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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그림책

✔허은미 작가의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독서치료, 그림책, 대상영속성, 대상항상성, 피아제 이론)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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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

허은미,

웅진주니어, 2011

 

1. 작가 허은미

 

1964년생인 그는 그림책과 어린이 책에 글을 쓴 지 20년이 넘은 작가. 아동문학가이며 두 딸의 엄마다. 그동안 많은 글을 썼지만 아직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가슴을 두근거리며 산다. 나이가 들어도 잃고 싶지 않은 건 용기와 웃음. 그런 삶을 살고 싶어 오늘도 걷고 읽고 생각하고 꿈을 꾸는 작가의 그동안 쓴 책으로는 『우리 몸의 구멍』, 『진정한 일곱 살』, 『웃음은 힘이 세다』, 『쿵쿵이의 대단한 습관 이야기』,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 『코뿔소가 달려간다』, 『너무너무 공주』가 있다.

* 출처 : [네이버 인물 정보], [Yes 24]

 

 

2.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의 줄거리

 

한 여자아이가 있다. 그리고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비롯한 온 가족에게 잔뜩 화가 나 있다. 엄마는 아이가 사달라는 건 비싸다고 하나도 안 사주면서 엄마가 좋아하는 것만 많이 사고, 아빠는 아이에게는 일찍 자라고 하면서 정작 자기는 늦게까지 TV를 본다. 게다가 털 달린 동물은 싫다고 강아지도 못 기르게 한다. 언니는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날씬하고 예쁜 줄 알고, 자기 물건을 만지면 화를 낸다. 

가족이 너무 얄미운 아이는 자신의 땅굴을 파고 들어간다.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 살 거야, 강아지랑 햄스터도 많이많이 키우고, 먹고 싶은 것도 실컷 먹고, 늦게까지 잠도 자지 않을 거야.” 자기 마음대로 살기로 의기양양하게 결정한, 아이의 땅속 여행의 끝은 어디일까?

 

3. '백만 년'이 의미하는 것

 

백만 년이라, 가끔씩 만날 때마다 "백만 년 만이네요"라고 농담을 던졌던 후배 하나가 생각이 난다. '백만 년'은 사실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까마득한 시간이므로, 시한으로 정하기 어려운, 아니 시한의 그물 속에 담을 수 없을만큼 긴 시간을 의미하고 상징하는 말일 것이다. 

 

흔히 가족을 '애증의 관계'라고 한다. 혈연으로 이어져 있으니 생판 남보다야 애착이 가지만, 또 종종 얄밉고 짜증나는 그런, 양가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 

 

특히 내가 원해서 맺어진 사회적 관계(인 동시에 가장 기초적인 사회적 관계이다)가 아니다보니, 한 번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어쩌면 꽤 오랜 기간동안 깊어질대로 깊어진 감정의 골을 메우기가 어려운 존재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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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가족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툭하면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는(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사는) 엄마,

 

자기가 훨씬 더 뚱뚱하면서 아이에게 뚱뚱하다고 핀잔을 주는 아빠(날씬해지려는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예쁘고 똑똑하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사는 것 같은 언니, 

 

아이의 눈에는 그런 가족들의 행동이 이기적일 뿐더러, 그런 행동을 지적하는 아이에게 되돌아오는 피드백(?)은 터무니없는 변명과도 같을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가족들의 행동이 눈에 거슬렸던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의 얼마 안 되는 일생 속에서 쌓이고, 쌓이고, 또 쌓였던 앙금이 폭발한 것일터. 

 

 

엄마는 너무 해!
만날 내가 제일 좋다면서 툭하면 나한테 화를 내잖아.

 

이 책의 도입부에 나오는 이 장면, 그러니까 아이가 손에 들고 있는 헝클어진 실타래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마구 칠해버린 얼굴, 그리고 복받쳐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렵다는 것을 표현하듯 자신의 옷을 꽈악 쥐고 있는 오른 손에서, 아이의 분노가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다(실제로 아이들은 종종 분노의 감정을 그림에 표현한다).

 

따라서 아이가 자신만의 굴을 파기 위해 포클레인까지 이용하는 행동은 실제 행동인 동시에, 굴처럼 깊게 상처입은 아이의 내면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 주인공이 인형을 업고 있는 걸 보면 유치원생이란 느낌이 들지만, 이만큼 자신을 표현하는 걸 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구체적 조작기,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벗어나고 구체적인 논리에 근거를 두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다. 

아이는 부모님이나 언니의 태도를 보면서 사고를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봐도 너무들 했다. 만약 아이가 10세라고 가정했을 때, 10세 인생까지 배워온 옳고 그름을 따져가며 가족의 행동을 이해하려 해도 이성적 판단에서 어긋난다. 

배려라고는 없고 가장 힘없는 자신을 돌보지도 않고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 출처 : [그림책과 함께 하는 시공관 독서치료], 조난영,

4장 관계성에 따른 그림책, p.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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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달라는 건 비싸다고

하나도 안 사주면서

엄마가 좋아하는 것만 잔뜩 사고.

 

아빠도 정말 너무 해!

아빠는 늦게까지 텔레비전 보면서 나보고만 일찍 자래.

 

아아, 어른들이란 왜 이렇게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존재인 것일까? 도무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거의 우격다짐이다. TV 리모컨을 사수한 채, 채널을 여기저기 돌려가며 늦게까지 TV를 시청하는 아빠. 게다가 흐뭇한 저 표정이라니.

 

4. 그래, 내가 한 번 봐줬다

 

생판 남은 안보고 살면 그만인데, 가족은 딱 잘라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이 귀여운 바가지 머리(?)를 한 아이는 벌써 터득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의 행동은 대상항상성(Object Constancy)의 개념과 연결지을 수 있다. 대상항상성을 언급하기 전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대상영속성은 피아제(Piaget)의 개념으로, 예를 들어 눈앞에 있던 고무공을 천으로 덮어 보이지 않다고 해도 고무공이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것을 아는 능력이다.

대상영속성을 관계에 적용한다면 엄마가 잠깐 사라진다고 해도 엄마가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이다. 대상항상성은 대상영속성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엄마가 곁에 있건 없건, 엄마가 욕구를 충족시켜줬건 충족시켜주지 않았건, 엄마가 좋건 싫건 엄마라는 대상을 대하는 아이의 일관된 마음을 뜻한다.
(중략)

대상항상성은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해야 한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맺음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서 대상에 대한 일관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출처 : [그림책과 함께 하는 시공관 독서치료], 조난영,

4장 관계성에 따른 그림책, p. 157~158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개인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그 울타리 안에서 긴밀한 정서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소단위 사회가 바로 '가족' 이라는 것이다. 

 

혈연이든 아니든 가족은 보이지 않는 어떤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적인 관계이다. 속된 말로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무 자르듯 탁하고 자를 수 없다.

 

그래서 자신만의 굴을 파고 들어간 아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가족들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너무하고, 너무하지만 그래도 '가족'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기로 한다. 이것이야말로 애증이 교차하지만 대상항상성이 유지되는, 건강하고 역동적인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 아이와 함께 인형도 좌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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