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의 기세가 그나마 조금은 꺾여서인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양이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자주 만나던 녀석들은 코빼기도 안보이지만, 대신 처음 보는 녀석들을 며칠에 걸쳐서 만날 수 있었다.
마치 모델같은 프로페셔널한 포즈와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은 이 녀석.
정확하게 말하자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기보다는 녀석의 동선과 나의 동선이 겹친 탓에(즉, 녀석의 앞길을 내가 막고 있는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뿐이다.
앞발을 모으고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있는 고양이의 시그니처 같은 이 자세는 사실 불안과 경계의 자세라고 한다(고대 이집트의 부장품 속에 들어있는 고양이 입상도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언제든 도망을 가거나 공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한 최적의 자세라고 할 수 있는데(이른바 '이집트 자세'라고들 한다),
인간에게는 또 보송보송해 보이는 가슴털에 괜히 손을 뻗고 싶게 만드는, 오해와 착오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호기심과 불안, 그리고 경계가 섞여있는 묘한 자세. 내 앞에서 렌즈를 들이대는 인간은 나에게 해가 되는가, 안 되는가.
공연히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구나, 가던 길 잘 가렴.
동네 편의점 앞에서 만난 녀석이다. 앞의 녀석 보다도 훨씬 더 경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눈을 치켜뜨고 자세를 한껏 낮추어, 상대의 행동에 따라 자신의 다음 반응을 판단하려고 한다.
희한하게도 앞의 녀석과 이 녀석 근처에는 담배 혹은 담배곽이 놓여 있다.
눈이 녹은 자리를 잘 골라서 조심조심 길을 지나고 있는 녀석. 빙판은 늘 조심해야한다옹. 냥님도 예외는 아니다옹.
그래, 나도 빙판이 늘 무서워.
특히 쌓인 눈 아래 숨어있는 빙판을 제일 무서워 해.
이 검은 고양이는 말라붙은 낙엽을 패딩 삼아(?) 배를 깔고 앉아있다.
편안한 상태인지, 아니면 쏟아지는 졸음을 참기가 어려운지 눈까지 지그시 감고 있어서, 더 검게 보인다.
멀리서 보았을 땐 작은 개처럼 보였는데, 조금 가까이 다가가니 고양이였다.
동지가 한참 지나서 땅이 얼어붙었을텐데, 저렇게하면 추위가 좀 덜할까.
춥고 긴 겨울은 이제 시작인데(온갖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고양이들에게 겨울은 어쩌면 참혹한 계절일지도 모른다), 사실 캣맘들처럼 사료를 들고 다니거나 따뜻한 거처를 마련해주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냥 초상권(?)을 침범하는 것은 녀석들에게 매우 미안한 일이다.
너희들도 돌아갈 집이 있었으면 좋겠구나.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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