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
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
그리고 해설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따라서 시의 내용과는 크게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사는 일
1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일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개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에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2
세상에 나를 던져 보기로 한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퇴근 버스를 놓친 날 아예
다음 차 기다리는 일을 포기해 버리고
길바닥에 나를 놓아버리기로 한다
누가 나를 주워가 줄 것인가
만약 주워가 준다면 얼마나 내가
나의 길을 줄였을 때
주워가 줄 것인가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시험 삼아 나는 세상 한복판에
나를 던져 보기로 한다
나는 달리는 차들이 피해 가는
길바닥의 작은 돌멩이
- 나태주, 《사는 일》, 전문
✔[봄날 시 모음] 짧은, 좋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시, 나해철 봄날과 시, 용혜원 봄꽃 피는 날, 나
■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그리고 해설이 아닌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따라서 시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봄
narrare3.tistory.com
대단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오늘도 묵묵하게 내게 맡겨진 일을 하는 것, 해본 사람은 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때론 한숨이 나오고 때론 이리저리 부딪히고 너덜너덜해진 마음만 남아, 돌아오는 길.
내 말에는 무조건 '그건 아니야'라고 반대부터 하는 사람들과 앞에서만 내 편인 척하다가, 안 보이는 곳에서는 나에 대한 온갖 불편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사람들에게 문득문득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도 이런 날들을 참고 견디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 견고한 시간들이 되겠지, 하며 스스로를 또 위로하고 안아준다. 사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힘이 되는, 위로가 되는, 감동적인 짧은 시모음(좋은 시, 좋은 글, 정호승, 바닥에 대하여, 물
바닥에 대하여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narrare3.tistory.com
문턱에서
요가학원에 갔다가
숨 쉬는 법을 배웠다
가슴을 끝까지 열면
발밑까지 숨을 채울 수 있다
숨을 작게 작게 쉬다 보면
숨이 턱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되면
그러면 그게 죽는 거고
나는 평평한 바닥을 짚고 서 있었다
몸을 열면
더 좋은 숨을 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몸을 연다는 게 무엇인지 몰랐지만
공중에 떠 있는 새의 호흡이나
물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호흡을 상상해
숨이 턱 밑으로
겨우겨우 내려가는 사람들이 걸어간다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두 눈은 붉은 열매 같고
행진을 한다
다 같이 모여 있다
숨을 편하게 쉬어봐
좀 더 몸을 열어봐
나는 무언가 알게 된 사람처럼
유리문을 연다
- 안미옥, 《문턱에서》, 전문
온 | 안미옥 - 교보문고
온 |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안미옥 시인의 첫 시집 ?온?이 ‘창비시선’ 408번으로 출간되었다. 등단작[식탁에서]와 [나의 고아원]에서 익숙한 것에서
product.kyobobook.co.kr
💬 저자 안미옥은 1984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안미옥
너무 화가 났거나, 너무 슬픈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흥분 또는 지독한 고통이 만들어내는 과호흡, 아니면 평상시 나의 호흡이 아닌 그 어떤 것은, 쉽게 가라앉거나 회복되기가 상당히 어렵다.
어떤 극적인 상황을 맞았을 때 심호흡을 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 원래 나의 호흡을 되찾고 정신을 차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 그것을 회복 탄력성 등의 말로 대체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 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좋은 일보다는 그저 그렇거나, 나를 지치게 만드는 일이 더 많은 하루. 눈을 조금 들어 깊은숨을 쉬어야 할 일은 많지만, 사실 그런 여유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의도적으로나마 바닥까지 떨어진 나의 호흡을 다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조금이라도 더, 견뎌내야 하기에.
너의 때가 온다
너는 작은 솔 씨 하나지만
네 안에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들어있다
너는 작은 도토리알이지만
네 안에는 우람한 참나무가 들어있다
너는 작은 보리 한 줌이지만
네 안에는 푸른 보리밭이 숨 쉬고 있다
너는 지금 작지만
너는 이미 크다
너는 지금 모르지만
너의 때가 오고 있다
- 박노해, 《너의 때가 온다》, 전문
✔위로가 되는, 힘이 되는, 짧고 좋은 가을 사랑 시 모음, 박노해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황인찬
■ 시 아래 쓰여 있는 각각의 글들은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해석,그리고 해설이 아닌개인의 소소한 감상입니다.따라서 시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없을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narrare3.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