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적혀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 해석, 또는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이고
느낌입니다.
오해나 착오없으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겨울
팔짱을 끼듯
그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따뜻함을
충전받습니다
가까이 더 가까이
한 주머니 속에 두 손
겨울이라서 더 좋습니다
- 서윤덕, 《우리의 겨울》, 전문
한 겨울 또는 요즘처럼 아침 저녁으로 종종 영하의 기온을 보일 때, 길에서 스쳐가는 두 사람이 연인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한 장면.
어느 한 사람의 주머니 속에 두 사람의 손이 꼬옥 포개져 있는 그 장면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는 것은 푸르른 여름에는 결코 할 수 없는 일.
우리의 마음도 언제나 푸르를 수 만은 없는 법. 물리적인 계절뿐만 아니라, 우리는 종종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마음의 겨울을 경험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깊고 어두운 마음의 나락으로 침잠하여 온몸이 떨릴 때, 예기치 못한 실패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좀처럼 녹지 않는 두꺼운 마음의 겨울은 어지러운 눈보라를 동원하여, 더더욱 우리의 입술을 바짝 마르게 한다.
무조건 '좋게 생각하라' 라던지, '이겨내라' 라는 말들은 참고일 뿐, 해결 그 자체는 될 수가 없다.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데에는 누군가의 온기가, 누군가의 온기를 떠올리는 것이 제일이다.
마음이 먼저 녹아야, 비로소 무거운 몸을 일으킬 수 있다.
주머니 속에서 포개진 연인의 손만큼 따뜻한 것도 없듯이, 그대,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겨울 사랑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 문정희, 《겨울 사랑》, 전문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 사람을 떠올리면, 지금 실제로 눈이 내리지는 않더라도 언제나 눈쌓인 거리를 말없이 걸어볼 수 있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순백의 거리, 거의 무음에 가까운 눈 내리는 풍경, 하염없이 눈은 내리지만 우리들의 온기로 인해 결코 얼어붙지는 않는 마음.
우리가 서로의 생애 속에 그냥 뛰어들어버린 이래, 지금도, 앞으로도 하얀 눈과 하얀 추억들을 쌓고 또 쌓아나갈 것이다.
그때 우리들이 보았던,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눈은 결코 녹지 않는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야말로 우리들의 사랑을 그때 그대로 고이 간직할 수 있게 하는 가장 따뜻한 매개가 아니겠는가.
사랑? 유리병 속에 밀봉해둘까.
나는 쉽게 변하는 사랑이 안타까워
이렇게 표현해본 적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
이 아름다운 가변(可變)의 꽃이
"어느 노련한 교사보다도
더욱더 노련하게
인간을 성숙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사랑에 있어 진정한 비극이란 없다.
사랑이 없는 곳에 비극이 있다."
이런 말에 나는 감동과 함께
전폭적인 동의를 보낸다.
- 문정희 산문,
《사랑? 유리병 속에 밀봉해둘까》
중에서
눈
지난 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 윤동주, 《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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