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적혀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오해나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꽃 2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그렇게 오래 그렇게 있거라.
- 나태주, 《꽃 2》,전문
나는 그 사람을 왜 좋아하고, 왜 사랑하며, 왜 보고 싶어서 애달파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하기는 어렵다.
뭐 외모가 괜찮아서, 성격이 좋아서, 그 사람이 가진 배경이 좋아서 등등, 일단 머리로 열심히 생각한 다음 내놓을 이유들이야 제각각 있겠지만, 그런 것들은 다 제쳐두고라도 단 한 가지, 그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 그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있지 않으면, 그 모든 것들은 그저 부수적인 것이 된다.
혼자서 하는 짝사랑도 깊어질 수는 있겠지만 나의 마음과 그 사람의 마음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더 이상 멀리서 지켜볼 필요가 없이 그 거리가 좁혀질 때, 비로소 나는 그 사람의 일부가 되고, 그 사람은 나의 일부가 되어, 마침내 함께 하는 미래가 열리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연애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연히 나는 독립된 개인이지만, 그 못지않게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한 가족(원가족, 생식 가족을 모두 포함하여)도 나의 일부로서,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나에게 어떤 사람이 소중한 것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 내가 소중한 것도 내가 나이기 때문에 그렇다.
눈물 흘려도 돼
비 좀 맞으면 어때
햇볕에 옷 말리면 되지
길 가다 넘어지면 좀 어때
다시 일어나 걸으면 되지
사랑했던 사람 떠나면 좀 어때
가슴 좀 아프면 되지
살아가는 게 슬프면 좀 어때
눈물 좀 흘리면 되지
눈물 좀 흘리면 어때
어차피 울며 태어났잖아
기쁠 때는 좀 활짝 웃어
슬플 때는 좀 실컷 울어
누가 뭐라 하면 좀 어때
누가 뭐라 해도 내 인생이잖아
- 양광모, 《눈물 흘려도 돼》, 전문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권에서 살아서인지는 몰라도,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는 것은 고사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것조차 어색하고 어렵게 되었다.
더군다나 그런 표현들을 눈에 띄게 한다는 것 자체가 종종 철이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니, 혼자 있을 때조차 공연히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지.
물론 늘상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할 수는 없겠으나, 그것을 억누르려고만 하면 어느 순간 겉잡을 수 없이 감정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나약해 보이면 좀 어떻고, 눈물의 강에 푹 잠겨 있으면 좀 어떠랴. 쉽지는 않지만, 진정으로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존재는 나뿐이다.
나와 내 속의 내가 함께 눈물의 강을 건너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대가 걷는 길이 꽃길이다
그대 지나온 길 뒤돌아볼 때
사랑의 꽃잎
인정의 꽃잎
섬섬히 떨어져 있다면
그대가 걸어온 길이 꽃길이다
그대의 머리
비에 젖는 날에도
새싹 같은 희망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면
그대의 어깨
눈 쌓이는 날에도
봄볕 같은 사랑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면
그대가 걸어가는 길이 꽃길이다
사람아
너의 마음에 향기로운
꽃 한송이 활짝 피어 있다면
그대가 걷는 길이 꽃길이다
- 양광모, 《그대가 걷는 길이 꽃길이다》, 전문
그것이 나만의 삶은 아닐 것이기에.
나보다 더 깊고 넓은
슬픔의 강을 헤엄쳐 건너느라
지칠 대로 지친
당신이 거기 있음을 알기에.
부디 힘내라고.
나도 힘내겠다고.
우리 함께 강 저편에서 만나자고.
- 《부디 힘내라고》,
시인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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