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따라서 시의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속도에 대한 명상 13
보도블럭 틈에 핀 씀바귀 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 반칠환,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전문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 반칠환 - 교보문고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 가슴 따듯한 시가 살아있는「지혜사랑 시인선」 제68권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반칠환 시인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6, 70년대를 지나온 세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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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짧은 시 모음(좋은 시, 좋은 글, 반칠환, 봄, 웃음의 힘, 시 감상, 신동옥, 봄빛, 새해 첫 기적
봄빛 겨울 숲, 갈기갈기 달아나는 하늘 봐라. 불도 바람도 남김 없는 꿈속에 다시 봄빛, 사박사박 앙상한 웅얼거림이 모여 숲이 되는 꿈. - 신동옥, 《봄빛》, 전문 💬 신동옥 시인은 전남 고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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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해가 서서히 저물어간다. 하양, 검정, 회색, 대부분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차량들이 무심한 얼굴을 한 채 퇴근길을 서두른다.
당신도 나도, 무채색의 무심한 얼굴들 속에 섞여있다. 아니, 어쩌면 툭, 하고 건드리기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얼굴들일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좋아서 하는 어떤 일에도, 가끔, 또는 자주 나의 어깨를 무겁게 하거나 지치게 하는 경우가 있는 법인데, 하물며 문득문득 나에게 엄습하는 생활 상의 이런저런 불안은 말할 것도 없다.
언제나 삶의 여유나 여백이 있어야 한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마음뿐,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만이 전부이고 이것이 평범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버티어낸다.
가끔 멈추어서지 않으면 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도 없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의 아름다움도 볼 수 없으며, 사랑하는 이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볼 수도 없고, 거울에 비치는 피곤한 내 모습을 응시할 수도 없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며 다시 힘을 내는 일 또한 불가능해진다.
사랑
어느 날 문득 우리는 정류장에서 만날지 모른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버스표를 들고서,
한 번 끊으면 결코 되물릴 수 없는 티켓을 들고서,
그리하여 우리들이 함께 보낸 절대적인 시간도,
아침나절에 피는 나팔꽃처럼 빛나던 우리들의 사랑도,
다른 방향을 향해 떠나는 버스처럼 가버릴지 모른다
그리하여, 우리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랑을 하며
먼 기억으로 너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네가 나에게, 내가 너에게 했던 수많은 약속을 생각하며
소리 없이 쓴 미소를 지을지 모른다
한때 그토록 가까웠던 우리가 남이 되었다니!
- 김영현, 《사랑》, 전문
✔사랑 관련, 가을 관련 시 모음①(짧은, 좋은, 아름다운 시 모음, 도종환 가을 사랑, 김혜순 당신
가을 사랑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 부는 저녁 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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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얼굴을 보며 사심 없이 크게 웃는 날이 있을 거라고, 그 사람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그렇게 말했다.
세월이 흐르면, 이 모든 것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무미건조한 시간의 조각에 불과해질 거라고, 그 사람은 쓸쓸한 표정을 거두며 애써 밝게 말했다.
바보같이, 나는 그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제대로 붙잡아보지도 못한 채, 시간 속에 그 사람을 묶어 던져 버리고 말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의 말은 뭐랄까, 내 입장에서는 맞는 것이 없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사심 없이 크게 웃는 날, 즉 그 사람을 다시 만나는 그런 날이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그것은 증명할 수 없다.
그리고 시간이 아무리 흘렀어도 함께 했던 여러 장면들은 무미건조해지기는커녕, 내가 예상하지 못한 어느 시점에 불쑥, 하고 나타나 나를 멈춰 세운다.
설령 그것이 기억에 대해 나 좋을 대로 해석하는 왜곡 현상이라고 할지라도, 지금은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처럼 딱딱해진 장면들일지라도, 나는 옛사랑에 대한 그 기억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부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 함민복, 《부부》, 전문
✔가을 하늘 관련 시 모음(낙엽, 가을 나그네, 성백군 10월은, 함민복, 가을 하늘, 박두진 하늘, 가
10월은 가을 하늘이 갓길 비 웅덩이에 빠졌군요 물은 하늘만큼 깊어 아득하고 그 속을 들여다보는데 낙엽 한 장 수면에 떨어집니다 괜히 내 마음에 이는 파문(波紋) 10월은 무작정 먼 길 떠날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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