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에 적혀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분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일 뿐입니다.
오해나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6월의 달력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 목필균, 《6월의 달력》, 전문
달력이든 뉴스든 아니면 사람들의 말속에서든, '벌써 그렇게 되었나, 세월 참 빠르네' 하며 혼자서 읊조리는 것이 자신이 생각해도 늘었다면, 이제 제법 이른바 청춘의 길에서 멀어져 있는 중년 혹은 그 이상의 연령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인생에 있어서 이런저런 경험치가 높아져서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이 더 많아질 때, 설레는 마음이 사라진채 반복되는 하루가 무겁게 느껴질 때, 더욱 아프게 다가올 것이다.
삶이 쌓여 그 위에 일상이 켜켜이 내려앉을 때, 뜻대로 되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때, 이런저런 이유로, 또는 어쩔 수 없이 내 뜻과는 다른 행동을 하여야 할 때, 마침내 그런 것도 인생이지, 하며 일종의 수용의 경지에 다다를 때, 내 마음이 접혔던 인생의 몇몇 장면들을 가만히 되새겨 본다.
다시 여름의 무더위가 어깨를 짓누른다. 짐짓 시큰둥하게 여름을 보내야지, 하면서 다짐을 하지만 마음속에는 그 순간에도 크고 작은 근심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6월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 김용택, 《6월》, 전문
그것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것이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것이든, 하여튼 계절이 바뀌면 이상하게도 두서도 없고, 정확한 원인도 모르겠는 상념들이 속에서 훅하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을 그리움이라고 지칭한다면 그리움일 것이고, 해결되지 못한 미해결 감정이라고 한다면 또 그럴 것이며, 기억과 나 자신 사이의 어떤 갈등이라고 한다면 또 그러하리라.
불쑥불쑥 솟아나는 감정을 정확하게 컨트롤하고, 명확하게 분류하여 기억의 창고로 넣을 것은 넣고, 지금 고민해야 할 나름의 가치가 있으면 그렇게 하는, 자기 통제가 용이한 사람이 부럽다.
6월은 그렇게 다시 나를 찾아왔다.
6월에 꿈꾸는 사랑
사는 일이 너무 바빠
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네
청춘도 이와 같아
꽃만 꽃이 아니고
나 또한 꽃이었음을
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네
인생이 길다 한들
천년만년 살 것이며
인생이 짧다 한들
가는 세월 어찌 막으리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6월 같은 사람들아
피고 지는 이치가
어찌 꽃뿐이라 할까
- 이채, 《6월에 꿈꾸는 사랑》, 전문
사는 게 마냥 여유롭고, 또 늘 즐겁기만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 우리는 그것이 한창일 때는 깨닫지 못하다가, 늘 지나간 뒤에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알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인간의 숙명 같은 것일까.
사랑도 타이밍, 인생도 타이밍이라는데, 사실 나는 그 타이밍이라는 것을 잘 몰랐다.
그저 시간이 지난 후 어느 순간 벽력 같은 깨달음으로 왔을 뿐, 그조차도 얼마간 머릿속으로만 인지하고 있다가, 금세 의식의 저편으로 날려버렸을 뿐.
오늘도 사는 일은 바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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