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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허난설헌 한시 모음(동선요, 채련곡, 동선기, 곡자, 감우, 좋은 한시, 좋은 시, 아름다운 한시, 황대사, 허균,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 한시 감상, 앙간비금도)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2.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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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許蘭雪軒)은 조선 중기의 여성 시인이고,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이이기도 하다. 이미 그녀의 삶을 다룬 동명의 드라마도 제작되었고, 시가 교과서에도 실린 바가 있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오늘은 허난설헌의 한시 몇 편을 옮겨보도록 하겠다. 

 

 

 

 

허난설헌의 표준 영정. 출처 위키백과

 

 

💬 허난설헌(1563~1589)은 조선 중기의 시인, 작가, 화가이다. 본명은 초희, 다른 이름은 옥혜이다. 난설헌은 그의 호이다. 본관은 양천.

이달(李達)에게 시와 학문을 배워 천재적인 시재(詩才)를 발휘하였다. 1577년 김성립(金誠立)과 결혼했으나 밖으로만 도는 남편으로 인해 결혼 생활은 원만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시작으로 달래어 섬세한 필치와 독특한 감상을 노래했으며, 애상적 시풍의 특유의 시 세계를 이룩하였다.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문인의 한사람이며, 300여 수의 시와 기타 산문, 수필 등을 남겼으며 213수 정도가 현재 전한다. 서예와 그림에도 능했다. 남편 김성립과 시댁과의 불화와 자녀의 죽음과 유산 등 연이은 불행을 겪으면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 출처 : [위키백과], 허난설헌

 

 

 

 

 

 

동선요(洞仙謠 : 동선의 노래)


자주빛 퉁소 소리에 붉은 구름 흩어지니

주렴 밖 서리 차가운데 앵무새는 지저귀는구나

깊은 밤 외로운 촛불이 비단 휘장 비추니

이따금 성근 별이 은하수를 건너 가네

은빛 물시계 부딪히는 소리 서풍에 울려오니

이슬 젖은 오동나무 가지에서 밤벌레가 우네

인어가 짠 비단 수건 위에 밤새 눈물 흘리니

내일이면 응당 붉은 점들 군데군데 남았으리라


紫簫聲裏彤雲散 
자소성리동운산

簾外霜寒鸚鵡喚 
염외상한앵무환
 
夜闌孤燭照羅帷 
야란고촉조나유

時見疎星度河漢 
시견소성도하한
 
丁東銀漏響西風 
정동은루향서풍

露滴梧枝語夕蟲 
노적오지어석충
 
蛟綃帊上三更淚 
교초파상삼경루

明日應留點點紅 
명일응류점점홍

- 허난설헌, 《동선요(洞仙謠)》 전문

 

 

허난설헌은 어려서부터 천재 또는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8세 때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이라는 한시를 지어 주변의 어른들을 놀라게 하였다고 한다. 

 

'광한전 백옥루'는 현실세계에 있는 건축물이 아니라 신선의 세계에 있는 가상의 궁전으로, 시의 내용은 자신이 그 궁전의 상량식(上樑式 ;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리는 전통 의식(출처 [네이버 지식백과])에 초대를 받아 그 상량문을 짓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녀는 어려서부터 신선의 세계를 동경하였는데, 그것은 이후 이어진 굴곡진 삶속에서도 현실을 버티어나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위의 한시 《동선요》는 집필된 시기와 저자를 알 수 없다고 전해지는 소설 동선기(洞仙記)》를 기반으로 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인 '동선'은 기생의 이름이다.

 

사랑하는 남성이 적에게 포로로 잡히자, 스스로 적진 속으로 뛰어들어가 그를 구해내고, 이상향을 찾아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골자인데, 이 시에서는 그 동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여인이 부르는 노래로 설정했다. 

 

허난설헌이 과연 《동선기》를 실제로 읽었는지 어떤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그와 관련이 깊은 것만큼은 확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이 시는 색깔, 소리, 느낌, 감상 등이 총체적으로 동원되는, 매우 감각적인 한시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시인의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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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련곡(采蓮曲 : 연밥을 따며 부르다)


가을날 맑은 호수는 푸른 옥처럼 흐르는데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 매어두었네
당신을 만나려고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키는 바람에 반나절을 부끄러웠네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荷花深處繫蘭舟
하화심처계란주
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련자
遙被人知半日羞
요피인지반일수

- 허난설헌, 《채련곡(采蓮曲)》, 전문

 

 

이 시의 2연에 나오는 '란주(蘭舟)'는 '목란주(木蘭舟)', 즉 작은 배를 아름답게 칭하는 이름이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조선시대 한시 읽기 중).

 

'채련곡'은 '연밥을 따며 부르는 노래'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허난설헌의 시가 모두 이상세계만을 노래한 것은 아니고, 이처럼 여기와 지금, 즉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려고 물 건너편으로 연밥(연밥은 연꽃의 씨이다)을 던지다가 남에게 들키는 바람에 '반나절을 부끄러워 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원래 중국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호감을 표시할 때 호수로 나와 연밥을 딴 다음 그것을 물에 던지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는데, 시적 화자도 그것을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조용하고 맑은 호수에 몇 개인가의 연밥이 떨어지면 소리도 나고, 파문도 일어날 것이다.

 

이는 호수 건너편에 그 사람에게 전달하려는 애틋한 마음인데, 되려 딴 사람이 돌아보니 이 어찌 창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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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앙간비금도>와 친필. 출처 위키백과

 

 

2023.07.04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여름 한시 모음(한국의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초여름 한시, 매월당 김시습, 주경, 이규보, 하일즉사, 허균, 초하성중작, 여름 관련 한시)

 

✔여름 한시 모음(한국의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초여름 한시, 매월당 김시습, 주경, 이규보,

■ 시(한시) 아래에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한시)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분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일 뿐입니다. 오해나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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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자(哭子 : 아들 딸을 여의고)



지난 해 귀여운 딸아이 여의고

올해는 사랑스런 아들을 잃다니

슬프고 서러워라 광릉 땅이여

두 무덤 나란히 앞에 있구나

사시나무 가지에는 쓸쓸한 바람 불고

숲속의 도깨비불 희미하게 빛나네

종이돈을 살라 너희의 넋을 부르며

무덤에 술잔 올리며 제를 올리네

너희의 넋이야 오누이인 줄 알고

밤마다 서로 어울려 놀겠지

비록 다시 아기를 가졌다고 한들

어찌 잘자라기를 바랄 수 있으리오

부질없이 황대사를 읊조리다가

애끓는 피눈물에 목이 메이는구나.


去年喪愛女

거년상애녀

今年喪愛子
금년상애자

哀哀廣陵土
애애광릉토

雙墳相對起
쌍분상대기

蕭蕭白楊風
소소백양풍

鬼火明松楸
귀화명송추

紙錢招汝魂
지전초여혼

玄酒存汝丘
현주존여구

應知第兄魂
응지제형혼

夜夜相追遊
야야상추유

縱有服中孩
종유복중해

安可糞長成
안가분장성

浪吟黃坮詞
낭음황대사

血泣悲呑聲
혈읍비탄성

- 허난설헌, 《곡자》,전문

 

 

허난설헌의 남편인 김성립은 자신보다 그녀의 글재주와 그림 실력이 뛰어나자 그녀를 피해 밖으로만 나돌았고(후에 급제하여 관직에 나갔으나 종 9품에 머물렀다), 시어머니는 그녀를 구박하고 질시하였다. 

 

이런 숨이 막힐 듯한 상황 속에서 1580년 자신의 아버지인 허엽이 그만 객사(후에 어머니 김씨도 객사한다)하게 되는데, 그 이후 아들과 딸을 연이어 병으로 잃게 된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뱃속에 아이마저 사산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남편은 풍류만을 즐길 뿐이었다.

 

아들과 딸을 거의 일 년 간격으로 잃고, 그 무덤 앞에서 제를 올리는 그녀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가히 짐작하기가 어렵다.

 

즉, 그녀는 한꺼번에 세 명의 자식을 잃은 것이다. 

 

시 후반부에 등장하는 '황대사(黃坮詞)'는 중국 당나라의 '장회태자'로 일컬어지는 이현(李賢)이 지은 시로, 당 고종 때의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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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고종에게는 여덟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위로 네 명은 유명한 측천무후(무즉천)의 소생이었다.

 

고종은 첫째인 홍(弘)을 태자로 세웠으나, 두번째 왕비인 계후(측천무후)가 그를 시기하여 독살을 하고 만다. 이에 둘째인 현(賢)을 태자로 삼자, 수심에 가득찬 그는 황대사'를 지어 악공에게 부르게 하였다.」

 

이는 고종과 측천무후를 일깨워주려는 의도였으나, 그도 결국 쫓겨나 죽임을 당하고 만다.

 

허난설헌도 이를 통해 남편과 시어머니를 일깨우려고 했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1589년 나이 27세에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하고 말았다.

 

그녀는 사망하기 직전 자신의 시며 그림을 모두 불태웠는데, 그녀의 사후 이를 안타깝게 여긴 동생 허균이 이전에 필사했던 것과 기억하고 있던 것, 그리고 그녀의 친정집에 남아있던 시들을 모아 「난설헌집」을 펴냈다.

 

후에 그녀의 시는 명나라와 일본으로 전해져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비록 유언을 따르지는 않았지만, 만약 허균이 그녀의 작품을 따로 펴내지 않았다면, 오늘날 허난설헌의 천재성은 말로만 전해졌을지도 모른다.

 

 

 

 

 

 

감우(感遇 : 우연히 마음이 일어)


하늘거리는 창가의 난초
가지와 잎이 그리도 향기롭더니

가을 바람 잎새에 한 번 스치자
슬프게도 찬 서리에 다 시들어버렸네

빼어난 그 모습은 이울어져도
맑은 향기만은 끝내 죽지 않아

그 모습 보니 내 마음이 아파
눈물이 흘러 옷소매를 적시네


盈盈窓下蘭
영영창하란

枝葉何芬芳
지엽하분방

西風一被拂
서풍일피불

零落悲秋霜
영락비추상

秀色縱凋悴
수색종조췌

淸香終不死
청향종불사

感物傷我心
감물상아심

涕淚沾衣袂
체루첨의몌

- 허난설헌, 《감우》, 전문

 

 

 

허난설헌

하늘거리는 창가의 난초 가지와 잎 그리도 향그럽더니, (盈盈窓下蘭 枝葉何芬芳)/ 가을 바람 잎새에 한번 스치고 가자 슬프게도 찬 서리에 다 시들었네. (西風一被拂 零落悲秋霜) / 빼어난 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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