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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그림책

✔이혜란 작가의 뒷집 준범이 (독서치료, 그림책 치료, 이웃, 어린 시절, 준범이네, 신흥반점, 모노크롬, 파스텔톤, 우리 가족입니다, 조손가정)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1.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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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영풍문고

 

■  「뒷집 준범이」,

이혜란, 2011

보림

 

1. 작가 이혜란

 

부산에서 자랐으며,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였다. 출판사와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니다가 한국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하였다.

2005년 『우리 가족입니다』로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대상을 받았는데,  『뒷집 준범이』는 후속작이다. 서로 돕고 아끼는,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어린이책을 만들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짜장면 더 주세요!』, 『뒷집 준범이』, 그린 책으로『돼지 오줌보 축구』, 『니가 어때서 그카노』,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산나리』등이 있다.

* 출처 : [알라딘 중고서점]

 

2. 뒷집 준범이의 줄거리

 

* 사진 출처 : 영풍문고

 

준범이네가 이사를 한다. 시장 골목 낮은 집, 작은 방이다. 앞집은 음식점이고, 그 옆에는 슈퍼와 미용실이 있다. 미용실 집 아이 이름은 공주다.

아이의 엄마는 왕비님처럼 예쁘고, 아빠는 임금님처럼 멋있다. 슈퍼 집 충원이는 동생 때문에 또 야단을 맞는다. 강희네는 자장면, 탕수육, 짬뽕 등 못 만드는 음식이 없다. 강희랑 동생 강우는 날마다 맛있는 것만 먹는다.

앞집 애들은 뭐든지 같이 하지만 준범이는 혼자다. "야, 너도 이리와. 같이 놀자" 라는 말에 준범이는 "안 돼!"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나가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이들이 준범이네로 몰려왔다. 같이 먹고, 같이 놀고, 어느새 아이들은 친구가 되었다. 

 

 

3. 준범이의 시선

 

어떠한 이유로(할머니가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는 전제) 집에 혼자 있는 준범이.

 

하지만 준범이 정도 되는 아이들의 에너지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밖에 나가서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싶고, 놀고 싶고, 뛰고 싶다. 

 

준범이에게 '밖'은 신기한 것 투성이다. 온갖 현란한 색과 왁자지껄함, 쉴새없이 달려가는 탈 것들, 형형색색의 사람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치는 풍경은 차갑고 냉랭하며 묵직하기까지한 모노크롬. 아마도 이것은 주인공 준범이의 마음 속 세상일 것이다. 

 

전작인 「우리 가족입니다」에서 묘사된 가족의 형태, 그러니까 (살림방이 딸린 작은 중국음식점이라는 공간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맞벌이를 하는 부모와의 추억, 즉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을 것이다. 사실, 대놓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매우 많은 가정에서 겪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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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 '나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뒷집 준범이는 그야말로 '나의 이웃'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아파트와 같은 집합주택에서 태어나, '0000호 준범이' '0000호 아주머니'하는 호칭이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는 일견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즉, 빌라, 아파트, 원룸 투룸 등의 집합주택으로 우리들의 '집'이라는 공간개념이 바뀐지 오래이므로, 시골이나 변두리 어디쯤을 제외하고는 예전 '누구누구네 집 누구'라는, 이웃에 대한 호칭 자체가 변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공간에 대한 개념 - 내가 태어난 집에서 삶을 영위하다가 삶을 마감할 가능성이 아주 낮아져서, '거주'에 대한 개념이 '필요에 따라 일정기간 머무는' 형태로 바뀌었다 - 이 바뀌면서, 한 집에 평생동안 거주하는 경우가 드물어지다 보니, 사실 우리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희박해졌다. 

 

 

물론, 단순히 옆집에 누가 사는지, 윗집에 누가 사는지 꼭 알아야만 '인간적인 것'은 아니다.

 

그 이웃이 내게 잠정적으로 해를 끼칠 인물일지도 모르고, 특히 정해진 기간동안에만 거주하는 경우(이웃 또한 마찬가지로)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떠날텐데, 내 인생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어떤 것은 옳고, 어떤 것은 그르다는 말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에게 집이란 공간이란 무엇이고,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키느냐 일 것이다. 시종일관 짙게 깔려있는 스모그처럼, 준범이에게 집이란 지나치게 조용하고 쓸쓸한 공간이다.

 

나가고 싶지만 나갈 수 없는, 그래서 외부환경에 사는 사람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관찰할 수 밖에 없는 준범이. 

 

아마도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조손가정일 수 있는 준범이네('아이의 엄마는 왕비님처럼 예쁘고, 아빠는 임금님처럼 멋있다', 라는 구절에서 준범이의 부모는 현재 함께 살지 않거나, 적어도 자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닐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준범이가 관찰하고 있는 자신의 또래 아이들의 옷(또는 장난감)에는 채색(어른들도 옅게 채색이 되어있지만 그보다는 아이들의 옷이 더 화려하게 채색이 되어 있다)이 되어있다).

 

 

①좌측 사진 : 미용실집 아이와 부모님. 왕비님처럼 예쁜 엄마와, 임금님처럼 멋진 아빠. 그러니 왕비님과 임금님의 딸인 그 아이도 '공주'인 게 당연하다. 아이는 인형을 안고 있으며, 엄마가 머리를 만져주고 있는 아이는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다.

②우측 사진 : 슈퍼집 아이들과 부모님. 슈퍼집 충원이는 오늘도 동생때문에 야단을 맞는다. 부모님은 아마도 슈퍼 뒤 창고에서 물건을 가지고 나오거나 들이는 중. 조금 시끌벅적하고 티격태격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 냄새가 나는 집이다.

 

개인적으로는 준범이네와 같은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그런지, 그 아이들이 얼마나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는지, 자기가 신나게 노는 모습을 지켜봐주는 존재를 얼마나 갈구하고 있는지,

 

왜 그 아이들의 세상이 모노크롬일 수밖에 없는지, 가슴 한 켠이 아파올 정도로 절절하게 다가왔다.

 

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준범이의 얼굴을 본다. 당신의 곁에도 지금, 준범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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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글씨처럼 보이는 글은 마치 준범이가 그날그날의 일기를 써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림책은 전반적으로 무채색이지만 아이들과 장난감, 강아지는 파스텔 톤의 색감으로 강조했다. 준범이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강조하게 위해 덧입혀진 것으로 보인다.

(중략)

준범이에게 집은 생기 넘치는 공간이 아니라 조용하고 쓸쓸한 공간이다.

(중략)

강희와 충원이, 공주는 집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세 아이와 준범이 사이, 집이란 공간에 대한 느낌의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가능하다. 

* 출처 : [그림책과 함께하는 시공관 독서치료],

공간성에 따른 그림책,

「뒷집 준범이」, p.87

 

◆  당신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집은 

누구의 집이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어떤 느낌을 갖게 하는가? 

 

어린 시절, 창문 밖으로 

바라보곤 했던,

당신이 살던 그 거리의 풍경은 

어떠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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