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적혀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오해나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겨울 풍경 2
헐벗은 나무
둥지 튼 새들은 떠나갔다
허둥대는 바람같이
떠도는 마음 하나 못 붙들고
삶은 종종 살얼음판이었다
나는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어째서
같이 살면서 혼자 일어서야 하고
사람들은 어째서
낯선 거리 떠돌며
돌아가야 하는지
봄은 아직 멀었는데
기다렸다 기다렸다 기다렸다
눈보라 헤치며 어느 날
- 천양희, 《겨울 풍경 2》, 전문
💬 천양희(千良姬) 시인은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새벽에 생각하다], 산문집 [시의 숲을 거닐다] [직소포에 들다]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공초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천양희
봄인지, 겨울인지 정말로 헷갈리는 계절이다.
어디에서는 갑자기 우박이 떨어지지를 않나, 또 어디에서는 곧 스콜이라도 내릴 듯 우르르 쾅쾅, 요란한 천둥소리가 머리를 뒤흔들기도 했다.
마치 하루에 몇 가지 계절이 한꺼번에 오는 것만 같은, 이 흔치 않은 경험을 하다 보니 오히려 이 겨울이 더욱 살얼음판처럼 여겨진다.
한 발 내디디는 것조차 두려워지는, 언제 쩍하고 갈라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마음은 낮게 가라앉고, 그 어느 계절을 살고 있는지 모를 거리의 풍경은 다시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겨울은 그렇게 묵직하게, 내 가슴에 내려앉는다.
겨울나무
하릴없이 눈 내리는 이 벌판에
나 이대로 서 있겠네
고독이 그대로 사랑이 되기까지
어둠이 그대로 별이 되기까지
침묵이 그대로 노래가 되기까지
수천의 고독과
수천의 어둠과
수천의 기나긴 침묵이 모여
그리운 그대의 얼굴이 되기까지
나 여기
있었고 있었던 그대로 서 있겠네
- 홍수희, 《겨울나무》, 전문
💬 시인은 1995년 <한국시> 신인상에 [녹차를 마시며] 외 3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달력 속의 노을](1997)과 [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2003), [이 그리움을 그대에게 보낸다](2007)가 있다.
이육사문학상과 부산가톨릭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이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홍수희
벌써 세밑이라, 괜히 마음이 부산해진다.
한 해를 돌아보고, 앞으로를 점검해 봐야지, 올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몇% 나 이루어냈으며, 또 몇%를 달성하지 못했는가, 하는 복잡한 생각들이 마치 강박처럼 올라온다.
연말은, 괜히 마음만 더 바쁘다.
특별한 약속도 없는데 왠지 분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써야 할 것만 같고, 올 한 해를 대체 어떻게 달려왔는가, 하며 잘 떠오르지도 않는 기억을 더듬어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 위에 걸어본다.
어제 먹은 점심 메뉴도 무엇이었는지 가물가물한 주제에 말이다.
그 자리에 언제나 서서 눈비를 맞는 저 나무처럼, 저토록 한결같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12월의 시
바람이 부네
살아있음이 고맙고
더 오래 살아야겠네
나이가 들어할 일은 많은데
짧은 해로 초조해지다
긴긴밤에 회한이 깊네
나목도 다 버리며
겨울의 하얀 눈을 기다리고
푸른 솔은 계절을 잊고
한결같이 바람을 맞는데
살아 움직이는 것만
숨죽이며 종종걸음 치네
세월 비집고
바람에 타다
버릴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데
시간은 언제나 내 마음의 여울목
세월이여
이제 한결같은 삶이게 하소서
- 최홍윤, 《12월의 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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