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 하고 조금만 걸어도 호흡이 거칠어지고 온몸의 땀샘이 폭발하는 여름이 왔다.
엊그제 비가 내려서 조금 시원한가 했더니, 그것에 도전이라도 하듯 어마어마한 기세로 땡볕이 작열한다.
얇은 옷만 걸치고 때때로 에어컨 바람을 쐬는 나도 이렇게 더운데, 두꺼운 털옷으로 몸을 감싼 녀석들은 어떨까, 감히 상상조차 가질 않는다.
녀석들도 그늘을 찾아 제각각, 익숙한 공간을 찾아 쉬고 있을 터.
따라서 그런 오후의 거리에는 녀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타이밍(?)만 잘 맞으면 한 두 녀석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되, 길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므로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발판(이라고 해야 하나 매트라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지만)을 스크래쳐 삼아 드러누워 있는 코숏 얼룩이.
누가 쓰던 발판을 녀석을 위해 내준 것인지, 빨아서 말리고 있는 발판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발판의 재질은 고양이들이 가히 사랑할 만할 듯하다.
녀석은 한참 졸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자 눈을 뜨고 머리를 들었는데, 그대로 도망을 칠 것만 같아 나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뒤로 물러나면서 찍은 사진이어서 그런지, 초점이 조금 빗나가고 흔들렸다. 누가 왔나? 하며 몸을 일으키는 녀석. 하마터면 내가 내 발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눈을 뜬 녀석이 앞발로 바닥을 짚고 상반신을 일으켰는데, 그 뒤에도 후닥닥 도망을 가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아마도 어느 정도 사람의 손을 탄 녀석이리라.
사람과 사이에도, 사람과 고양이 사이에도,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적당한 거리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고양이가 다가온다
꼬리를 세우고 조금조금 걸어온다
입이랑 귀랑 조그마한 고양이
앞발이랑 뒷발이랑 다 조그만 고양이
눈곱 낀 아기가 다가온다
모르는 새 두 손이 마중을 한다
고양이가 쪼르르 손에 안긴다
졸음이 오는 듯 옹크리는 아기 고양이
작은 내 손에서
콩콩콩콩 심장이 뛴다
쿵쿵쿵쿵 내 가슴이 뛴다
- 장영복,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전문
💬 아동문학평론 신인상(동시)으로 등단하였으며,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습니다. 《한 판 붙을래?》, 《대장장이를 꿈꾸다》라는 동화책과 그림책《여름휴가》, 생태에세이 《숲을 읽어요》, 《곤충을 읽어요》, 동시집 《울 애기 예쁘지》 등의 책이 나왔습니다.
글쓰기에는 새로운 어려움이 늘 따라다니지만 어린이를 생각하기에 기쁘게 어렵답니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장영복
십 대 시절까지만 해도 고양이의 집사였던 나는, 사랑했던 녀석이 고양이별로 떠나는 것을 두 번 다시 보기가 싫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또한 여러 가지 개인적 사정을 내세워서 중년 아저씨가 된 지금까지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있다.
그런 내게 있어 위의 동시와 같이, 어느 날 아기 고양이가 꼬리를 바짝 세우고 걸어오는 광경은, 거의 꿈과 같은 일이다.
어차피 거슬러 올라가면, 야생의 고양이를 인간이 길들인 것이 아니던가.
길고양이, 우리 동네의 고양이를 사랑하는 일도 내게는 의미있는 일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떤 승용차 밑에 들어가 쉬고 있는 녀석을 만났다. 호기심과 경계가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등어.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도 몸을 일으켜 도망을 칠 태세를 취하지 않길래, 상대적으로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녀석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발바닥 젤리는 왜 내놓고 있는 거야, 만지고 싶잖아. 나도 모르게 손을 뻗고 있는 것을 억지로 눌렀다.
언젠가 내게도, 그런 꿈같은 간택의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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