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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짧은 시 모음, 꽃(좋은 시, 좋은 글, 좋은 한시, 이규보,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절화행, 최영미, 선운사에서, 나태주, 해거름 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시 감상)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2.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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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새색시 꺾어들고 창가를 지나네
빙긋이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짖궂은 신랑 장난치기를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꽃이 더 예쁘단 말에 토라진 새색시
꽃가지를 밟아 뭉개고는
꽃이 저보다 예쁘거든
오늘 밤은 꽃과 함께 주무세요

- 이규보,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전문

牡丹含露眞珠顆
모란함로 진주과

美人折得窓前過
미인절득창전과

含笑問檀郞
함소문단랑

花强妾貌强
화강첩모강

檀郞故相戱
단랑고상희

强道花枝好
강도화지호

美人妬花勝
미인투화승

踏破花枝道
답파화지도

花若勝於妾
화약승어첩

今宵花同宿
금소화동숙

李奎報, 《折花行》

 

 

 

 

이규보

고려때의 재상 · 문신. 본관은 황려(黃驪; 驪州). 초명은 인저,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만년에는 시 · 거문고 · 술을 좋아하여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고 불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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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때의 재상이자 문신으로, 그리고 《동국이상국집》, 《동명왕편》으로 유명한 이규보에 대해서는 위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아무튼 그는 당대에 즉흥시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었고, 위의 한시말고도 재기 넘치는 시들을 많이 발표하였다. 후에 기회가 있으면 그의 다른 한시들도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이 한시의 원제목인 '절화행(折花行)'에서 '절화'는 말 그대로 '꽃을 꺾다'라는 뜻이고, '행'은 단순한 행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말하는 것이다. 즉, '꽃을 꺾는 노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이에는 늘 꽃이 함께 한다.

 

꽃을 보며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개인적으로 꽃은 사람의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이 시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절정의 때, 즉 무엇을 이루어 최고로 기쁠 때, 또는 사랑하는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서로를 꽃으로 여기고 꽃을 주고 받으며 마음을 나눈다(또는 애도의 뜻으로 꽃을 바치기도 한다). 꽃은 종종 사람의 마음을 대신한다. 

 

위의 한시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折花行 ; 절화행》 속에서 '꽃이 예뻐요, 내가 예뻐요?' 라고 묻는 새색시의 모습을 보며 신랑은 짐짓 장난을 친다.

 

토라진 새색시는 꽃을 밟아 버리고, '그렇게 꽃이 예쁘거들랑 오늘은 꽃하고 주무시구려'하고 툴툴거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꽃처럼 아름다운 두 사람의 그 순간이다.

 

봄과 꽃을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라. 또한 어떤 사람을 한없이 사랑했던 나의 어떤 순간을 떠올려보라. 눈물은 날지 몰라도, 그 자체로 아름답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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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4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여름 한시 모음(한국의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초여름 한시, 매월당 김시습, 주경, 이규보, 하일즉사, 허균, 초하성중작, 여름 관련 한시)

 

✔여름 한시 모음(한국의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초여름 한시, 매월당 김시습, 주경, 이규보,

■ 시(한시) 아래에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한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분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일 뿐입니다. 오해나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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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것은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 《선운사에서》, 전문

 

 

 

서른, 잔치는 끝났다 - 교보문고

최영미 시집 | 지난 25년간 청춘을 위로해온 ‘서른살의 필독서’시대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는 사랑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www.kyobobook.co.kr

 

 

💬 최영미(1961년~ )는 대한민국의 시인이며 소설가이다.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섬세하면서 대담한 언어, 지금 이곳에서의 삶을 직시하는 신선한 리얼리즘으로 한국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문학평론가 최원식에 따르면 "최영미는 첫 시집이 너무 성공한 탓에 문학 외적인 풍문에 휩싸여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불행한 시인이다”. 1992년 등단 이후 시와 소설, 에세이를 넘나들며 6권의 시집을 펴내고,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을 출간하고 미술과 축구에 대한 산문을 많이 썼지만, 한국에서 그녀는 여전히 시인으로 더 알려져 있다.

* 출처 : [위키백과], 최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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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피고 지는 그 모습을 통해 종종 우리들 삶의 단편을 불현듯 떠올리게도 한다.

 

어느 날 앨범을 뒤적이다 시선이 머문 한 장의 사진처럼, 꽃도 그런 속성을 지니고 있다.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라는 시 속에서도, 꽃을 보며 문득 떠올리는, '피고 지는' 우리들의 사랑, 지나고 나면 정말 잠깐이었던 열렬한 한 때, 쓸쓸한 열병이었던 우리들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사랑은 비록 짧을지라도 그 여운은 오래오래 남는다. 설령, 나는 잊었다고 강변할지라도 언제 어느 곳에서(특히 꽃을 보며) 그 기억들은 터져나올지 모른다.

 

몸은 그때를 벗어났어도, 감정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어떤 미해결 감정으로 내 안에 남아, 꽃속으로 숨었다.

 

꽃이/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

 

고창에 소재한 선운사는 동백으로 매우 유명하다. 나는 선운사에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많은 시인들이 선운사 동백을 노래하고 있으니, 언제 한 번 가보아야겠다. 

 

 

2024.01.12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겨울 한시 모음(한국의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겨울 한시, 이규보 설중방우인불우, 이제현 산중설야, 황진이 야지반, 동짓달 기나긴 밤에, 한시 감상)

 

✔겨울 한시 모음(한국의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겨울 한시, 이규보 설중방우인불우, 이제현

■ 시(한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한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그 내용 및 감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雪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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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름 녘


뜰에 피어난 곷
너무 예뻐서
예쁘다 예쁘다
혼자 중얼거리다가

네 생각 새롭게 나서
어떻게 지내는지
전화 걸어 묻고 싶었는데
끝내 받지를 않네

다시금 뜰에 나가
꽃을 보며 니들이
예쁘다 예쁘다
중얼거리는 해거름 녘

4월 하고도 오늘은
며칠이라냐?
날마다 우리의 날들은
짧아지는데

너와 나는 너무 오래
만나지 못했다
너무 멀리
헤어져 있다.

- 나태주, 《해거름 녘》, 전문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 교보문고

‘너는 그 어떤 세상의 꽃보다도 예쁜 꽃이다’ 풀꽃 시인 나태주가 당신에게 전하는 따뜻한 연서‘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시 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

www.kyobobook.co.kr

 

 

💬 나태주 시인 :

풀꽃 시인.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고, 마음을 울리는 글판으로 선정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는 <풀꽃> 시로 유명하다.

인생과 자연을 사랑하는 시인이며, 메말라가는 화초에 물을 듬뿍 주어야 하는 것처럼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촉촉한 감성의 시를 전해준다.

오랜 기간 초등학교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아이들의 동심을 닮은 순수함을 지녔다. 등단 이후 서른여덟 권의 시집을 펴냈다. 공주문화원 원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부회장)을 지냈다.

* 출처 : [교보문고], 저자소개, 나태주 

 

 

 

'해거름'의 뜻은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것, 혹은 그러한 때(출처 [네이버 국어사전])'를 말하는 것이고, '녘'은 '방향이나 어떤 때의 무렵(출처 [네이버 국어사전])를 말하는 것이니,

 

'해거름 녘'은 '해질 무렵'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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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각 새롭게 나서/어떻게 지내는지/전화 걸어 묻고 싶었는데/끝내 받지를 않네

 

여기서 화자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 가족, 지인 등 읽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니면, 저 싯구는 행동으로 옮긴 것이 아닌, 그저 마음 속에서만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날마다 우리의 날들은/짧아지는데

너와 나는 너무 오래/만나지 못했다/너무 멀리/헤어져 있다.

 

맞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우리의 날들은 점점 짧아지고 있고, 인생의 아침, 한낮에서, 오후, 저녁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그리움은 점점 늘어난다. 

 

꽃을 보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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