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이야기, 아프칼루(메소포타미아, 인어 전설, 수메르, 바빌로니아 신화, 일곱 명의 현자, 오안네스, 아다파, 아담, 최초의 인간, 지혜의 신 에아, 유투아바, 영생)

 

 

 

 

 

 

◆ 저번 시간에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등장하는 악마(마신) 파주주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파주주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란다.

 

2023.01.16 - [기이한 이야기, 신화, 전설, 민담] - ✔기이한 이야기, 파주주(Pazuzu, Fazuzu, 메소포타미아 신화, 아시리아, 악마, 마신, 티폰, 바빌로니아, 바람의 신, 영화 엑소시스트, The Exorcist, 1973)

✔기이한 이야기, 파주주(Pazuzu, Fazuzu, 메소포타미아 신화, 아시리아, 악마, 마신, 티폰, 바빌로니

 

 

 

1. 일곱 명의 현자

 

 

아프칼루(Apkallu, 압칼루)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등장하는 일곱 명의 현자를 가리키며, 수메르어로는 아브갈(Abgal)이라고 부른다. 

 

신화에 따르면 이들은 물에서 생겨난 종족 - 반인 반어(半人半魚), 또는 일부는 인간 일부는 물고기의 형상을 한 종족 -이며 천상계와 지상계의 질서유지를 담당했다고 한다. 

 

💬 대홍수 이전의 인류는 미개해서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키지 못했다. 이에 하늘의 신이 일곱 명의 현자를 내려보내 인간을 가르치고 문화와 예절, 도덕을 전수했다.

이 일곱 현자의 영향으로 이후 고대 그리스에서도 일곱 명의 현인이 출현한다.

* 출처 : [세계 괴물 백과], 류싱, 현대지성, p. 23

 

 

'물에서 생겨난 종족'인 아프칼루(압칼루)를 하늘의 신이 '인간세상으로 내려보냈다'는 이야기는 언뜻 모순인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쩌면 아프칼루 종족은 고도의 해양 항해술(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뿐만 아니라 당시 인류에게 없었던 고도의 문화(예절이나 도덕을 포함한)를 이미 장착하고 있었던, 선진 문명의 주민들일 수도 있다.

 

'미개한' 당시의 인류의 입장에서 볼 때, 대양을 항해하여 자신들의 땅에 도착한 이들 집단의 우월함과 세련됨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보낸 신성한 존재와도 같았을 것이고, 이들의 가르침을 통해 인류는 점점 발전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현자 집단은 자연스럽게 지배계급으로 성장해 나갔을 것이고, 고대의 여러 민족의 신화나 설화에서 확인해 볼 수 있듯, '최초의 왕' 혹은 일종의 신으로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후세로 전해졌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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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하면 이치를 빨리 깨우쳐야 사물을 정확하고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 바로 지혜를 지녔다는 것인데, 물론 지혜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라기보다는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정신능력이므로, 아프칼루(압칼루)는 집단 지성을 갖춘 존재, 혹은 그 집단을 가리키는 칭호일지도 모른다.

 

(아프칼루의 뜻 자체가 어떤 형태의 '지혜'를 가리킨다)

 

💬 최초로 인간 세상에 내려온 현자는 우안나(Uanna), 혹은 우안(Uan)으로도 불린다. 물고기 몸통에 사람 머리와 팔다리가 달려 있고 사람 말을 했다.

사람들에게 읽고 쓰기와 계산하는 법을 가르쳤으며, 도시와 신전을 건설하는 방법과 법전을 편찬하는 법, 국경을 정하고 토지를 나누는 방법을 전파했다.

또한, 농작물 재배법과 과실 수확법도 알려주었으며, 신들이 세상을 창조한 과정도 전해주었다.

* 출처 : [세계 괴물 백과], 류싱, 현대지성, p. 23

 

물론 이들이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 일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는 그들이 인류를 깨우치게 하고 스스로 발전하게 도와주는 과정 - 어쩌면 몇 백년에 걸쳐서 이루어졌을 수도 있는 - 을 압축적으로 묘사해놓은 기술일 것이며, 그 과정은 바빌로니아 신화에도 거의 동일한 인물(오안네스(Oannes))에 의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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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로수스의 《바빌로니아 지(誌)》에 그 기록이 남아있다]

 

 

베로수스

 

 

 

2. 아다파(Adapa), 최초의 인간

 

흥미로운 것은 기록에 따르면 오안네스가 '낮에는 여러 분야에 걸쳐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밤이 되면 다시 바다로 되돌아갔다'고 하는 부분인데, 이를 토대로 오안네스가 속한 집단 또는 오안네스가 이끄는 집단의 근거지나 그들의 기술이 집약된 모선(母船)이 가까이에 있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그냥 개인의 상상일 뿐이다). 

 

고대인들이 묘사한 그대로라면, 이 일곱 현자들은 해양과 육지 모두에서 생활이 가능한 '인간 형상을 한 양서류'에 가까운데, 이러한 종족들의(반드시 지혜로운 종족은 아닐지라도) 원형은 고대 중동을 넘어 그리스, 북유럽, 이집트, 인도, 아시아 등에 고루 퍼져있다. 

 

그러한 면에서 육지와 바다 모두(혹은 공중)에서 생활이 가능하며, 때로 근거지인 물에서 나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신화 속 인어의 존재도 일종의 흑화된(?) 아프칼루의 변형일런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판단이 존재한다. 이처럼 미지의 선진 문명을 지니고 그들 앞에 나타난 아프칼루 또는 그 집단에 대해 모두가 경외심만 품은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어떤 사람들에게 아프칼루는 공포의 대상, 혹은 인간의 적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그 공포심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고도의 문명을 가졌다는 부분이 사라지고 오로지 인간보다 월등한 힘을 지닌 존재로만 기억되어), 후에 인어 전설로 변화되어 전해졌을 수도 있다(물론 이것도 개인의 상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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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이야기, 두 꼬리 인어(유럽 전설, 신화, 인어 날개, Twin-tailed Mermaid, 세이렌, 아타르가티

 

 

메소포타미아 중부 지역에 존재했던 고대 제국인 아카드(Akkad, 유사 이래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 신화에는 '아다파(Adapa)'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도 아카드 신화의 일곱 현자 중 한 명이다.

 

 

아카드인의 청동 두상, 출처 위키백과

 

 

다시 말하면 아다파는 수메르의 우안나나 그가 속한 일곱 현자 중 일곱 째인 유튜아바(Utuaabba ; 바다에서 탄생했다는 뜻)와 매우 유사한 인물이다. 

 

아다파의 이야기는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 아다파는 바빌로니아의 성도(聖都) 에리두에서 인민을 다스리기 위해 지혜의 신 에아에 의해 만들어졌다. 지혜의 신 에아는 그에게 커다란 귀와 뛰어난 총명과 지극한 신중성을 주어, 그는 인류탄생의 에리두 신화의 영웅이 되었다.

어느 날 그가 바다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을 때 강한 남풍이 불어 그가 타고 있던 배를 뒤집어엎자, 그는 화가 나서 바람의 날개를 부러뜨렸다.

그래서 아누는 그를 벌하기 위해 죽음의 음식을 먹이려고 하였으나, 이 책략을 알아챈 에아가 아다파에게 아누가 주는 음식에는 일체 손을 대지 말라고 충고하였다.

그런데 아누는 아다파를 만나자 그의 고결함에 생각을 고쳐먹고 그에게 영원한 생명의 음식을 권하였지만, 아다파는 에아의 충고에 따라 그것을 입에 대지 않았기 때문에 불사(不死)의 신이 될 수 없었다. 이것이 곧 인간이 죽게 되는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 아다파를 헤브라이의 ‘아담’과 같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아다파 [Adapa]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요약하자면 아다파는 지혜의 신 에아가 창조한 최초의 인간(또다른 버전에서는 그가 에아의 아들로 지상으로 파견한 첫 번째 현자라고 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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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동시에 영원한 생명을 가지지 못한 - 비록 그는 인지하지 못했을지라도 - 최초의 인간이기도 하다. 일부의 학자들은 아다파를 성경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같다고 보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일부 학자들은 아다파(Adapa)에서 뒷부분의 '파(pa)'가 '무(mu)'로도 읽혀서 '아다무(adamu)'가 되었고, 이후 히브리어로 전해지면서 '아담(adam)'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 출처 : [세계 괴물 백과], 류싱, 현대지성, p. 23

 

어쨌든 일반적(신화가 가지는 유사성 측면)으로 보았을 때 아다파 관련 신화가 성경의 아담 이야기와 일정 부분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23.09.08 - [기이한 이야기, 신화, 전설, 민담] - ✔기이한 이야기, 그리핀(Griffin, 유럽 전설, 신화, 괴물, 괴수, 사자와 독수리, 스키타이, 황금 유물, 날개달린 괴수, 대플리니우스 박물지, 헤로도토스 역사, 그리스 신화, 케루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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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아에 의해 아다파가 창조된(혹은 인간계로 보내진) 목적은 위에도 나와있듯이 인간들을 다스리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그를 최초의 왕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비록 '최초의 인간'이라고 일컬어진 그가 어떻게 '인간을 다스릴 수' 있는지 - 최초의 인간이라면 그외에는 인간이 없어야 한다 - 와 관련한 기본적인 모순을 안고 있지만). 

 

커다란 귀(남의 말을 경청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뛰어난 총명, 지극한 신중성까지 갖춘 아다파지만, 결국 자의든 타의든 신과 같은 영생을 얻지 못한다는 면에서 볼 때, 인간은 결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Apkallu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