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동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일 뿐입니다.
하오니 오해나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여름 오는 소리
누른누른 보리 이삭
무르익을 때
종달새 하늘 높이
비리비리비리
싱싱하게 자라는
잔디밭에서
노오란 민들레
하얀 옷 입고
바람 따라 훨훨훨
이별을 할 때.
소쩍소쩍 소쩍새
밤새워 울어대는
여름 오는 소리
멀리서
아련 아련
들려오네요.
- 김신철, 《여름 오는 소리》, 전문
💬 아동문학가 김신철은 전라남도 나주군 다시면에서 출생하였다. 195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겨울 아침》과 동시 《건져드릴까?》가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이후 평생 아동문학의 발전에 헌신하면서 전남 아동 문학회를 조직하였다.
목포 혜인여고 교사, 한국 문인협회 이사, 한국 아동 문학회 부회장, 현대 시인 협회 중앙위원, 호남 교육 신문 편집 주간, 한국 어린이 글짓기 연구소장 등을 역임하였다.
보리 이삭, 종달새, 민들레, 소쩍새 등등, 실은 여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자연의 전령사들이지만, 도시에서 태어나서 현재까지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는 조금 낯선(?) 존재들이다.
내게 있어 어릴 적의 추억이라는 것도, 자연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들이었고(물론 지금은 더욱 그러하겠지만), 어쩌다 산속으로 캠핑을 가거나 시골로 나들이를 해야 볼까 말까 하는 정도였을까.
그저 늦은 밤까지 좀처럼 대지의 열기가 식지 않아 열어둔 창문 틈으로 뜨거운 바람이 훅 들어오거나, 지하철이나 카페에 에어컨이 종일 켜지면 비로소 여름이 꽤 긴 시간 동안 머물다 가겠구나, 할 뿐.
아, 또 하나 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발바닥이 뜨거워서, 조금이라도 온도가 낮은 방바닥이나 벽에 한동안 발을 식힌 다음, 다시 잠을 청한다는 것, 이것도 여름을 맞은 내게 중요한 일과 중 하나라는 것.
계절은 또 이렇게 어김없이 나를 찾아왔다.
여름 풀밭에
이른 아침 풀밭에 나가 보셔요.
누가 있나요, 누가 있나요.
사방을 이리저리 둘러보셔요.
풀잎 위에 누구인가 앉아있지요.
발도 조그만 발가락도 조그만
아아, 이슬들 눈부신 이슬들.
모두모두 새하얀 물동이를 이고
기다리고 있네요, 누구인가를.
어젯밤 칭얼대다 잠이 든
아아, 목마른 풀벌레들을.
- 박두순, 《여름 풀밭에》, 전문
💬박두순 시인은 1949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다. 《아동 문예》, 《아동 문학 평론》에서 동시를 추천받아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풀잎과 이슬의 노래》, 《마른나무 입술에 흐르는 노래》, 《말하는 비와 산과 하늘》 등이 있고, 동시선집으로 《아기가 웃으면 눈물도 웃어요》 등이 있다.
한국 아동 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우수상, 소천 아동문학상, 방정환 문학상, 박홍근 아동 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한국 아동 문학인 협회 부회장, 한국 동시 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박두순
✔겨울, 설날, 눈 내리는 날 동시 모음(짧은,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동시, 강소천 눈 내리는
■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그리고 해설이 아닌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따라서 시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는 경우가대부분입니다. 눈 내리
narrare3.tistory.com
아침 이슬을 머금은 여름 풀밭, 생각만 해도 싱그럽고 상쾌한 느낌이 든다.
'어젯밤 칭얼대다 잠이 든' 풀벌레들을 목마름을 해결해 주는 아침 이슬. 어떻게 보면 이 광경은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의 모습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부양하고 양육하기 위해 오늘도 (풀잎에 맺힌 이슬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른 아침 일터로 향하는 부모의 모습. 모두 함께 이 무더운 여름을 지나야 할 터.
풀꽃과 나비
산골 길섶에
한 송이 풀꽃이
외롭게 살아갑니다.
노랑나비 한 마리가
지나가다가
누굴 기다리고 있을까?
이마에 살며시
뺨 대고 앉더니
그만
잠이 듭니다.
풀꽃은
풀잎 손으로
노랑 나비를
꼭
안아줍니다.
- 임복근, 《풀꽃과 나비》,전문
💬 아동문학가인 임복근은 전북 익산 출생으로, 전주 사범 학교를 졸업하였다. 초등학교 교사, 교감, 교장, 장학사, 교육장, 한국 문인 협회, 한국 아동 문학회 임원 등을 역임하였다.
동시집, 동화집, 아동 교육서 등 15권을 출간하였으며, 한인현 글짓기 지도상, 한국 아동 문학 대상, 한국 아동 문학 창작상 등을 수상하였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임복근
길섶 :
길의 가장자리, 흔히 풀이 나있는 곳을 가리킨다.
-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왜 산골 길섶에 핀 한 송이 꽃을 보고 '외롭다'라고 했을까. 사람마다 시에 대한 감상은 다 다르겠지만, 나는 풀과 나비를 전형적으로 의인화한 작품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산골 길섶에 외롭게 살아가는 풀꽃은 '엄마'처럼 느껴지고, 노랑나비는 오랜만에 시골을 찾은 '자식'처럼 느껴진다(물론, 단순히 나풀거리며 날아다니던 노랑나비가 어쩌다 풀꽃에 앉은 상황을 묘사한다고 해석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자식은 엄마에게 자식일 뿐이다. 시간이 흘러 엄마보다 훨씬 체격도 커지고 힘도 세지지만, 엄마 앞에서 자식은 여전히 그 너른 가슴에 기대어 쉬고 싶고 어리광을 피우고 싶은, 그저 아이일 뿐이다.
'풀잎 손'이라는 시어를 보며, 어머니의 거친 손, 일평생 일만 하느라 갈퀴처럼 변해버린 손이 떠올라 괜시리 뭉클해진다.
언제까지고 서로에게 그립고 그리운 존재, 엄마와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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