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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있는 풍경

✔우리 집 고양이와 함께 한 만 일 년, 고양이 관련 시, 이순복 아기 고양이 한 마리, 고양이 키우기,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 집사의 일상, 행복한 집고양이, 반려묘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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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우리 집에 눌러앉은 지 딱 일 년이 되었다.

 

인간의 관점에서 일 년은 마치 고속으로 회전하는 원심분리기처럼 빠르게 지나는 느낌적인 느낌이라, 녀석의 관점에서는 또 어떤지 모르겠다.

 

딱 일 년 전, 녀석은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의 주차장에 느닷없이 나타났다.

 

새끼 두 마리와 형제(?)로 보이는 또 다른 녀석과 같이 4 묘조(?)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길고양이와 확연하게 달랐던 점은 남성인 나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오고, 골골 송도 참 쉽게 불러줬다는 것이다.

 

그동안 길에서 많은 녀석들을 만났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저 먼발치에서 애틋한(?) 눈빛을 발사하는 것으로 끝났었는데, 그에 비하면 녀석의 태도는 거의 '덤비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튜브형 간식을 뜯어 녀석에게 먹인 다음, 녀석이 잘 먹었다는 듯이 길고 늘씬한 수염을 내 손에 비벼댔을 때의 그 감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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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을 만난 첫 날, 튜브형 간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 블로그 주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저작권이 있습니다. 함부로 퍼가지 마세요.

 

 

 

 

우리는 몰랐다. 녀석이 새끼를 낳아 기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임신을 했고, 안전한 출산처를 찾던 과정 중에 우리를 만났다는 것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은 새끼들과 형제를 다른 곳으로 독립시키고, 혼자 돌아다니며 밥을 얻어먹고 다녔고, 나는 내가 흔들어대는 간식 봉지 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나타나는 녀석을 만나는 그 짧은 시간이 너무도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그 해 여름은 정말 힘든 시기였다.

 

코로나로 인해 주수입원이 끊기고, 어찌어찌 이어오던 부수입원조차도 그 해 여름이 오기 직전 거의 날아가버렸다.

 

남들은 재택근무가 풀려서 하나둘 본업으로 돌아가는데, 나만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는 것 같은 생각에 몸도 마음도 무겁던 그때, 나는 점점 녀석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몇 발짝만 나가면 차들이 씽씽 달리는 4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다가 혹시 로드킬을 당하지는 않을까, 굶주린 나머지 쓰레기봉투를 뒤지다가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을까,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잠자리에 누우면 녀석에 대한 생각으로 정신이 더 말똥말똥해지던 작년 8월, 마침내 녀석은 우리 집에 등을 대고 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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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우리 집에 온 첫 날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운 녀석의 모습. 블로그 주인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저작권이 있습니다. 함부로 퍼가지 마세요.

 

 

 

 

2023.09.05 - [고양이가 있는 풍경] - ✔[이규보 고양이 시] 득흑묘아, 검은 새끼 고양이를 얻다, 길냥이 냥줍, 책묘, 고양이를 꾸짖다, 고양이 관련 짧은, 좋은 옛날 시, 동국이상국집, 고양이 한시 감상

 

✔[이규보 고양이 시] 득흑묘아, 검은 새끼 고양이를 얻다, 길냥이 냥줍, 책묘, 고양이를 꾸짖다,

● 得黑貓兒(득흑묘아)細細毛淺靑 세세모천청團團眼深綠 단단안심록形堪比虎兒 형감비호아  聲已懾家鹿 성이섭가록承以紅絲纓 승이홍사영 餌之黃雀肉 이지황작육奮爪初騰蹂 분조초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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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달 뒤, 녀석은 무려 다섯 마리의 새끼를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순산하였고, 네 마리는 각자 입양을 보내서 현재는 녀석과 녀석의 새끼 한 마리, 그리고 털 없는 거대 고양이 둘, 그렇게 네 식구가 한 집에서 지내고 있다.

 

 

 

녀석이 순산한 새끼. 지금은 크고 힘센 고양이(?)가 되었다. 블로그 주인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저작권이 있습니다. 함부로 퍼가지 마세요.

 

 

 

 

 

아기 고양이 한 마리



가을 햇살 내려앉은 잔디 위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낙엽을 따라서 뒹굴고 있다

어디서 왔지?
가을 바람을 타고 왔을까
낙엽을 따라서 왔을까?

금세, 알지 못한 나에게 다가와
야옹
야옹
애정의 몸짓으로 핀하게 지내자 한다

생존의 욕구 본성이라지만
때 묻은 인간인 줄 모르고 다가온
순수로 빚어진 너의 눈빛이 맑기도 하구나!



- 이순복, 《아기 고양이 한마리》, 전문

 

 

 

 

2023.06.16 - [고양이가 있는 풍경] - ✔우리 동네 고양이(고양이 사진, 길고양이, 고양이 관련 시, 장영복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stray cat, 여름날 고양이, 떼껄룩, 고양이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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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에게 밥과 간식을 먹이고, 헤쳐놓은 두부 모래 화장실을 수시로 치우면서, 때때로 녹초가 될 때까지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일이 일상이 된 지금, 문득 녀석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 속에 내가 잠시라도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녀석들은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줬다.

 

한없이 어둡던 마음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던 여러 가지 일들도, 비록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금방 방긋 웃을 수 있었던 건, 너희들이 그 보석 같은 눈으로 나를 지켜봐 주고, 그 보드라운 털로 나를 안아주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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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길을 걷다가 나라는 동굴에 잠시 머무는 아름다운 존재.

 

다시 그 동굴을 나갈 때, 그래서 고양이 별로 돌아갈 때, 모쪼록 이 동굴에서의 삶이 나름 즐거웠노라며, 웃는 얼굴로 기억해주기를.

 

아니, 녀석들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또 어떠랴.

 

내 삶에 깊숙하게 들어와 그 까칠까칠한 혀로 날마다 내 의식을 핥아대는 너희들은 내가 꼭, 기억해 줄게.

 

녀석들을 보며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보는 것보다, 여기와 지금에 집중하는 것을 배운다.

 

생명이라는 것은 그 얼마나 경이로운가.

 

생명이 있는 곳에 내 시선이 머물고, 내 동공이 흔들리며, 내 마음이 뜨겁게 쏟아진다. 

 

나의 아가들아, 고맙고, 또 사랑한다.

 

 

 

 

블로그 주인장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저작권이 있습니다. 함부로 퍼가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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