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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있는 풍경

✔[이규보 고양이 시] 득흑묘아, 검은 새끼 고양이를 얻다, 길냥이 냥줍, 책묘, 고양이를 꾸짖다, 고양이 관련 짧은, 좋은 옛날 시, 동국이상국집, 고양이 한시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3.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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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得黑貓兒(득흑묘아)


細細毛淺靑 세세모천청

團團眼深綠 단단안심록

形堪比虎兒 형감비호아  

聲已懾家鹿 성이섭가록

承以紅絲纓 승이홍사영
 
餌之黃雀肉 이지황작육

奮爪初騰蹂 분조초등유
 
搖尾漸馴服 요미점순복

我昔恃家貧 아석시가빈

中年不汝畜 중년불여휵

衆鼠恣橫行 중서자횡행

利吻工穴屋 이문공혈옥

齩齧箱中衣 교설상중의

離離作短幅 이리작단폭

白日鬭几案 백일투궤안

使我硯池覆 사아연지복

我甚疾其狂 아심병기광 

欲具張湯獄 욕구장탕옥

捷走不可捉 첩주불가착

遶壁空追逐 요벽공추축

自汝在吾家 자여재오가

鼠輩已收縮 서배이수축

豈唯垣墉完 기유원용완

亦保升斗蓄 역보승두축

勸爾勿素餐 권이물소찬

努力殲此族 노력섬차족



보송보송한 털은 아주 옅은 청색을 띠고

동글동글한 눈은 짙은 푸른색

모양은 뛰어나 호랑이 새끼와 견줄만하고

그 소리는 집에서 기르는 사슴도 겁낸다네

붉은 실로 목줄을 만들어 주고

참새고기를 먹이로 주며 키웠더니

힘써 할퀴며 시종 빠르게 오르고

꼬리를 흔들며 점차로 길들여졌네

예전에 나는 가난한 집 살림이어서

중년에 이르기까지 너를 양육하지 못했다

쥐의 무리가 제멋대로 설치고 다니더니

날카로운 이빨로 집에 구멍을 뚫었지

상자 속의 옷가지를 씹고 깨물었으며

가르고 떼어놓아 폭을 짧게 만들어 놓았고

대낮에 책상과 안석에서 싸우고

나로 하여금 벼룻물을 엎지르게 만들었지

나는 그 미친 짓이 심히 괴로워

장탕의 옥사를 갖추려고 했었다만

빨리 달아나니 가히 잡지는 못하고

에워싼 벽 공연히 쫓을 뿐이었다네

자연히 네가 내 집에 있고부터는

쥐들의 무리는 이미 움츠러들었네

그 어찌 담장과 벽만 온전할까

또한 한 되와 한 말도 모아서 지킬 수가 있었지

너에게 권하노니 공밥만 먹지 말고

힘껏 노력하여 이 무리를 섬멸하도록 하라.


- 이규보(李奎報), 「得黑貓兒」, 전문

 

 

 

2023.07.04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여름 한시 모음(한국의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초여름 한시, 매월당 김시습, 주경, 이규보, 하일즉사, 허균, 초하성중작, 여름 관련 한시)

 

✔여름 한시 모음(한국의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초여름 한시, 매월당 김시습, 주경, 이규보,

■ 시(한시) 아래에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한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분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일 뿐입니다. 오해나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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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

고려 중기의 대문호. 그의 문학은 자유 분방하며 웅장한 것이 특징이다. 시에 있어서, 그는 이인로 계열의 문사들이 대개 형식미에 치중하고, 기골(氣骨)․의격을 강조하고 있으며 신의와 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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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탕의 옥사 :

장탕(張湯)은 사마천이 쓴 사기열전 권 122 혹리열전(酷吏列傳)에 등장하는 인물로, 지나치게 엄격한 법 집행과 가혹한 형벌로 유명했던 포악한 관리 10명 중 한 명이다.

 

 

 

이 시의 작자인 이규보에 대해서는 위의 글들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이 시의 제목인 《득흑묘아(得黑貓兒)》는 '검은 새끼 고양이를 얻다', 즉 요즘으로 말하면 검은 고양이 새끼를 '냥줍 했다'로 생각하시면 된다.

 

고양이를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과는 달리, 사실 옛날 민가에서 고양이를 기르게 된 계기는 흙벽을 뚫고 들어와 곡식을 훔쳐먹고, 방안에까지 들어와 옷가지를 망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병을 옮기기까지 했던 쥐를 잡으려고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이 시의 작자인 이규보도 마찬가지여서, 새끼 고양이를 데려다(다른 사람이 고양이를 주었다는 말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아마도 길고양이 새끼를 데리고 온 것으로 보인다) 와서 참새고기를 주며 길들였다.

 

제목은 '검은 새끼 고양이'인데 왜 털이 천청, 즉 아주 옅은 청색을 띤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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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것은 녀석의 몸 전체가 완전히 칠흑 같은 검정 털로 뒤덮여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밝은 색도 간간이 섞여있었거나, 밝은 빛 아래에서 본모습(털에 윤기가 도는)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어쨌든 공들여 키운 이 귀여운 새끼 고양이가 어서 자라서 쥐를 사냥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해학적인 문장 속에 잘 녹아있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이처럼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고양이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2022.07.19 - [고양이가 있는 풍경] - ✔고양이 관련 시 모음(여름, 좋은 시 추천, 아름다운 시 감상, 김건영 Take a look, 신미나 묘책, 지현아 넌 어디에 있니, 반려묘, 떼껄룩, 야옹이, 나비야,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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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a look 나 고양이는 집사에게 실망했다 나 고양이는 너보다 어리게 태어나서 영영 너보다 우아하게 영영 늙어갈 것이니 내 눈 속에 달이 차고 기우는데 깜빡이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뒷동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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責猫(책묘) 



盜吾藏肉飽於膓 도오장육포어장

好入人衾自塞聲 호입인금자색성

鼠輩猖狂誰任責 서배창광수임책

勿論晝夜漸公行 물론주야점공행


내가 감춘 육포를 훔쳐 배를 채우더니

이불속에 들어와 잘도 골골송을 불러대는구나

쥐들이 날뛰는 건 누구의 책임이더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버젓이 돌아다니지 않느냐


- 이규보, 《책묘》, 전문

 

 

 

'책묘'란 '고양이를 꾸짖는다' 정도로 해석하시면 된다. 여기에 나오는 고양이가 앞에 나오는 '냥줍한' 검은 새끼 고양이와 같은 녀석인지는 알 수 없다.

 

캣타워도 없고 숨숨집도 없던 그 시절, 고양이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옛그림에서 보이듯 신나게 나무를 타거나, 지붕 위를 맘대로 올라가지 않았을까.

 

고려시대의 고양이 집사 이규보가 키우는 녀석은 아마도 쥐를 잘 잡지는 못했나 보다. 

 

(시골에 사는 동네 고양이나 알까, 요즘의 집고양이들은 쥐를 아예 알지도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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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본분(?)을 잊은 채 숨겨둔 육포나 훔쳐먹고, 제법 배가 부르니 이불속으로 들어와 골골송을 부르는 녀석.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고양이의 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예나 지금이나 고양이 집사들은 제멋대로인 고양이들 때문에 애를 태우고 속상해하면서도, 그 매력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나 또한 그렇다).

 

 

2024.02.10 - [고양이가 있는 풍경] - ✔우리 집 고양이(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반려동물, 길냥이 입양, 고양이 사진, 고양이 관련 시, 황인숙 밤과 고양이, 미셀러니, 단상, 삼색 고양이, 내 안의 어린아이, 내면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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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동네를 돌아다니는 길냥이들만 쫓아다니다가 작년 여름, 고민 끝에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는 코숏 삼색이 암컷 한 마리를 입양했다. 일부러 시간이 날 때마다 간식을 주머니에 넣고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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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전집

≪동국이상국전집≫은 고려 시대의 문신이자 명문장가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가 생전에 저술하고 편집한 내용을 전집과 후집으로 간행한 문집을 <동국이상국집>이라 한다. 이 중 전집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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