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때문에라도 이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욱 간절하다.
한 풀 꺾인 바람과 온기가 감도는 공기, 모든 것이 깨어나는 봄의 한가운데를 걷는 꿈을 꾸며, 봄 관련 클래식 몇 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글쓰는 이는 성악을 전공하였거나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 그저 클래식을 좋아하는 한 개인일 뿐이며, 따라서 곡에 대한 소개는 전문적이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1. 슈베르트 봄의 찬가(Frühlingsglaube)
'송어', '아베마리아', '마왕', '겨울 여행' 등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인 프란츠 슈베르트는 짧은 인생 동안 무려 600여편의 가곡을 작곡하여 흔히 '가곡의 왕'이라고도 불린다.
어린 시절 당대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의 지도를 받고 그 재능을 인정받은 바가 있으며, 평생 동안 베토벤을 존경한 것으로도 매우 유명했다.
현재는 독일 낭만주의 가곡의 완성자라고 일컬어지고 있지만, 그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했고 대체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슈베르트 음악의 특징은 화려한 기교나 복잡한 전개보다는 풍부한 서정성과 감성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으로, 특히 그가 작곡한 많은 가곡에서 여실히 드러난다(그래서 그를 '가곡의 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부드러운 바람이 잠을 깨어
밤낮으로 속삭이고 살랑거리면서
온 사방에서 불어 오네
오 신선한 향기, 오 새로운 소리!
이제 가엾은 마음아, 두려워말기를
이제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달라지리라
세상은 나날이 아름다워지니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네
꽃들은 끊임없이 피어나네
저 멀고 깊은 골짜기에 만발하였네
이제 가엾은 마음아, 고통을 잊어라!
이제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달라지리라.
Balmy breezes are awakened;
they stir and whisper day and night,
everywhere creative.
O fresh scents, O new sounds!
Now, poor heart, do not be afraid.
Now all must change.
The world grows fairer each day;
we cannot know what is still to come;
the flowering knows no end.
The deepest, most distant valley is in flower.
Now, poor heart, forget your torment.
Now all must change.
Die linden Lüfte sind erwacht,
Sie säuseln und weben Tag und Nacht,
Sie schaffen an allen Enden.
O frischer Duft, o neuer Klang!
Nun, armes Herze, sei nicht bang!
Nun muss sich Alles, Alles wenden.
Die Welt wird schöner mit jedem Tag,
Man weiss nicht, was noch werden mag,
Das Blühen will nicht enden.
Es blüht das fernste, tiefste Tal:
Nun, armes Herz, vergiss der Qual!
Nun muss sich Alles, Alles wenden.
굳이 가곡이 아니라 한 편의 시로 읽어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그것은 이 노래가 독일의 서정 시인 루트비히 울란트(Johann Ludwig Uhland)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힌 것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봄에는 계절 뿐만 아니라 나의 모든 것들이 좋은 쪽으로, 또한 아름다운 방향으로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2. 멘델스존 봄의 노래(Spring Song)
독일의 초기 낭만파 시대의 작곡가, 연주자, 지휘자인 멘델스존은 바흐를 세상에 소개한 공적이 매우 큰 인물이며, 그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들은 현재 베토벤, 브람스와 함께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유명하다.
앞서 이야기한 슈베르트와는 다르게 그는 생활상의 큰 어려움이 없이 음악적인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그는 비교적 부유한 시민 계급의 가정에서 출생하였다), 낭만파의 선구자로 서양 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들으면 누구나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일만큼 매우 친숙한 곡이다.
통화 연결음, 통화 중 대기음 등으로 현재까지도 쓰이고 있을 정도이니, 만약 멘델스존이 알았다면 놀랐을 수도 있겠다.
봄은 다른 계절과 다르게 어딘지 모르게 통통 튀는 것 같은 리듬을 가지고 온다.
춥고 긴 겨울이 깊은 잠이라면, 봄은 기지개를 켜며 크게 하품을 하게 만드는 생기가 있다.
《봄의 노래》는 멘델스존이 1829년부터 1845년 사이 피아노 독주용으로 작곡한, '무언가(Songs Without Words)', 그러니까 글자 그대로 '가사가 없는 노래' 연작 중 하나(Op. 62 No. 6)이다.
그의 곡들은 처연하거나 어두운 분위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어딘가 걸리는 부분이 없이 편안하다.
따스한 봄기운이 만연한 들판에 앉아, 기복이 없는 날씨를 즐기며 온종일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이 곡은 거기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3. 슈만 봄밤(봄날)
봄은 그 아름다움과 생기로 인해 종종 '사랑의 시작(또는 절정)'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독일의 초기 낭만주의 시대 작곡자이자 음악평론가인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과 그의 아내인 클라라 슈만과의 사랑도 그러했다.
후에 그의 아내가 되는 클라라는 어려서부터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명성을 얻었으며(클라라의 명성은 유럽에 널리 알려질 정도였다고 한다), 부모는 슈만과의 결혼을 극구 반대하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무릅쓰고 슈만과 결혼하였다(슬하에 6명의 자녀를 두었다).
아무튼 클라라와 사랑에 빠진 슈만은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아이헨도르프(Joseph Karl Benedikt Freiherr von Eichendorff, 1788~1857)의 연작시에서 영감을 받아 후에 《리더크라이스 Liederkreis》라는 가곡집을 만든다
(《리더크라이스 Liederkreis》는 2개인데, 하나는 하이네의 시에 의한 작품 24번, 또 하나가 바로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의한 작품 39번이다).
공중 정원 너머로
철새들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요
그것이 뜻하는 건 봄의 향기랍니다
저 아래쪽에선 이미 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나는 기쁘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해요
그런데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요
옛적 경이로움이 달빛과 함께 다시 빛을 발하네요
그리고 달과 별들이 말을 하고,
꿈에서는 숲이 바스락 바스락 속삭이고,
그리고 나이팅게일(새)들은 이렇게 지저귀는 거예요
그녀는 당신의 것이에요, 그녀는 당신의 것이예요, 라고
사랑은 경이롭고,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며, 기쁘기도하고 슬프기도 한 양가감정에 시달리게 만들고, 그 사랑을 쟁취하라는 자연의 속삭임을 동반한다.
그렇게 사랑은 봄처럼, 벅차오르는 감정과 함께 오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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