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 시간에는 늑대 인간(Werewolf) 전설에 대해 알아보았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1. 날개 달린 괴수
그리핀(Griffin)은 '그리폰(griffon, gryphon)'이라고도 불리는 괴수로, 청동기 문화가 시작되던 BC 3,000년 무렵에 그리스와 이집트 사이의 동지중해 연안에서 처음 언급된 후 서아시아와 그리스 등지(나중에 중앙아시아에 이르기까지)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핀은 대개의 경우 사자와 독수리를 합쳐놓은 듯한 모습, 즉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그리고 독수리의 부리와 발톱)에 사자의 몸(뒷다리는 사자의 다리와 발톱)을 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로마의 작가이자 해군 지휘관이었던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Gaius Plinius Secundus Major, 대플리니우스, AD 23~79)가 저술한 초기의 백과사전 격인 「박물지 Naturalis Historia」에도 '무시무시한 (굽은) 부리'를 가진 괴수로 묘사되어 있으며,
(백과사전이라고는 했지만, 그의 박물지는 여기저기 오류가 많으므로 이를 정확한 기록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초기의 백과사전'이라고 부른다)
그리핀은 날 수 있는 네 발 달린 괴물로,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가졌고,
그 외 몸통은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은 북쪽 맨 끝에 있는
히페르보레안 산에서 서식하며,
인간과 말을 공포에 떨게 하는 무서운 존재다
- 출처 : 바트솔로뮤 앵글리투스,
「사물의 성질에 관하여」 中
2. 괴물의 유별난 취향?
아무튼 이 상상 속의 괴수는 사람이든 말이든 닥치는 대로 공격을 가하는 공포의 존재인데, 특이하게도 그리핀은 자기 둥지에 에메랄드를 두어 산속의 모든 해로운 물질의 영향을 차단하고, 아무도 자신의 둥지에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고 묘사되어 있다.
보석을 수집하여 해로운 물질의 영향을 차단하는 괴수라니. 어딘지 모르게 보물을 지키는 전설 속의 용과도 비슷하다.
그런데 그리핀이 보석을 쌓아놓고 (둥지를) 지킨다는 기록은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도 서술되어 있다.
💬 스키타이의 북쪽 리패아 산맥에 특이한 생김새의 종족이 사는데, 이마 중간에 눈이 하나 달려있다. 이들이 그리핀한테서 황금을 훔쳐낼 궁리를 하다 보니 둘 사이에는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 출처 : [세계 괴물 백과], 류싱, 현대지성, p. 245
황금이나 보석을 좋아하는 존재가 어디 그리핀 하나뿐이겠는가. 인간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그것들을 갖고 싶어 하지 않는가.
스키타이(Scythai)족이 황금으로 된 그리핀 문양이 들어간 그릇 등을 사용했다는 것은 이미 그들이 남긴 여러 유물들도 확인된 바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키타이 사람들이 그리핀을 토템처럼 숭배하였거나 성스런 기운을 주는 존재로 여겼던 것을 그리스인들이 오해하였을 수 있고, 스키타이가 애초에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하나의 국가나 부족처럼 살지 않았기에(스키타이인들은 하나의 민족이 아니라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핀을 숭배했던 스키타이와 또 다른 스키타이와의 반목이나 전쟁을 압축적으로 묘사한 것일 수도 있다.
3. 다양한 그리핀의 모습
(1) 그리스 신화 :
① 그리스 신화에서 그리핀은 신들의 전차를 끌거나 신성함을 수호하는 존재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② 그리핀은 제우스(Zeus, 로마신화의 Jupiter, 주피터)나 아폴론(Apollon, 로마신화의 Apollo, 아폴로), 네메시스(Nemesis)가 하늘을 돌아다닐 때 쓰는 전차를 말을 대신해서 끈다.
복수의 여신인 네메시스의 전차를 끄는 그리핀은 몸통과 날개가 모두 검은색으로 표현된다.
③ 또한 그리핀은 신들의 보물이나 황금을 지키는 존재이다. 디오니소스(Dionysos, 로마의 Bacchos)의 술 항아리를 지키는 존재로 나타나기도 하고 인간의 탐욕을 처벌하는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 출처 : [두피디아] 두산 세계 대백과 사전
(2) 기독교의 성서 :
① 기독교의 성서에 등장하는 커룹(Cherub, 케루빔)도 그리핀의 영향으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② 사자와 독수리, 소, 사람의 형상이 합쳐졌으며 날개를 지닌 존재로 묘사되는 커룹은 <창세기>에서 사람이 추방된 뒤에 에덴동산을 지키는 존재로 표현되고 있다.
* 출처 : [두피디아], 두산 세계 대백과 사전
💬 특히 기원전 7∼3세기에 흑해와 카스피해 연안에서 활약한 스키타이(Scythai) 족에게서는 그리핀 문양을 사용한 유물이 풍부하게 발견되는데, 기마유목민족인 이들을 매개로 그리핀은 중앙아시아의 초원지대와 알타이 지역의 유목민족들에까지 매우 폭넓게 전파되었다.
그리고 사자의 몸에 날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후한 시대 이후에 벽사(辟邪, 귀신 쫓기)의 상징으로 나타난 사자 형상의 석상이나 진묘수(鎭墓獸), 해태(海陀) 등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해석된다.
* 출처 : [두피디아], 그리페스(그리핀)
황금은 그 자체로 귀하고 예나 지금이나 가치가 높다.
먼저 황금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세공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하며, 그것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지닐 수 있고 무역 등을 통해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재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고대에는 황금 그 자체가 힘과 권력(또는 탁월한 지도력 . 군사력)을 상징하였다.
그리핀은 단순히 보석이나 황금을 지키는 파수꾼일 뿐만 아니라, 부정함을 물리치는 존재로도 묘사되었기에, 예로부터 왕가의 문장으로, 중세에는(특히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는) 인성과 신성을 모두 겸비한 예수 그리스도, 또는 종교적 . 세속적 권력을 함께 지닌 교황의 상징으로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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