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방송에서 말했듯이 거의 3월 하순에 해당하는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쌓였던 눈은 형체도 없이 녹아버리고, 아직 1월 중순인데 마치 봄날의 한가운데인 듯, 계절을 앞서서 경험하고 있다.
그러게, 겨울잠을 자던 뱀이 깨어날 정도였다니, 이상 기후는 자연의 질서도 무색하게 만든다. 그래서 예전 이맘때 같으면 생각도 못했을 일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녀석들이 봄날 같은 볕을 쬐러 나와있었다. 따뜻하다 못해 땀이 배어 나올 정도인 한낮의 날씨. 이곳은 전에도 찾아간 적이 있는 동네 노인정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사진을 찍은 다음 날, 그러니까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한껏 올랐던 기온이 서서히 식고 있는 시점이다(다음 주부터는 다시 추워진다고 한다). 아마도 녀석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다시 몸을 숨겼으리라.
동네의 상인들이나 하교길의 초등학생, 그리고 캣맘들이 종종 녀석들의 먹이를 챙겨주곤 하는데, 덕분에 손에 아무것도 없는 내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냄새를 맡곤 한다.
보통의 길고양이들은 남성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어서, 나도 녀석들을 만날 때면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최대한 새된 목소리(?) - 고양이들은 낮고 굵은 목소리를 싫어한다기에 - 를 낸다.
사실 위의 사진은 아내의 손이다. 내가 혼자 가면 이렇게 녀석들과 제대로 된 코인사를 하는 경우가 흔치 않아서, 내심 매우 부럽다.
고양이는 커피향을 싫어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혹시 커피를 좋아하는 나한테서 커피 냄새가 나서 싫어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미안하지만, 나는 커피를 끊을 생각이 없습니다요.
위의 사진이 내 손이다. 역시나 경계를 완전히 풀지는 않고 있어서 내 딴에는 녀석이 도망을 칠까 봐 상당히 긴장을 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싫어라 하지는 않는다(다른 녀석 중 하나는 내가 다가가자 화들짝 놀라서 도망쳤다).
한동안 조심스럽게 뒤통수를 긁어주다가, 목덜미로 옮겨갔더니 그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카메라의 셔터음에도 움찔거리는 녀석들이 있어서 얼마나 진땀을 흘렸던지.
그렇지만 고양이의 털을 만지는 일을 포기할 수 없다. 얼마나 부드럽고 마음마저 평온해지는지, 만져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평화로운 오후. 이제 날씨가 다시 추워지면, 당분간 녀석들을 만나기가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아프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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