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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나와 마을, I and The Village,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비테프스크 위에서, 짧은, 좋은, 아름다운 겨울 시, 시 감상, 크리스마스)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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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렸다.

 

첫눈이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와도 너무 많이 오면 불편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도 사실이다. 

 

낭만과 추억과(어쩌면 이 두 가지를 한 세트로 묶을 수는 있겠다), 그리고 현실 사이의 애매한 중간 지점에서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낭만과 추억이 눈송이처럼 뭉쳐져서, 조금이라도 미소를 지었기를 바란다. 몸은 비록 현실의 한가운데 내던져져 있더라도. 

 

 

2023.11.17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첫눈 오는 날 시 모음(짧은,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시, 초겨울, 곽재구 첫눈 오는 날, 윤보영 눈 내리는 날, 첫눈, 목필균, 시 감상, 에세이, 단상)

 

✔첫눈 오는 날 시 모음(짧은,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시, 초겨울, 곽재구 첫눈 오는 날, 윤보

◆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분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그 감상과 느낌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첫눈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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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눈이 내리는 날에는 거의 자동적 사고처럼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 떠오르고는 하는데, 심지어 이것이 샤갈의 대표작처럼 뇌리에 박혀있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샤갈은 '눈 내리는 마을'이라는 작품을 그린 적이 없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황급히 기억을 더듬어본다.

 

벨라루스 출신의 프랑스 화가이자 당시 유행했던 입체파 또는 초현실주의 화가, 그리고 대표작은 인터넷으로 검색을 ···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눈 내리는 마을'은 작품의 목록에 아예 없다.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921년), 출처 위키 백과

 

 

💬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20세기 러시아계 유대인 화가이자 서구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자 중 한 명입니다.

샤갈은 표현주의, 상징주의, 입체주의, 그리고 다른 모더니즘 미술 운동의 요소를 결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다작의 다재다능한 예술가인 샤갈은 다양한 기법과 매체를 통해 수천 점의 작품을 남겼고, 이로 인해 그를 20세기 최고의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 출처 : [올가의 갤러리], 마르크 샤갈 중에서

 

 

 

그런데 왜 우리는 샤갈이 그린 '눈 내리는 마을'이 있다는 것을 사실처럼 믿고 있었을까.

 

지금도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때, 동명의 이름을 단 카페나 레스토랑을 여기저기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고, 눈 내리는 마을 하면 의례 떠오르는 푸근하고 따뜻한 이미지와 겹쳐서 마치 내가 그곳에 가서 식사라도 하면서, 벽 한편에 걸려있는 동명의 그림을 보기라도 했던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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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목가적 풍경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여기 조용하게 눈이 내리는 마을이 있다. 쌓이고 쌓이는 눈을 서걱서걱 밟으며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나의 집에 도착한다.

 

밥 짓는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추운 겨울날, 몸을 녹여줄 국 또는 수프가 냄비 안에서 펄펄 끓고 있다. 어깨 위에 쌓인 눈을 털고 들어서면, 먼저 도착한 가족들이 나를 반겨준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샤갈도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을 사랑했고, 그것을 종종 화폭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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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나와 마을, 그리고 비테프스크 위에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날 우리의 뇌리 속에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라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작품을 마치 있는 것처럼 여기게 만든 결정적(?) 사유는 대략 두 가지가 혼재된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겠다.

 

첫 번 째는 「꽃」이라는 시로 유명한 김춘수(金春洙, 1922~2004) 시인의  1969년작「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일 것이다. 아래는 그 시의 전문이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3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三月)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1969), 전문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1969년에 발표된 김춘수의 이 시는 샤갈의 회화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차용하여 봄의 생명력을 표현한 작품이다. 1.작가소개와 작품해설 2.작품해설 3.작품 속의 명문장 4.작품읽기 & 참고자료 [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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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춘수는 샤갈의 초기작 「나와 마을 I and The Village, 1911」을 보고 영감을 얻어 이 시를 썼다고 알려져 있다.

 

즉, 시인이 실제로 본 것은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 아니라 샤갈의 「나와 마을」이라는 작품이며, 이 작품 속에서 실제로 눈이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시인의 시심(詩心)에는 펑펑 눈이 쌓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시인은 샤갈의 그림에서 이미지를 차용, 거기에 봄의 생명력을 결합하여 위의 시를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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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나와 마을( I and The Village)」, 1911년, 캔버스에 유채, 뉴욕 현대미술관, 출처 위키 백과

 

 

 

 

I and the Village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Painting by Marc Chagall I and the Village is an 1911 oil-on-canvas painting by the Belarusian-French artist Marc Chagall created in 1911. It is exhibited at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1] The work is Cubist in

en.wikipedia.org

 

 

 

시인의 시심을 불러 일으키게 한 샤갈의 그림은 「나와 마을」 이외에도 아래의 「비테프스크 위에서 Over Vitebsk(1913년 작)도 있다고 한다. 

 

 

 

마르크 샤갈, 「비테프스크 위에서 Over Vitebsk」, 1913년, 출처 www.marcchagall.net

 

 

 

비테프스크(비쳅스크)는 샤갈의 고향이고, 실제로도 3월까지 일평균 최저 기온이 영하(영하 4도 이하)로 떨어지는 매우 추운 곳이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시인 김춘수는 샤갈의 「비테프스크 위에서」와 「나와 마을」을 보고 3월의 눈 내리는 풍경과 봄의 생명력이라는 이미지를 결합하여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시를 창조해낸 것이다.

 

뭐, 와전이라고 하여야 할까, 시의 제목이 주는 어감에서 오는 기분좋은 착각이라고 해야 할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그림이라 해도, 그것을 통해 떠오르는 이미지만큼은 따뜻하고 고즈넉하다. 

 

우리들의 마음 속에 조용히 눈 내리는, 평화롭고 낭만적인 마을 하나가 있는 것으로,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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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Michael Bublé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기를, 마이클 부블레, 프랭크

* 출처 유튜브 https://youtu.be/l3l83C-we-k ✅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 Michael Bublé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Let your heart be light From now on our troubles will be out of sight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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