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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즈지스와프 벡신스키(환시 미술, Zdzislaw Beksinski, 그로테스크, 악몽, 바로크, 고딕, H.R. 기거, 베르세르크, 바이오메커니즘, 공포)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1.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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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1978년, 87 x 87 cm oil on beaverboard, inventory no. MHS/S/2249 출처 위키미디어

 

 

 

여기, 꿈속을 헤매다가 만날 법한 유적(또는 건축물) 같은 것이 하나 있다.

 

건축 연대를 알 수 없는 이 기이한 건물의 기둥에는 정체가 불분명한 붉은 덩굴식물 - 마치 신경이나 혈관처럼 보이기도 하는 - 이 이미 자리를 잡았고, 아치형의 출입문 밖으로는 언뜻, 바닷가가 보인다. 

 

인적도 없는 이곳에 밤하늘의 별빛이 쏟아진다. 어딘지 모르게 음산하면서도 환상적인 이곳. 때때로 들려오는 파도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다. 

 

이대로 홀리듯 이끌려서 출입문 밖으로 발을 내디디면, 상상도 못할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꿈속을 헤매는 자, 거기에 따른 책임은 오로지 당신의 몫일지니.

 

잊혀진 고대 문명의 흔적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즈지스와프 백진스키(Zdzislaw Beksinski)이고, 그는 '환시 미술의 창시자(또는 거장)'라고 불린다. 

 

 

 

1.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지슬라브 벡진스키,
Zdzislaw Beksinski, 1929~2005)

 

 

 

환시미술의 창시자,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출처 나무위키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폴란드의 화가로 제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위기감, 상실감, 절망감을 작품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환시 미술'이라는 장르를 구축하였으며 인간의 형상을 왜곡시키거나 전쟁으로 인한 파괴, 황

terms.naver.com

 

 

벡신스키가 누구지? 하는 분은 아마 아래의 그림을 보시면, 아! 하실 수도 있다. 

 

 

 

제목없음, 1984,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이 그림은 흔히 《폼페이의 화석》으로 잘못 알려진 채 지금도 인터넷을 항해하고 있는, 벡신스키의 '제목 없음(1984년)'이라는 작품이다.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이 작품은 폼페이의 화석과 전혀 관계가 없다. 

 

그저 이 그림 속에 등장하는 남녀의 모습이 폼페이에서 나온 몇몇 인간 화석과 비슷한 데서 온 오류이자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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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벡신스키와 도시괴담,
그리고 악몽의 세계

 

 

 

또한 벡신스키의 작품 중 하나(1985년작, 제목 없음)는 '세 번 보면 죽는 그림' '이라는 이상한 타이틀을 달고 지금도 인터넷을 헤매고 있는데, 이 또한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적어도 나는 그 그림을 열 번 이상 보았으나, 멀쩡하게 살아있으니까.

 

(또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그린 그림'이라는 타이틀을 달기도 한다.)

 

이것은 그의 작품이 환시미술에 걸맞게 매우 낯설고, 그로테스크하며, 보는 사람에 따라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도 하는 지점인데,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때때로 악몽이나 백일몽 - 이성이나 합리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질적인, 혹은 무의식의 심층과 같은 어떤 것 - 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기도 하다.

 

아래에 올린 작품들은 비교적 그의 후기작들(1990년대, 2000년대) 중 일부이다. 

 

 

 

제목없음, 1993.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출처 위키미디어

 

제목없음, 2004,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출처 위키미디어

 

 

 

✅ 그런가 하면 악몽의 세계, 또는 에로티시즘과 그로테스크가 공존하는 세계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벡신스키는 종종 H.R. 기거와 비견되기도 하는데, 두 사람을 동일인물로 착각하는 분들도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물론 두 작가 모두 인체와 무생물을 이어 붙였다는 공통점은 있다) H. R. 기거 쪽이 좀 더 '바이오 메커니즘(Biomechanism)'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므로, 두 사람의 작품에는 다소 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부연하자면 H.R. 기거가 벡신스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유명 만화 《베르세르크》의 작가인 미우라 켄타로도 벡신스키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04.27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H. R. 기거(환시미술, 초현실주의,에이리언, 스피시즈, 러브크래프트, 프로이트, 리들리 스콧, 바이오메카니즘, 네크로노미콘)

 

✔H. R. 기거(환시미술, 초현실주의,에이리언, 스피시즈, 러브크래프트, 프로이트, 리들리 스콧,

전체적으로 거무튀튀하며 번쩍이는 몸체, 인간과 비슷한 골격을 가지고 있으나 총알로도 쉽게 제압하기 어려울만큼 단단한 갑옷같은 외골격(인간처럼 뼈대 위에 근육, 그 위에 피부가 덮여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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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Giger, Female Torso, 2009, - Switzerland, Graubuenden, Chur, Buendner Museum of Art, side entrance, 출처 위키미디어

 

 

 

『ベルセルク40巻』三浦建太郎 | 白泉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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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세르크 공식 홈페이지 

 

 

 

 

✅ 아래는 벡신스키의 초기작(1950년대, 60년대)들 중 일부이다.

 

즉, 그가 건축 관련 일을 그만두고 예술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그림도 그리던 시절의 작품이다. 

 

 

 

《Autoportrait》, 1956-57,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출처 위키미디어

 

제목없음, 1958,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출처 위키미디어

 

 

위의 작품은 마치 피카소, 또는 파울 클레(Paul Klee)의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은 친숙함이 있다.

 

어쩌면 이 작품 위에 있는 《Autoportrait》를 그림으로 옮긴 것 같기도 하고.

 

 

2022.01.26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파울 클레, 리듬, 그리고 절제(지저귀는 기계, 칸딘스키, 미니멀리즘, 현대 추상화, 판화, 판화집, 청기사, 나는 화가이다, 테크놀로지, 상상력, 오브제)

 

✔파울 클레, 리듬, 그리고 절제(지저귀는 기계, 칸딘스키, 미니멀리즘, 현대 추상화, 판화, 판화

1. 지저귀는 기계 최소한의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사물과 공간들, 거기에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새들 - 언뜻 보면 뼈만 남은 생선(?) 같기도 하다 - 이 솟대, 나뭇가지, 혹은 전선 같은 곳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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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초상, Wife portrait, year 1967-67》,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출처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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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1968, 연필로 드로잉,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출처 위키미디어

 

 

그는 평생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어떤 해석을 시도하거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2차 대전의 끔찍한 포화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에서 작품세계의 어떤 단초(일테면 전쟁으로 인한 - 정신세계를 포함한 - 파괴, 황량함 등등) 같은 것을 찾을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다. 

 

벡신스키 스스로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바로크(baroque)고딕(Gothic)이라고 정의했는데, 개인적으로 그것은 균형과 질서, 논리성과 조화를 중시했던 르네상스 시대와 달리 우연에서 오는 자유분방함, 기괴함, 기상천외함을 강조한 바로크와 더불어 조금 더 앞선 시대에 유행했던 우아함과 세밀함이 특징인 고딕에서 그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뜻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가 건축가 출신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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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에서 상징과 서사를 찾으려 하지 말라, 나의 작품에는 아무 의미도 없으니 이해하려고 들지도 말라'라고 그는 말했다고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왜?'라는 질문을 떠올리며 그것을 파고들거나 집착하려고 하는 존재임을, 벡신스키는 이미 알고 그렇게 답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선언할수록, 그의 작품의 의미나 상징성이 더더욱 궁금해지니까). 

 

즉,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서사를 지닌 채, 싫든 좋든 각자의 악몽과 꿈의 세계 속에서 온갖 상징의 덩어리들을 탐험하며 살아나가는 존재이고, 그것을 굳이 일컬어 현실이라고 부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2021.10.27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케이 세이지, 불안과 고립을 그리다(초현실주의 여성화가, Kay Sage, 이브 탕기, 조르조 데 키리코, 내일은 결코 오지 않는다, 항해, 침묵의 여백, 정신분석, 꿈, 무의식, 상징)

 

✔케이 세이지, 불안과 고립을 그리다(초현실주의 여성화가, Kay Sage, 이브 탕기, 조르조 데 키리

✅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여성. 이 사람은 초현실주의 경향의 여성화가이자 꿈과 무의식, 그리고 고립과 공허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케이 세이지(Kay Sage)'이다. 오늘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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