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시의 내용과 감상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랑의 방식
나는 이제 너하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수는 없다
이 세상 끝까지라고
말하진 못한다
다만 오늘까지
너를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만은
온전하고도 슬프게
너를 사랑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것이 오늘 나의
최선이다
나의 사랑의 방식이다.
- 나태주, 《사랑의 방식》, 전문
누구나 사랑 앞에서 영원을 약속하고(적어도 오랜 지속을 약속하며), 그 한계가 없는 것처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하지만 그 약속을 하는 사람조차도 유한한 존재이고 세상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사랑보다 오래 남는 것은 언제나 추억으로 덧칠된 기억의 집합뿐.
한 때는, 그때는 정말 뜨겁게 사랑했었지, 하고 미소를 짓는 사람도, 아예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기조차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참으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스스로 통제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라, 문득 잊었다고 생각한 과거가 찰나의 시간, 통째로 가슴 한 구석을 때리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면서 왜 기쁘고도 슬픈지, 사랑을 해본 사람은 그 뜻을 알 것이다.
사랑은 단 한 가지의 옷을 입고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나 아름답고 달콤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남는 것은 뜨겁게, 달콤하게, 애틋하게, 슬프게 사랑한 모든 순간들.
또한 지금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사랑의 장면들.
만추
돌아보아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사랑했던 날들
좋아했던 날들
웃으며 좋은 말을 나누었던 날들만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등 뒤에서 펄럭!
또 하나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 나태주, 《만추》, 전문
✅ 만추(晩秋) :
늦은 가을. 주로 음력 9월을 이른다.
*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만추
마음이 익어가고 생각이 깊어가니, 늦은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안다.
여러 장면들이 저장되고 봉인된, 빛바랜 마음 속 감광지도 되는대로 꺼내어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도저히 찢어버릴 수도 없는 재질의 그 감광지들은 허공에 흩뿌려도 금새 되살아난다.
공중을 유영하는 기억과 추억과 눈물과 한숨과 애절함들을, 나는 마치 불멍을 하듯 조용히 지켜본다.
그렇게 사랑했던 모든 날들에게 늦은 안부를 묻는다.
너에게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 정호승, 《너에게》, 전문
가을이 절정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곱게 물든 단풍을 보러 삼삼오오 모여, 등산화에 등산 스틱에, 등산복을 단풍 못지않게 곱게 차려입고 산으로 간다.
들에도 산에도, 유명한 산사 혹은 암자에도 단풍은 아름답게 피었을 것이다.
이맘때 카메라 셔터의 세례를 받는 단풍잎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나 또한 마음만은 색색의 단풍잎처럼 울긋불긋하다.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는 멀어지고, 나는 잠시 멈추어 서서 비로소 숨을 거른다.
가을 볕을 쬐러 창가에 앉은 고양이는 꾸벅꾸벅 졸다가 어느새 고개를 떨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도 문득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때로는 단순한 것이 훌륭한 해결책이 될 때가 있다. 고양이는 그렇게 가끔, 나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준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 마음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기준만 좇아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요.
설령 나중에 마음이 변하더라도
그땐 변한 그 마음에 또 충실하면 됩니다.
행복은 어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여기에 충실할 때
얻을 수 있으니까요.
💬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 출처 :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다산 초당,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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