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감상,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이며,
시의 내용과 상관이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 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 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혼자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 정호승, 《가난한 사람에게》, 전문
성경에 등장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여러 가지 해석이 있겠지만 아마도 단순히 생계가 곤란한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아픔이 없이, 행복한 인생을 바라고 있지만 실상 인생은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 고통의 바다'에 내던져지는 것과 같다는 것, 또는 '불타는 집'과 같다는 것을 우리는 살면서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사랑이 달콤하기만 한가. 기쁨과 고통이 교차하는, 말하자면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것이 사랑의 모습 중 하나인 것을.
사실, 우리는 달콤한 것에 언제까지나 푹 잠겨 있고 싶다.
행복이 끝없이 지속되기를, 적어도 불행은 내 삶의 언저리만 어슬렁거리다가 물러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고 갖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못하는 고통, 그나마 가진 것을 지키고자 부단히 애를 쓰지만 어느 순간 흩어져 버리는 고통 등등,
그렇게 맘대로 피해 갈 수 없는 고통들이 즐비한 것이 세상이 아닐까.
💬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될 때, 삶은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비로소 삶의 문제에 대해 그 해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이 어렵다는 이 분명한 진리를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삶이란 대수롭지 않으며 쉬운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문제와 어려움이 가혹하다며 좌절하고 포기해 버리고 만다.
삶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삶은 견디지 못할 짐이 아니다. 또한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삶이 힘든 것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워서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이 모든 과정 속에 삶의 의미가 있다. 정신적/영적으로 성장하는 길은 오로지 문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문제란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부딪쳐서 해결하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영혼의 성장과 발전에 영원히 장애가 된다.
* 출처 : [위키 백과] 고통(철학), 모건 스콧 펙(Margan Scott Peck),
「아직도 가야 할 길」 중에서
사랑한다는 것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 안도현, 《사랑한다는 것》, 전문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던 두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은 두 세계가 교집합이 되고,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당신, 또는 나의 세계는 어쩌면 냉철함 또는 쿨함으로 점철되어 있었거나, 또 어쩌면 시끌벅적하고 펄펄 끓는 가마솥과 같은 뜨거움으로 무장되어 있었을 수도 있다.
그 두 세계가 이끌리고 하나가 되는 일은 결코 머리나 논리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비록 그것이 뇌수 속에 들어있는 어떤 화학 작용의 하나라고 해도, 우리 두 세계는 비록 작용과 반작용으로 튕겨져 나가는 일을 염려하기는 해도, 결국 그것은 강력한 전류로 시작해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이 될 테니.
기왕에 우리 서로 사랑하려면, 후회 한 점 남기지 않도록 사무치게, 실컷 해 볼 일이다.
하지만 사랑은 뜨겁게 시작하고 진득한 존중으로 이어가는 것.
소유하려고만 들지 말고 서로에게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까.
사랑한다는 것으로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 서정윤, 《사랑한다는 것으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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