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따라서 시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동백꽃
동백꽃은
훗시집간 순아 누님이
매양 보며 울던 꽃.
눈 녹은 양지쪽에 피어
집에 온 누님을 울리던 꽃.
홍치마에 지던
하늘 비친 눈물도
가냘프고 씁쓸하던 누이의 한숨도
오늘토록 나는 몰라.
울어야던 누님도 누님을 울리던 동백꽃도
나는 몰라
오늘토록 나는 몰라.
지금은 하이얀 *촉루가 된
누님이 매양 보며 울던 꽃
빨간 동백꽃.
- 이수복, 《동백꽃》, 전문
💬 이수복 시인은 1924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으며,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54년 「동백꽃」이 서정주에 의해 《문예》에 추천된 이후, 1955년 「실솔」「봄비」가 연달아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등단했다.
1969년 시집 『봄비』를 상재했다. 광주 수피아여학교 등에서 평생 교직에 머물다가 1986년 타계했다. 1957년 〈현대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이수복
동백(冬柏)은 이름 그대로 '겨울에 피는 꽃나무'라는 뜻이다. 대체로 겨울이 한창인 1월부터 봄 4월까지 꽃을 피우는데, 특히 눈을 맞고도 붉은 꽃을 피우는 모습이 아름답다.
'훗시집'이라는 표현은 재취(再娶), 그러니까 아내를 여의었거나 아내와 이혼한 사람이 다시 장가가서 아내를 맞이하는 것을 이르는 말(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로, 시 속에 등장하는 누이는 초혼이지만 그 결혼 상대는 재혼인 것이다.
✅ 촉루(燭淚) :
초가 불에 녹아 흘러내리는 것을 흐르는 눈물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 촉루(髑髏) :
살이 전부 썩은 죽은 사람의 머리뼈.
*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촉루
또한 '촉루'는 따로 한자가 쓰여있지 않아 위의 두 가지 뜻으로 압축해 볼 수 있는데, 시의 내용상 후자가 더 타당하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길을 지나다가 어느 단독 주택의 베란다에 동백 화분이 여러 개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각각의 화분에는 '무슨무슨 동백'이라는 작은 글씨가 쓰인 네임 카드가 붙어 있었다.
아아, 불현듯 찾아온 노안이여. 이제는 꽃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읽어볼 수 없다니.
꽃이나 나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나는 동백의 종류가 이렇게나 다양하구나,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대부분 아직은 꽃봉오리가 벌어지지는 않았으나 키우는 사람의 정성에 감읍해, 어느 순간 그 색색의 향연을 펼칠 것이다.
비유적으로, 겨울은 인생의 어려운 시기로 많이 표현되고 있는데 겨울과 봄에 걸쳐 활짝 꽃을 피우는 동백처럼 나의 마음도 화사하게 피어났으면 좋겠다.
수선화(水仙花)
一點冬心朶朶圓
品於幽澹冷雋邊
梅高猶未離庭砌
靑水眞看解脫仙
일점동심타타원
품어유담냉준변
매고유미리정체
청수진간해탈선
한 점의 겨울이 동글동글한 꽃봉오리로 피어났네
그윽하고 담백한 기품 냉철하고도 빼어나네
매화가 고상하다 하나 뜰 안을 못 벗어나니
맑은 물에서 해탈한 신선을 진정으로 보는구나.
-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수선화 水仙花》, 전문
💬 추사 김정희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서예가, 금석학자, 고증학자, 화가, 실학자이다. 한국 금석학의 개조(開祖)로 여겨지며, 한국과 중국의 옛 비문을 보고 만든 추사체가 있다. 그는 또한 난초를 잘 그렸다.
* 출처 : [위키백과] 김정희
위의 한시는 추사체와 「세한도」등으로 유명한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쓰였으며, 그의 문집인 「완당집」에 실려 있다.
그는 1840년 54세의 나이로 제주도로 귀양을 왔으며, 그것은 8년 동안 이어졌다.
김정희는 평생 수선화를 사랑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20대에 부친을 따라 중국 연경에 갔다가 수선화를 처음 본 후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위의 한시 속에서 수선화를 '맑은 물에서 해탈한 신선'이라며 극찬한다.
수선화의 원산지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지중해 연안이며, 잘 아시다시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소년 나르키소스(나르시소스, Narcissus)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자기 사랑, 자존심, 고결, 신비' 등의 꽃말을 가진 수선화.
지나친 자기애(나르시시즘)에 빠지면 안 되겠지만, 연말을 맞이하여 올해도 내세울만한 무엇을 이루지 못했다며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것보다는, 그래도 이 겨울을 잘 견디어냈고, 내년에는 더 나아질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다.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마트료시카 인형과 같은 내 마음속의 마음을 달래주다가 보면,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꽃들과 함께, 마음의 봄이여 어서 오라.
한 송이 동백꽃 되어
동백꽃이 많이 피는
남쪽에 살다 보니
동백꽃이 좋아졌다.
바람 부는 겨울에도
따뜻하게 웃어주고
내 마음 쓸쓸한 날은
어느새 곁에 와서
기쁨의 불을 켜주는 꽃
반세기를 동고동락한
동백꽃을 바라보며
나도 이젠
한 송이 동백꽃이 되어
행복하다.
- 이해인, 《한 송이 동백꽃 되어》, 전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