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여, 내가 부탁했습니까?
진흙에서 나를 빚어 사람으로 만들어달라고?
내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나를 끌어내달라고?
- 「실낙원」, 존 밀턴
* 「프랑켄슈타인,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중에서
메리 셸리, 현대지성 클래식,
- 출처 교보문고
위에 등장하는 문구는 성경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 즉 아담과 이브의 타락과, 그로 인해 낙원(에덴)에서 쫓겨나는 내용을 담은 존 밀턴(John Milton, 1608~1674)의 서사시 「실낙원(Paradise Lost)」의 일부분이다.
존 밀턴은 당대에도 급진적이고 개혁적인 사상을 설파하여 많은 논란을 낳은 바 있으며, 현재 영국에서 셰익스피어와 견줄만한 인물로 받여들여지고 있다.
1. 메리 셸리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보신 분은 책의 첫머리에 적혀있는 「실낙원」의 인용문이 눈에 확 들어올 수도 있다.
아담과 이브가 창조주에게 내가 언제 당신더러 제발 나를 만들어 달라고 애원을 했느냐, 하고 따져물으며 대드는 것(?)만 같은 저 문장은 사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괴물'의 절규에 다름 아니다.
우선, 이 소설을 집필한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 1797~1851) :
영국 런던 출생. 사회 사상가 W.고드윈의 딸이며, 시인 P. B. 셸리의 두 번째 아내이다. 스위스 체재 중에 쓴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1818)은 남편과 바이런에게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인간과 똑같은 능력을 갖춘 기괴한 형상의 거대한 인조인간을 다루어, 오늘날의 과학소설(SF)의 선구가 되었다.
그 밖의 작품 《마지막 사람 The Last Man》(1826)은 전염병에 걸려서 인류가 단 한 사람만 남고 전멸하는 이야기이며, 《로도어 Lodore》(1835)는 자서전적인 작품이다. 1839년에 남편의 전집을 편집 ·출판하였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메리 셸리
[Mary Wollstonecraft Shelley] (두산백과)
잠시 그녀의 가족사를 살펴보자면, 그녀의 아버지는 당시 선구적 사회사상가였던 윌리엄 고드윈이며, 어머니는 여성의 인권을 주장한 최초의 여성인권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유명한 '여성의 권리 옹호'의 저자이다)이다.
이 두 사람은 18세기로서는 너무도 획기적(이라고 쓰고 '당시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이라고 읽는다)인 결혼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결혼 후에도 각자 살면서 우정과 작업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 완벽하게 독립적이고 평등한 생활을 한 것이다.
하지만 메리 셸리의 어머니는 그녀를 낳은 후 산고를 견디지 못해 그만 세상을 떠나게 된다.
2. 인연, 그리고 괴물의 탄생
인연이라는 것이 참 묘해서, 그녀는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의 정치적 추종자 중 한 사람이었던 퍼시 비쉬 셸리(Percy Bysshe Shelley)와 후에 결혼하게 된다.
퍼시 셸리는 낭만파 시인으로서 바이런(George Gordon Byron)과 함께 당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시인이자 작가였다고 한다(메리 셸리는 그의 두 번째 부인이다).
1816년 메리와 정식으로 결혼한 그는 스위스를 여행하던 중 바이런과 알게 되었다고 전해지며, 이때부터 메리와 퍼시, 그리고 바이런은 친분을 쌓아가게 된다(후에 그는 요트사고로 인해 사망하는데, 향년 30세였다).
💬 1816년, 부부는 바이런 경과 존 윌리엄 폴리도리, 클레어 클레어몽과 함께 스위스 제네바 근방에서 여름을 보낸 것으로 유명한데, 이곳에서 메리는 그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큰 틀을 구상하였다.
* 출처 : [위키백과], 메리 셸리
아이디어라는 것은 종종, 절친들과의 대화 속에서 확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야기의 속성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때 골격과 살이 붙고 비로소 어떤 형태를 갖추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무더운 여름 밤, 더위도 잊을 겸 절친들과 가볍게 나누던 대화 - 어반 레전드(Urban Legend), 즉 도시괴담(도시전설) - 속에서 즐거움을 찾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메리 셸리도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불현듯 어떤 구상이나 착상이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딘가에서 들었을 법한 으스스한 전설, 또한 당시에 성행했던 (연금술 실험을 모티브로 한) 실험실 과학('갈바니즘
(galvanism)'이 포함된),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마침내 금단의 과학실험으로 인해 탄생한 인조인간, '괴물'에 대한 기념비적 이야기, 「프랑켄슈타인, 1818년 초판(익명), 1831년 개정판(본명)」이 완성된다.
3. 괴물과 창조주
「프랑켄슈타인」은 고전 중의 고전이고, 원작뿐만 아니라 영화, 뮤지컬로 지금도 상영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내용을 대강이나마 알고 있으리라 짐작하므로, 줄거리는 여기에서 다루지 않겠다(이 원작소설은 이야기속에 이야기가 들어있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프랑켄슈타인'은 원작 속에서 '괴물'을 창조한 과학자의 이름이고, '괴물' 자체에 붙여진 이름은 원래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괴물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 혼동되어 쓰여지고 있는 것 뿐이다.
*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떻게 보면 여러 구의 시체를 이어붙여 만든 괴물을 굳이 살려낸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을 '창조주' 혹은 '아버지'로 가정한다면, 괴물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 되어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실제로 괴물은 닥터 프랑켄슈타인을 '아버지'로 호칭한다).
성경에 의하면 신으로부터 창조된 피조물인 인간이, 신의 고유한 영역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신성모독인지는 모르겠다.
그러한 면에서 닥터 프랑켄슈타인은 이른바 '매드 사이언티스트' 일지도 모르며,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전기적 자극(프랑켄슈타인이 집착한 '생명의 불꽃')'으로 인해 되살아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 당대 갈비니의 오류도 주요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많은 것이 이미 이루어졌으나,
나는 그 이상을 이룰 것이다.
앞서 찍혀진 발자국을 따라 새 길을 개척하리라.
미지의 힘을 발굴하고, 창조의 가장 심오한 신비를 세상에 밝히리라!"
- 빅터 프랑켄슈타인 (창조자)
* 출처 : [나무위키], 프랑켄슈타인
일견 오만하게 들리기도 하는 닥터 프랑켄슈타인의 이 선언과도 같은 말은 소설 속에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
자신은 죽은 자를 되살려냈으나, 정작 자신은 (괴물로 인해 일어나는)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막지 못한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피조물인 괴물이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학습한다는 것, 다시 말해 '부모'의 품을 떠나(통제에서 벗어나) 독립된 인격체로서 (창조자인) 자신을 능가할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된다.
창조의 가장 심오한 신비에 한 걸음 바짝 다가갈 수 있었는지는 모르나, 그의 행동은 파국, 그 자체였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원작소설(가능하면 완역본)을 꼭 일어보시길 권한다.
젊은 여성이 쓴 괴이한 소설. 당대에 이 작품은 딱 이정도의 평가를 받았을 뿐이고, 현대에도 괴기(공포)소설(혹은 괴담)이니 환상문학이니 하는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갈바니즘이 당시 최신의 과학지식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작품을 그 정도로만 평가하는 것은 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지식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이라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프랑켄슈타인」은 'SF의 효시'의 반열에 올리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
인공지능이나 유전공학, 인간복제 등과 관련된 이슈들이 넘쳐나는 지금, 그러한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19세기에 선구적인 물음을 던졌던 메리 셸리의 작품이야말로 후대의 SF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 (전략) 또한 괴물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독해가 가능하다. 인간 내부의 무의식이 실체가 되어 주인에게 모반을 일으키는 '분신'의 관점, 인간의 비극적 성장과정을 그린 '성장소설' 관점, 폭력과 복수로 범벅이 된 괴물의 삶은 자신이 처했던 '사회상황'의 산물이라는 관점,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가부장적인 욕망이 빚어낸 끔찍한 결과를 소설로 담아낸 것이라는 '페미니즘' 관점 등이 있다.
최근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으로 '창조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피조물' 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연구 중인 여러 '프랑켄슈타인 실험'이 결국 인류를 어디로 이끌어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프랑켄슈타인,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뒷 표지 글 중에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