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갑자기 급 강화하여, 시간이 날 때 아무리 동네를 돌아보아도 고양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본능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아 몸을 숨겼으리라.
사람이든 고양이든 털옷을 입고 있다고 한들, 절대 안 추우라는 법이 있나.
인터넷 뉴스에 보니 한국이 모스크바보다 추웠다고 하는데, 우리 동네 고양이들은 어찌 지내고 있을는지.
뭐 그런 생각을 하며 거리를 지나는 순간,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 어떤 상가 건물에서 치즈태비 녀석을 발견했다.
녀석은 예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밥도 먹고 잠도 청하는데, 눈병이 있어 눈을 크게 뜨지를 못하고, 항상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다(그래서 항상 졸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다).
그래도 처음 보았을 때보다는 눈병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다행스럽다.
사실 앞서 말한 노인정 고양이들에 비해 사람을 많이 경계하는 탓에 늦은 밤이 아니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녀석인데, 날이 추워지니 이렇게 녀석들(여기서 지내는 고양이들은 녀석 말고 두 마리가 더 있다)이 춥지 말라고 반투명(?) 비닐을 설치해주었다.
인기척을 느낀 녀석이 이쪽을 흘깃, 했지만 이내 자신에게 별 해를 끼치지 않는 인간이라는 걸 눈치챘는지 자리를 지킨다.
언젠간 녀석도 익숙해지면 내 코인사를 받아줄 날도 있을 것이다(그리고 더 친해지면 아예 배를 까고 드러누워 애교를 부린다던가).
잘은 모르겠지만 녀석들의 잠자리도 방석 등등으로 따뜻하게 꾸며져 있겠지.
이로써 월동 준비는 모두 끝났다옹. 이제 추위는 두렵지 않다옹.
날씨가 추워지기 며칠 전에 만난 또 다른 떼껄룩. 저렇게 지붕 위에 서서 풍경이나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을 즐기는 녀석이다. 말라버린 호박잎을 녀석이 밟을 때마다 서걱서걱, 하고 마치 눈을 밟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너도 첫눈을 기다리고 있느냐.
며칠 전에 만난 뽀시래기. 솜털이 뽀송뽀송한 것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녀석 같다.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는데도 경계는커녕 허겁지겁, 코를 박고 식사 삼매경에 빠져있다(정말, 저 보들보들해 보이는 솜털을 쓰다듬고 싶었지만 도망갈까 봐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맛있게 먹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야 해.
이제 나조차도 일하러 갈 때 외에는 일부러 밖으로 나가는 것이 꺼려지는 겨울철이다. 부디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위험하지 않게,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안녕.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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