 바뀌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속되는 이 더위가, 순간일지라도 좋았던 일상의 기억들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엇이든지 일단락되지 않으면 몸이든, 마음이든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어떤 시작과 끝은 딱딱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은, 묘한 연결 고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한창일 땐 오히려 사랑을 모른다.
그 사랑이 어떤 형태로든 끝이 나거나 미해결 상태로 남게 되면, 비로소 사랑이라는 것이 결코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는 학습이 가능한 것처럼.
굳이 계절로 비유하자면 가을이 오려면 여름이 끝나야 하고, 그 가을을 만끽하려면 여름의 강렬함 속에 언뜻 들려오는, 풀벌레의 나지막한 울음을 맛보아야 하듯이 말이다.
「Summer's Over」
- song by Rialto(1998)
Kamikaze seagull planes
fighting over chip shop take-away remains
when you're walking on the cliffs,
you can't help thinking of how far down the sea is,
and what if it should give...
I didn't mean to bring you down,
summer's over, seaside town
she says we shouldn't have come so far
this seaside town, summer's over.
Empty pubs echo with sounds
jukebox selections that keep going round and round.
And maybe rain is all we need
to come and wash the summer rubbish off the beach...
oh, let's just go to sleep!
I didn't mean to bring you down,
summer's over, seaside town
she says we shouldn't have come so far
this seaside town
I didn't mean to bring you down,
summer's over, seaside town
she says we shouldn't have come so far
this seaside town, summer's over.
In the back of the arcades,
kids borrow money to play one more final game
while mothers wait in family cars
I wonder why we ever chose to come so far,
but I wish you wouldn't ask...
I didn't mean to bring you down,
summer's over, seaside town
she says we shouldn't have come so far
this seaside town,
I didn't mean to bring you down,
summer's over, seaside town
she says we shouldn't have come so far
this seaside town, summer's over.
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았어.
여름이 끝나버린 바닷가 마을,
그녀는 말했지
"이렇게 멀리 오지는 말았어야 했어."라고
이 바닷가 마을에서,
여름은 끝났어.
우리는 왜 이렇게
멀리 와버리는 것을 택했을까.
우리가 함께 했던 여름은
지나가버렸어.
사랑은 참으로, 거품을 남기고 밀려왔다가 또 가버리는 바닷가의 파도와 닮았다.
온몸을 적시는 것도 모자라 그대로 풍덩 침잠해버리고 싶은, 하지만 씁쓸하고 짭짤한 여운을 강하게 남기는 사랑.
수평선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랑에 지쳤거나 실패한 사람들은 알게 된다.
내 안에서 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그리고 예고도 없이 내 발등을 적시는 파도처럼 다시 밀려오겠지.
그렇지만 두 번 다시 그때와 똑같은 사랑은 오지 않아.
울면서 마주하는 바닷가 너머, 그 아프고 시린 기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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