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동네의 산책 코스 안에 노인정이 있는데, 이곳에 가면 큰 정자라고 해야 되나, 평상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그게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노인정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이 사용하고 계시고, 뜻밖에도 나머지 하나는 동네의 길고양이 삼총사의 차지이다.
위의 사진은 믿거나 말거나 녀석들이 석양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인데, 녀석들이 차지하고 있는 이 정자 혹은 평상 하나에는 아예 어르신들이 앉지 않으신다(따라서 날씨가 많이 춥거나 비가 오는 날이 아니면 대부분 녀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옆의 정자 혹은 평상에서는 몇몇 어르신들이 가만히 석양을 보고,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녀석들도 그 풍경을 함께 즐기는 것을 보면,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는 것만 같다.
말없이 풍경을 함께 바라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아마도 녀석들은 처음에는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어르신들이 먹을 것도 주고 예뻐해주시니 차차 마음을 열고 여기에 정착한 것이리라.
우리도 처음 우연하게 녀석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혹시 잔뜩 경계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한동안 멀리서 지켜보다가(마치 고양이처럼)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보았는데, 이미 사람 손을 탄 녀석들은 크게 긴장을 하거나 뒤로 물러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찢어져라 하품만 할 뿐이다. 자도 자도 피곤한 거로구나. 사실은 나도 그래. 나이를 먹으면 점점 아침 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어떻게 여전히 잠이 많은지 모르겠다.
나도 너처럼 하루에 16시간 정도는 자야 하는 걸까.
며칠 뒤 만난 녀석에게 다가갔더니 또 저렇게 찢어져라 하품을 한다. 즉, 각기 다른 날에 녀석을 찍은 것이다. 하품은 전염된다고 하던데, 녀석을 보고 있자니 괜히 눈이 뻑뻑해지고 노곤해지는 것만 같다.
사진을 찍은 각도 때문인지, 아니면 고양이가 사력을 다해(?) 하품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뜻 보면 여우처럼 보이기도 해서 웃음이 나온다.
위의 사진은 무려 녀석들을 만난 첫날 찍은 것인데, 삼색털을 가진 녀석이 두 마리이고 형제처럼 닮아있어서(실제로 형제일지도 모른다), 정작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어놓고 보면 누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한 녀석은 다리가 좀 불편한데, 일어나지 않으면 알아채기가 힘들 정도이다).
낯선 사람을 만난 첫 날, 저렇게 심드렁한 표정으로 인간의 터치를 받는 길고양이를 보는 것도 오래간만이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는데도 저렇게 앞으로 고꾸라져서 한참 낮잠을 자고 있다. 그 유명한 '코코낸네' ??
아아, 이것은 마치 잔뜩 술을 퍼마신 다음 날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는 시연(?)이 아니던가. 인간들아, 적당히 마시라옹, 몸에 무리가 간다옹.
언제나(?) 사이좋은 삼총사. 이제 추운 겨울이 오면 만나기 어려워질 수도 있지만, 부디 밥 잘먹고 아프지 말아라. 다음에는 조금 더 친해질 수 있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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