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초의 흡혈귀 영화, 그리고 브램 스토커
원제가 Nosferatu, Eine Symphonie Des Grauens, 즉 '노스페라투, 공포의 교향곡'인 이 영화는 독일 표현주의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Friedrich Wilhelm Murnau)이 1922년 제작한 '최초의 (장편)흡혈귀 영화'이다.
💬 독일 표현주의는 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대 베를린에서 절정에 이르렀던 여러가지로 연결된 창작적 운동이다. 넓게 보면 북유럽과 중부유럽에서 일어난 표현주의 운동의 일부로 볼 수있다. 1920년대 유럽의 여러가지 문화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스타일을 실험하며 변화를 시도하였다.
자금이 부족했던 최초의 표현주의 영화들은 비현실적이고 기하학적으로 이상한 배경을 사용하였고, 소품과 조명은 벽과 바닥에 그리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내용은 광기, 배신 및 액션/로맨스 영화에 비교하여 지적인 주제들을 다뤘다.
최초의 표현주의 영화로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노스페라투 등이 있으며, 후기 표현주의 영화로는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와 M (1931년 영화)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현실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었다. 외면보다는 내면의 현실을 표현하기 위하여 극단적인 왜곡을 사용하였다.
표현주의의 극단적인 비현실주의는 오래가지 않았지만, 표현주의의 주제는 1920년대와 1930년대의 영화에 흡수되었다. 나중에 여러 독일 영화인들이 미국으로 이민하여 성공적인 헐리우드 영화를 만들어냈다.
특히 호러 영화와 느와르 영화는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은 장르이다.
* 출처 : [위키백과] 독일 표현주의 中
독일 표현주의(영화)는 뭐 위와 같은 발전을 이룩해왔다고 한다. 즉, 비현실적(으로 높거나 뾰족한 각이 있는 건축물 등)이고 기괴한 세트와 배경 등을 즐겨 사용했다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된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무르나우 감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 Dracula, 1897」를 거의 무단으로 각색하여 이 영화를 만들었다.
F. W. 무르나우는 이른바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고자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꾸는 등(일테면 「드라큘라」에 나오는 드라큘라의 이름을 '올록(또는 오를록)'으로, 조너선 하커를 '후터' 로 바꾸는 등)으로 나름의 노력(?)을 했다.
소설 「드라큘라」를 읽어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영화 「노스페라투」는 세부적인 설정을 제외하고는, 소설을 대놓고 베낀 것이나 다름없다.
소설 「드라큘라」는 민속학에 정통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학의 교수로부터 흡혈귀 전승을 접한 후 착상을 떠올린 브램 스토커가 그 후 몇 년 동안 도서관을 다니며 유럽 설화와 전설을 면밀하게 조사한 끝에 집필한 - 일기, 전보, 편지, 신문기사 등을 소설 속에 활용해 마치 실제 일어난 듯한 사건처럼 생생하게 묘사했다 - 작품이다.
아무튼 허락없이 남의 저작물을 함부로 베끼는 행위는 아래와 같은 당연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 영화가 나왔을 당시 브램 스토커는 이미 작고한 상태(1912년 사망)였는데, 그의 부인인 플로렌스 스토커(Florence Stoker)가 저작권 소송을 진행하여, 이 영화의 필름이 모두 소각되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다행 중 불행인지, 소송이 진행되기 전 이미 해외로 유출된 복사본이 존재했으니, 그것이 바로 현재의 우리들이 접할 수 있는 영화 「노스페라투, 공포의 교향곡」인 것이다.
2. 줄거리
✅ 크노크라는 괴상한 노인의 부동산 중개소 직원인 후터(Hutter: 구스타프 폰 방엔하임 분)는 비스보르크라는 한 소도시에 그의 부인 엘렌(Ellen: 그레타 쉬레더 분)과 살고 있었다. 어느날 크노크는 비스보르크에 집을 한 채 사겠다는 오를록 백작(Graf Orlok: 막스 쉬렉 분)의 편지를 받고 후터를 백작의 성으로 급히 보낸다.
후터는 자신이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것을 슬퍼하는 부인을 친구인 하딩의 집에 머무르게 하고 백작의 성을 향해 떠난다. 길을 가다 어느 덧 해가 저물어 한 여관에 머무르게 된 후터는 우연히 조그마한 책자를 발견한다. 책에는 흡혈귀에 대한 섬뜩한 이야기가 씌여 있다. 이 영화의 사이 사이에는 훗날 비스보르크에서 일어날 일을 예언이라도 하는 듯한 내용이 삽입되어 있다.
다음날 다시 백작의 성을 향해 길을 가던 도중 고갯길에 다다르자 공포감을 느낀 짐꾼들은 더 이상 가기를 거부하고 후터는 할 수 없이 혼자서 길을 떠난다. 그런데 이때 어디선가 기괴한 인상의 마부가 홀연히 나타나 후터를 목적지인 오를록 백작의 성까지 눈깜짝할 사이에 데려다 준다.
성에 도착한 후, 어딘지 섬뜩한 느낌을 주는 오를록 백작을 만난 후터는 식사대접을 받고 하룻밤을 지낸다. 다음날 목에 무언가 물린 자국이 난 것을 발견하지만 후터는 모기에게 물린 것으로 간주해 버린다.
다시 오를록 백작과 만나 집에 대한 매매 이야기를 하는 도중 우연히 백작은 후터의 부인 엘렌의 사진을 보게된다. "당신 부인의 목이 참 아름답군요"라면서 백작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후터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집을 사겠다고 하는데...
* 출처 : [네이버 영화], 노스페라투
3. 영화의 설정들
소설 「드라큘라」속에 묘사되어 있는 흡혈귀와 영화 「노스페라투」 속에 묘사되어 있는 흡혈귀는 세부설정에 있어서 다른 점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소설 속에서 흡혈귀가 햇볕(자외선)을 받으면 힘이 약해지기는 하지만 죽지는 않는 것 - 즉 낮에도 활동이 가능하다 - 과 달리,
(1) 영화 「노스페라투」 속에서는 올록 백작이 햇볕으로 인해 죽음에 이른다는 설정이 최초로 사용되었다 :
즉, 재로 변하지는 않지만(약간의 '연기'가 묘사되어 있기는 하다)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묘사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아는 '흡혈귀는 햇볕을 받으면 죽는다'는 설정을 창조해낸 것이다(당시의 기술적 측면을 고려할 때, 영화 속에서 올록 백작의 죽음은 매우 시적(詩的)으로 묘사된다).
즉, 역설적이게도 최초의 것을 모방한 모조품이, 최초의 것을 뛰어넘어 대중에게 각인되었다.
(2) 소설 「드라큘라」속에서는 흡혈귀가 '박쥐'의 형태로 종종 나타나지만, 영화 「노스페라투」에서는 '쥐'다 :
소설 속에서의 드라큘라는 종종 커다란 박쥐의 형태로 변신하는 묘사가 있는데, 영화 속에서 올록 백작은 쥐떼를 이용하여 전염병을 퍼뜨린다(아래의 포스터를 보면 올록 백작의 관에서 쥐떼가 쏟아져 나온다).
이는 또한 영화 「노스페라투」의 올록 백작의 외모에서도 잘 알 수 있는데, 현대의 영화 속에서 흔하게 묘사되는 '박쥐스러운' 흡혈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커다란 쥐와 흡사한 모습으로 나온다.
💬 노스페라투는 흡혈귀의 별칭 중 하나인데, 어원은 그리스어로 ‘병을 옮기는 자’(nosophoros)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노스페라투는 현재 책이나 영화에서 흡혈귀 하면 그려지는 성적인 이미지와 영생을 하는 특별한 힘을 가진 흡혈귀와는 다르다. 공포심을 유발하기보다는 오히려 소름 끼치고 기분 나쁜 느낌을 전달한다고 보는 편이 맞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노스페라투
[Nosferatu, eine Symphonie des Grauens]
(세계영화작품사전 : 공포영화, 이화정, 김영진)
이외에도 영화 「노스페라투」는 흡혈귀 퇴치에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마늘이나 십자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아 흡혈귀를 몰아낸다는 설정 등등, 소설과 다른 점도 꽤 있다.
■ 현재 「노스페라투」는 너튜브 등에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감상하실 수 있다. 물론 나름대로 단련된(?) 현재의 관객들에게는 그냥 심심할 수 있지만, '최초의 장편 흡혈귀 영화'로서 지금은 클리셰가 된 여러 장면(일테면 올록 백작이 누운 채로 '똑바로' 일어나는 장면)들을 직관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대를 뛰어넘어, 흑백무성영화가 주는 그로테스크함과 신선함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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