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해설,
그리고 분석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일 뿐입니다.
오해나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3월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 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 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 나태주, 《3월》, 전문
보통 한 해의 시작은 그 해의 1월이라지만, 실제로 몸과 마음이 분주해지는 달은 3월처럼 느껴진다.
일테면 자녀가 있는 가정이면 특히 각급 학교의 새 학기가 시작되므로 3월의 앞 뒤로 이런저런 준비로 정신이 없을 터.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며 비로소 봄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고, 지하철과 버스에 아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을 보며 그래 이제 3월이네, 하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물론 봄이라고 해서 모두가 시작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마무리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마음이 아픈 사람도 있을 것이며,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는 일상을 지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봄은 다양한 모습으로 내 앞을 서성거린다.
나와 당신에게 봄의 따스한 기운과 햇살이 감돌길, 그래서 빙긋 웃음 지을 수 있는 날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3월에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 이해인, 《3월에》, 전문
바쁘게 거리를 걷다가도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온통 모노크롬의 세계였던 땅을 뚫고, 파릇파릇한 새싹 같은 것들이 조금씩 올라온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일단 걸음을 멈추고, 눈의 초점을 맞추고, 제대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도 의연하게 흔들리고 있는 그 모습, 누가 보던 그렇지 않던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자기만의 봄을 표현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갖가지 꽃의 색과 향기로 가득한 들판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봄이다.
다시, 길을 걷는다.
3월에 꿈꾸는 사랑
꿈을 꾸고 그 꿈을 가꾸는 당신은
어린 풀잎의 초록빛 가슴이지요
소망의 꽃씨를 심어 둔 삶의 뜨락에
기도의 숨결로 방긋 웃는 꽃망울
하얀 언덕을 걸어 햇빛촌 마을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참아낸 인내의 눈물을 사랑해요
고운 바람에게 따스한 햇살에게
아늑한 흙에게 감사해요
희망의 길을 걸어가는 당신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은 마음의 한 송이 꽃을 피워내는 일
그 향기로 서로를 보듬고 지켜주는 일
감사하다는 말은 심연의 맑은 물소리
그 고요한 떨림의 고백 같은 것
행복의 뜰이 활짝 핀 봄을 맞이할 때
그때, 당신의 뜰로 놀러갈게요
아지랑이 옷 입고, 나비처럼 날아서...
- 이채, 《3월에 꿈꾸는 사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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