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발자국
저녁내 펑펑 눈 쏟아지고 깊은 밤
보안등 불빛 아래
나무들 분분 꽃 날리고
그네도 벤치도 땅바닥도
하얗게, 하얗게 덮인 놀이터
왔다가 돌아간 작은 발자국
얼마나 기다렸을까
나보다 먼저 다녀간 고양이
- 황인숙, 《밤의 발자국》, 전문
내 삶의 예쁜 종아리 | 황인숙 - 교보문고
내 삶의 예쁜 종아리 | 이렇게 눈이 와서 아름다운데 이렇게 눈이 와서 부를 수 없네 끝없이 묻고 헤아리는 안부 저문 길 사이로 또렷이 드러나는 시의 실루엣 감각과 윤리의 향연, 황인숙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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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고양이(고양이 관련 시, 고양이들의 봄날, 고양이 먹이, 길고양이, 황인숙 나는 고양
봄비가 부슬부슬(지역에 따라 달랐지만) 오기 며칠 전, 3월 마지막 주 어느 날, 벚꽃은 피었다. 그때는 이렇게 비바람이 쳐서 꽃잎들이 일순간에 홀랑 떨어질 줄 알지 못했다. 사는 것에 치여,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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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돌아온 나는 아직도 최애 이불에 그 작은 머리를 박은 채 우다다다 한 꿈을 꾸고 있는 녀석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렘수면 중인지, 녀석들의 동공은 탁구공보다도 빨리 움직이고 수염은 실룩실룩거린다(이따금 앞다리와 뒷다리를 번갈아 가면서 부르르 떤다)
거의 경련에 가까운 그 동작들을 보면서(한 녀석은 잠꼬대 비슷한 소리도 가끔 낸다), 녀석들도 길냥이 시절 위협이 되었던 어떤 사건을 떠올리고 있거나, 나름 인간처럼 기억 속에서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있겠거니, 생각해본다.
잠에서 깨어나 고양이식 기지개를 켜면서, 아아, 이번 꿈은 정말 현실 같았어, 하고 녀석들도 도리질을 하려나. 모쪼록 불안한 꿈이나 악몽은 아니었기를.
온갖 왜곡과 상징과 그림자로 뒤덮인 나의 꿈과, 녀석들의 꿈은 어떻게 다를까.
새끼 고양이
들키고 싶었어요
지붕 위에 오래 앉아
지난 밤 꿈이 탈색되는 걸 바라보았죠
눈이 가늘어지고, 수염이 팽팽히 서고
점프해서 멀리
날아가는 상상도 못한 채
마음을 둥글게 말고 앉아 있었죠
들키고 싶어서
전깃줄을 타고 건너다니는 봄,
비밀은 너무 가볍거나 무겁죠
몇 번 웃어버리고 나면 얇아져요
머리를 누르는 건 모자가 아니죠
견고한 빛의 무게,
태양이 떨어뜨린 살비듬
매일이 환한 낮잠 같아요
가끔 담벼락을 손으로 짚고
울며 가는 사람을 볼 때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죠
이봐요, 이번 생의 그림에선
파란 바탕이 나예요
당신이 울고 지나간
- 박연준, 《새끼 고양이》, 전문
💬 박연준 시인은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장편소설 『여름과 루비』, 산문집 『소란』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 『쓰는 기분』 『고요한 포옹』 『듣는 사람』 등이 있다.
* 출처 : [알라딘] 작가 소개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 알라딘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을 펴낸 박연준의 두번째 시집. 한 편 한 편의 시를 읽어나면서 담담하게 흐르는, 그러나 감출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나는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독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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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과 함께 한 지 햇수로 2년이 되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으나, 서로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인간인 우리가 천천히 걷고 있다면, 녀석들은 말하자면 급행열차를 타고 내달리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녀석들에게 있어 인간이라는 존재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익숙하고 반복적인 풍경, 그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녀석들이 일부러 그 풍경에 우주 교신용 수염과 핑크 젤리를 내밀고, 몸을 비비며, 체온을 나누어 준다는 것.
그리고 이제 곧, 녀석들과 우리는 같은 또래가 될 것이다.
뽀송뽀송하던 아가 시절의 사진과 짧은 동영상, 가만히 우리를 바라보던 그 보석같은 눈망울,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고 계절을 넘어 마음을 나누었던 그 시간만큼은 우리의 뇌리와 피부에 새겨지길 바란다.
아가들아, 빨리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구나.
조금만 걸으면 금새 몸에 땀이 배는데도, 왜 이렇게 춥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이 탓이겠지.
✔고양이 화가 루이스 웨인, Louis William Wain, 사람 같은 고양이, 고양이 의인화, 루이스 웨인 사랑
위는 '고양이 화가'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 루이스 웨인(Louis William Wain, 1860~1939)의 작품 중 하나이다. 활동 초기에는 잡지의 삽화로 동물이나 자연 풍경들을 그렸으나, 결혼 3년 만에 세상을 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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