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노인경 글. 그림,
문학동네, 2012
- 2013 브라티슬라바
국제원화전시회
황금사과상 수상작
■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국제원화전시회는 국제아동도서협의회와 유네스코 후원으로 2년마다 열리는 행사로, 그랑프리 1명과 황금사과상 5명 등을 선정한다.
1. 쓰고 그린이 노인경
✅ 이 책을 쓰고 삽화를 그린 노인경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뒤 이탈리아로 건너가 순수미술을 공부했다. 쓰고 그린 책 《책 청소부 소소》로 2012년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었으며, 그 밖에도 《고양이가 맨 처음 cm를 배우던 날》, 《왕창 세일! 엄마 아빠 팔아요》, 《신나는 마술사》, 《고양이야, 미안해!》, 《기차와 물고기》,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등 많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다.
* 출처 : [영풍문고], 저자 및 역자정보
2.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Bologna Children's Book Fair)은 이탈리아의 에밀리아아로마냐주 '볼로냐'에서 매년 봄에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문학 박람회이다. 첫 개최(지)는 1964년 4월 4일, 볼로냐에 있는 궁전 '팔라조 레 엔조((Palazzo Re Enzo)' 였으며, 2021년 현재 57회를 맞았다.
✅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2021 볼로냐 라가치상에서 이지은 작가의 ‘이파라파냐무냐무’(사계절)가 코믹스 유아 그림책 부문 대상(Winner)을 수상했다. 이수지, 밤코, 박현민 등 3명은 우수상(Special Mention)에 이름을 올렸다.
* 출처 : [한국일보], 이지은 작가 '이파라파 냐무냐무'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 수상 기사 中,
(2021, 06. 02)
3.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의 줄거리
✅ 코끼리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간다. 머리에는 파란 물방울이 담긴 양동이를 이고 힘겹게 집으로 가고 있다. 가뭄이 들어 물을 구하러 길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달려가지만, 집으로 가는 길은 험하고도 멀기만 하다.
뜨겁게 내리쬐는 뙤약볕에 금방 지치고, 귀신이 숨어 있을 것 같은 캄캄한 동굴을 지나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고도 당하면서
집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양동이의 물은 점점 줄어든다.
그래도 아저씨는 자전거를 멈추지 않는다. 두려움의 무게 때문에 자꾸만 아래로 처지는 코를 힘주어 바짝 세우고, 달리고 또 달린다. 집에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아스팔트는 벌겋게 달아오르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체력이 금방 방전이 된다. 촉촉하게 내리기라도 하면 그나마 좀 나을텐데, 비는 예고도 없이, 내렸다하면 짧은 시간동안에 실로 엄청난 양을 쏟아붇고 언제 그랬냐 싶듯, 금방 땡볕이 시작된다.
그야말로 사우나에 바가지로 물을 퍼붓는 격이다.
모두가 축축 늘어지는 여름의 한 가운데이다. 특히 일하는 사람들에게(또한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외부로 나가야하는 사람들에게), 더위는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 중의 하나이다.
끈적끈적한 몸, 뜨거운 공기, 밀려드는 짜증. 한껏 데워진 대지는 밤에도 그 열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하지만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가 없기에, 냉수 혹은 냉커피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오늘을 견딘다. 자신을 포함한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다는 것은, 참을 인(忍)을 하루에 공중, 그리고 심중에 몇 번이고 새기고 되뇌어야 하는 작업이다.
즉, 이겨내야 할 것은 더위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를 더욱 열받게 한다. 코끼리 아저씨의 머리 위에 위태위태하게 올려진 양동이 속 물(방울)처럼, 하루를 견딘다는 것은 수많은 위험과 유혹, 그리고 두려움을 뚫어야만 하는 여정이다.
그것이 내 자신이든, 가족이든, 무언가를 먹여 살리는 일은 가뭄 속 물을 구하러 길을 떠난 코끼리 아저씨의 절박함과 다르지 않다.
✅ 100개의 물방울은 가뭄으로 물이 귀하다는 표현이겠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물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더없이 소중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선인장의 열매는 어렵고 힘든 과정을 참고 견뎌낸 후에 얻을 수 있다. 코끼리 아저씨가 물을 길어 집에 돌아가기까지의 여정 또한 쉽지 않을 테지만 그 후 아저씨가 만끽하는 기쁨이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출처 : [그림책과 함께하는 시공관 독서치료],
조난영, 관계성에 따른 그림책, p.116
4. 견디어 낸다는 것
머리에 100개의 물방울이 담겨있는 동이를 이고 집으로 가는 코끼리 아저씨. 멀고도 험한 길이지만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얼굴에는 미소가 감돈다.
하지만 우리의 길은 내내 평지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울퉁불퉁한 길에 자전거는 덜컹거리고, 소중한 물방울들이 하나 둘 동이에서 떨어져 나온다. 예상하지 못한 위험도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렇듯 우리의 하루는 가뭄 속에서 물을 구하는 코끼리 아저씨의 여정과 닮아있다. 흐르는 땀과 눈물조차, 그대로 삼켜야 할 때가 있다.
✅ 노인경 작가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 그림책을 발간했다고 한다. 그녀는 여러 동물 중 아버지를 상징하는 동물로 몹집이 큰 코끼리를 선택했다. 그러나 주인공인 코끼리 아저씨는 괴물이 나타날까 봐 겁을 먹고, 벌이 무서워 허겁지겁 도망치는 데다 속상하면 눈물을 짓기도 한다.
'아버지가 뭐 이래?' 라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네 아버지들은 아버지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무게에 눌려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코끼리 아저씨는 감추지 않았을 뿐이다.
* 출처 : [그림책과 함께하는 시공관 독서치료],
조난영, 관계성에 따른 그림책, p.116
꼭 아버지 뿐이랴. 하루를 견디어내는 우리 모두는 영웅이다.
작가가 아주 작은 점들이 모여서 만든 이미지, 즉 픽셀(Pixel)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을 통해 섬세하고 촘촘한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듯이, 우리도 성별과 역할을 떠나 우리 자신에게 시원한 사랑의 물방울을 뿌려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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