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도, 거리를 맴도는 공기의 무게 속에도, 땅을 뚫고 올라오는 파릇한 싹에서도, 봄의 기운은 어김없다. 한국에서 봄을 알리는 꽃 하면 매화, 목련 정도이지만 서양에서는 아몬드 꽃이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고 한다.
1.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빌럼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 흔히 우리에게 반 고흐로 알려져 있는 네덜란드의 화가인 이 사람은 현재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며, 또한 유명한 화가 중의 한 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37년이라는 짧은 인생 동안 고흐는 화가로서, 혹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결코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으며, 평생 단 한 점의 작품 만을 판매할 수 있었다.
그의 삶 전반에 관한 것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란다.
2. 동생 테오, 그리고 아몬드 나무
위의 그림은 그의 대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별이 빛나는 밤에, Starry Night, 1889》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대로, 폴 고갱(Paul Gauguin,1848~1903)과의 갈등으로 인해 귀를 자른 이후 생레미에 있는 요양원에 있을 때 그린 것이다.
이 시기는 그의 정신병 발작이 심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발작과 입원이 번갈아가며 일어나던 때였다.
특히 발작이 조금 잦아들면 그는 그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하여 그림에 몰두했는데, 《별이 빛나는 밤에》나 《해바라기》 등의 걸작이 그의 말년, 즉 1880년대 말에 그려졌다.
37년이라는 짧은 인생 동안 고흐가 화가로서 활동하던 시기는 약 10년 정도이다.
한때 성직자를 꿈꾸었고, 한때 미술상으로 일정 수입을 얻었던 바가 있던 그가 전업 화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평생을 그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반자로 함께한 동생 테오(Theo van Gogh) 때문이었다.
고흐의 동생 테오(테오도르)는 꽤 잘나가던 미술상(art dealer, 아트 딜러)이었는데, 형이 전업 화가로서 작품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내준 것은 물론, 형의 작품이 미술계에 알려질 수 있도록 부단하게 노력했다.
(그리고 고흐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한 사람이기도 하다)
형인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는 생전에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총 688통에 이른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테오의 삶을 '고흐 바라기' 또는 '헌신'이라고 요약. 집약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테오는 자신의 아들 이름을 형의 이름인 빈센트라고 짓기까지 하는데(즉 Vincent Willem van Gogh 이므로 삼촌이자 자기 아버지의 형인 반 고흐와 이름이 같다), 바로 그 소식을 들은 형 빈센트가 그려서 선물한 그림이 바로 아래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 Almond Blossom, 1890》이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아기 이름은
형의 이름을 따서 빈센트라고 짓겠어.
이 애가 형처럼 단호하고
용감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기도해.
- 동생 테오가 형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흔히 봄을 일컬어 생명력으로 가득찬 계절이라고 하는데, 고흐는 인생의 마지막 봄에 새로 태어난 조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아몬드 나무를 그렸다.
이 그림은 아시는 바와 같이 고흐가 심취했던 동양화(일본의 우키요에 등)의 느낌도 나고, 그의 그림치고는 매우 밝은 색채를 사용했으며, 무엇보다 봄을 닮은 그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림을 받은 테오도 매우 기뻐하며 태어난 아기의 침대 위에 걸었다고 한다.
삼촌과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그 당사자인 아들이자 조카인 빈센트도 후에 반 고흐 미술관(Van Gogh Museum)을 세워서 삼촌의 작품들을 기증했다.
우리가 매화나 목련 등을 보며 봄이로구나, 하듯이 서양 사람들도 아몬드 나무를 통해서 봄이 왔음을 느낄 것이다.
오래된 노래지만 고흐를 떠올릴 때마다 돈 맥클린(Don Mclean)의 《빈센트, Vincent》를 듣는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 내가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이 나를 이해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2021.08.30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에드바르트 뭉크①(Edvard Munch, 절규, 불안, 실존의 고통, 이승하, 화가 뭉크와 함께, 표현주의 미술)
빈센트(Vincent, 1971)
별이, 별이 빛나는 밤
당신의 팔레트를 파랑과 회색으로 칠해요
한여름날 밖을 내다 봐요
내 영혼의 어둠을 아는 눈으로
언덕 위의 그림자들
나무와 수선화를 스케치해요
산들바람과 겨울의 추위를 표현해봐요
눈처럼 흰 린넨 천 바탕에 칠해보아요
이제야 이해해요 당신이 내게 하려던 말을
당신이 제정신을 지켜내려고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그들을 자유롭게 해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들은 듣지 않았고, 듣는 방법도 몰랐죠
어쩌면 지금은 들을지도 모르죠
별이, 별이 빛나는 밤
밝게 빛나고 있는 타오르는 꽃과
보랏빛 안개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구름들이
빈센트의 연회청색 눈에 비치고 있네요
- 돈 맥클린, 빈센트(Vincent, 197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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