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그 내용과 감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4월
못다 한 말 있어
바람 속에
꽃피고
꽃지거든
다녀간 줄 알아라
- 김주대, 《4월》, 전문
💬 1991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다. 2014년부터 시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언어로 전부를 포획할 수 없는 실재는 가끔 감각적 이미지에 의해 확연해질 때가 있다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문인화를 그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꽃이 져도 오시라』 『도화동 사십 계단』 『그리움의 넓이』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시인의 붓』 등이 있다.
* 출처 : [교보 문고], 작가 소개, 김주대
바깥공기가 이젠 아침저녁으로도 따뜻하다. 아마도 봄볕의 힘이 제법 강해졌나 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살갗이 조금은 따갑게 느껴진다.
걸음을 재촉하거나 평상시보다 조금 더 움직이면 땀이 솟기도 하니, 어쩌다 미풍이라도 불어오면 벌써 시원하다는 생각이 일어난다.
봄은 너무도 짧아서, 인식하는 순간 한창이고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저만치 가버릴 것이다.
몸은 아직 봄의 한가운데에 누워있지만 의식은 벌써 뜨거운 여름에 맞닿아있다.
어느새, 봄이 이곳 저곳을 다녀가고 있다.
4월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뜨면 문득
너는 한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돌아서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 오세영, 《4월》, 전문
백목련
해마다 봄이 오면
참으라고 조금만 더
기다렸다 나오라고
그렇게도 타일렀건만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너무 일찍 나와 촐랑대다가
꽃샘 바람 서리 맞고
시들어버린 저 아이들
얼굴에 새하얀 분칠만 해 댄
저 철부지 아이들!
- 나태주, 《백목련》, 전문
딱 이맘때 핀다고 하는 백목련. 하지만 몇차례 제법 무거운 비가 쏟아지고 나니, 그만 바닥에 떨어져 며칠을 울다가 그대로 말라버렸다.
해마다 더욱 줄어드는 것만 같은 짧디 짧은 봄의 수명을, 바닥에 떨어져 숨을 몰아쉬는 백목련 꽃에서 본다.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고 하는 백목련.
사랑도 일도 모두 쟁취하겠노라고 큰소리를 쳐대던, 조급하고 치기어린 젊은 날을 떠올리게도 하는 백목련.
하지만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나보다 더 원숙하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언제나 마음의 고요함을 찾을 수 있을까.
아래는 봄이 오면 개인적으로 늘 생각나는 포크 넘버이다.
계절의 변화와 세월의 덧없음을 "그녀(She)"에 빗댄, 담백하면서도 읊조리는 듯한 음성이 일품이다(그리고 매우 시적이다).
「April Come She Will, 1966」
- Song by Simon & Garfungkel
April, come she will
When streams are ripe and swelled with rain
May, she will stay
Resting in my arms again
June, she’ll change her tune
In restless walks, she’ll prowl the night
July, she will fly
And give no warning to her flight
August, die she must
The autumn winds blow chilly and cold
September, I’ll remember
A love once new has now grown old
4월이 오면 그녀는 올거예요
비가 내려 시냇물이 넘쳐 흐르면 말이에요
5월이 오면 그녀는 머무를 거예요
내 품에 다시 안겨서 쉴거예요
6월이 오면 그녀는 자신의 태도를 바꿀거예요
안절부절 못하는 걸음으로 밤을 배회할거예요
7월이 오면 그녀는 날아갈 거예요
날아간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8월이 오면 그녀는 죽고 말거예요
가을 바람이 싸늘하고 차갑게 불어올 때
9월이 오면 나는 기억할거예요
한때는 새롭던 사랑이 이제 시들어 가는 것을
봄은 지금도 가고 있다.
이따금 힐끔힐끔 뒤돌아보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