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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있는 풍경

✔우리 동네 고양이(고양이 관련 시, 고양이들의 봄날, 고양이 먹이, 길고양이, 황인숙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시 감상, 일상, 고양이 사진, 고양이가 있는 풍경)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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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부슬부슬(지역에 따라 달랐지만) 오기 며칠 전, 3월 마지막 주 어느 날, 벚꽃은 피었다.

 

그때는 이렇게 비바람이 쳐서 꽃잎들이 일순간에 홀랑 떨어질 줄 알지 못했다.

 

사는 것에 치여, 올해도 꽃이 만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블로그 주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저작권이 있습니다.

 

 

 

거의 초여름을 방불케 했던 3월 말의 거리는 그야말로 바싹 말라붙어, 황량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내딛는 걸음마다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녀석들도 분명, 봄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타난 여름을 제대로 맛보고 있겠지.

 

 

 

 

블로그 주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저작권이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들도 최대한 뜨거운 배를 식히느라 그늘에 자리를 잡고 있다.

 

본래 먼저 다가와서 코인사 정도는 해주는 상대적으로 다정한(?) 놈들이지만 살다 보면 예외인 날도 있는 법.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저 털옷에 지퍼라도 달려있다면, 좀 나을 텐데.

 

 

2023.03.16 - [고양이가 있는 풍경] - ✔우리 동네 고양이(고양이 관련 시모음, 이장희 고양이의 꿈, 브라이언 패튼 고양이는 옳다, 비본질적인 것들, 봄날 길냥이, 길고양이, 고양이 동영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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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봄은 온다. 한결 따스해지는 공기, 땅을 뚫고 파릇파릇하게 솟아오르는 싹들, 그리고 봄볕을 쬐며 단꿈을 꾸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봄볕이 평상 위에 드리우는 오후, 어느새 녀석이 내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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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주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저작권이 있습니다.

 

 

얼핏 부끄러움이 많아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녀석. 

 

실은 졸음을 이기지 못해 고개를 까딱거리는 와중에 내가 하필 셔터를 누르는 바람에 각도상(?)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본래 녀석은 누가 자기를 아는 척하면 꼬리를 지팡이처럼 바짝 세우고 가장 먼저 다가오는데, 때 이른 더위와 한낮에 쏟아지는 졸음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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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소나무가 심어진 화단을 차지하고 있는데, 집중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녀석의 살색과 화단의 색이 거의 일치한다.

 

 

 

블로그 주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저작권이 있습니다.

 

 

직장 근처에서 가끔씩 만나는 녀석들. 먹이를 바닥에 던져주고 조금 뒤로 물러나니, 배가 고픈지 경계하면서도 조심조심 먹이를 먹는다.

 

오, 연어 맛이로군. 녀석들이 천천히 먹이를 씹는다.

 

녀석들은 형제로 보이는데, 사진에는 나오지 않지만 형제들은 몇 마리가 더 있다(정확하게 몇 마리인지는 모르고, 돌보는 어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주로 오래된 건물 한편에 옹기종기 모여서 눈치를 보고 있는데, 이렇게 두 녀석만 용기 있게 언제나 앞으로 나온다.

 

 

 

블로그 주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저작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간식을 먹기 전에 이렇게 한 번은 눈치를 봐주어야 한다.

 

그래야 눈치 없는 나 같은 인간이 대충 눈치를 채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날 수 있으니 말이다. 편하게 드시옵소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이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가시덤불 속을 누벼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닥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툭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하나 적시지 않을 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 황인숙,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전문

 

 

💬 시인 황인숙은 1958년 12월 21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가 당선되면서 시단에 데뷔했다.

시집으로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1988), '슬픔이 나를 깨운다'(1990),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1994),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1998), '목소리의 무늬',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나 어렸을 적에', '나는 고독하다', '육체는 슬퍼라', '인숙만필', '일일일락', '이제 다시 그 마음들을' 등이 있다.

1999년에 동서문학상을, 2004년에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제63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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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주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저작권이 있습니다.

 

 

사이좋게 길을 건너는 삼총사. 게다가 카메라를 한 번 쳐다봐 주는 센스까지.

 

길을 건널 때는 좌우를 조심조심, 잘 살펴야 한다,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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