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따라서 시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설날 아침
흐르는 세월 속에
사랑의 징검다리 놓고
한 걸음 두 걸음
건너온 인생의 맛
진하게 맛나게
우려낸 어머니 손맛
나이테 쌓듯
한 살 더 먹은 떡국
- 이재환, 《설날 아침》, 전문
설날 연휴가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다.
설날이 되면 가족들을 만나고, 가족들과 함께 지낼 생각에 설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이어지는 가사노동에 시작하기도 전에 어깨가 뻐근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명절 때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잔소리 때문에 머리가 아파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올해도 고향이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명절이 오면 유난히 고향이 그립고, 그 고향과 함께 늙어가는 부모가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설날 떡국 한 스푼에는,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한 그리운 장면들이 담겨있다. 후룩, 하고 그 장면들은 내 속으로 들어와 마침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설날은 그리움의 날이다.
설 그리움
이맘때만 되면 유난히
어머니 당신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자애로운 미소
따스한 손길
포근하던 당신 품이
몹시도 그립습니다
언제나 내 편이시던 당신
북돋워 힘주시고
어루만져 주시던
당신으로 인해 나는 늘
든든하고 편안했습니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그립습니다
스미어진 당신 사랑으로
나도 자식들을 사랑하면서
복된 가정 이루면 잘 살겠습니다
- 오보영, 《설 그리움》, 전문
꼭 위의 시에 등장하는 어머니가 나의 어머니와 백 퍼센트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을지라도, 꿈속에서라도 내 새끼, 하며 갈퀴가 다된 손으로 나를 쓰다듬으며 나직하게 불러주었던, 어머니의 목소리라도 만나고 싶다.
그 조건 없고 한없는 사랑을, 항상 내 곁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해서 너무나 부끄럽다. 전혀 그럴듯하지 않은 핑계를 댈 때에도, '괜찮아, 바쁘잖아'라며, 한없는 기다림을 꾹꾹 눌러 담았던 어머니.
길고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그녀의 꿈속에서도, 여전히 내가 나올까.
설날은 그리움인 날인 동시에 기다림의 날이다.
설날에
댓돌 위에 신발이 늘수록
신명나서 분주해진 어머니는
불혹을 넘긴 딸들 아랫목에 앉히고
준비하신 음식 내오기 바쁘시다
혼자 지내신 외로운 나날들
그동안 하고픈 말 어찌 참으셨는지
손주들 알아듣지 못하는 구수한 사투리로
지난 일들을 생중계 하신다
먼 친척 애경사며,
동네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
서울에 살고 있는 옆집 아무개 이야기까지
이어지는 대서사시는 밤을 밝힌다
이 밤 지새우고 나면
댓돌 위에 신발들 모두 떠나고
한 켤레 빈 공간 넘나들며
기약 없는 날을 세고 계실 텐데
밤새 내린 눈은 어머니 마음 아는지
댓돌 위에 소복이 쌓여
서둘지 말고 떠나라 일러준다
- 김경숙, 《설날에》, 전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