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 시간에는 이집트 신화 속 괴물 중 저승 두아트에 살며 죽은 자의 심장을 먹어치우는 암무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암무트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란다.
1. 태양신 라(Ra)를 적대하는 혼돈
스스로 열을 내는 천체인 항성, 태양의 빛을 통해 식물들은 광합성을 하고, 인간과 동물이 그렇게 해서 자라난 식물을 먹는 순환 체계가 일어난다.
말하자면 지구의 동식물은 태양의 빛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삶 자체를 영위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신화 속에서 고대인들은 그 태양의 존재를 신격화하여 종종 숭배하였으며, 이름과 디테일만 조금씩 다를 뿐 태양의 힘을 경외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즉, 많은 문화권에서 드러나는 태양신은 태양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부분을 인격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빛의 반대는 어둠이다.
별이 태어나기 이전, 또는 우주가 생성되기 이전, 아무것도 없이 캄캄하고 텅빈 상태를 우리는 흔히 혼돈(카오스, Chaos)이라고 부르는데, 마침내 대기와 대지를 가진 지구와 같은 별이 태어나면서 혼돈의 상태는 끝이 난다.
그리스 신화, 이집트 신화, 중국의 신화 등등 각국의 창세 신화에는 어떤 형태로든 혼돈과 빛의 격돌이 일어나고, 그 싸움에서 빛(태양)이 승리하는 양상으로 흘러간다.
이집트 신화도 마찬가지인데, 고대 이집트 제 5왕조 시대부터 주신으로 숭배받았던 라(Ra, Rah, Ré)가 바로 태양신의 이름이다.
💬 고대 이집트 신화에 따르면, 라는 태양의 돛단배(혹은 태양의 배)를 타고 천상의 나일강 즉, 은하수를 따라 항해한다.
라가 태양의 돛단배를 타고 하늘의 여신인 누트를 따라 동에서 서로 향하면 낮이 되고, 서쪽에서 땅의 신 게브 아래로 내려가 다음날 동쪽 땅에서 나타나기까지는 밤이 된다고 이집트 사람들은 믿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태양이 지는 것은 죽음으로, 태양이 뜨는 것은 부활로 보아 서쪽땅은 죽음의 땅 동쪽 땅은 부활의 땅으로 보았다.
* 출처 : [위키 백과], 태양신 라
바로 태양신 라가 태양의 돛단배를 타고 앞서 말했던 사후세계인 두아트로 넘어가는 계곡에 살고 있는 것이 바로 혼돈과 어둠을 상징하는 괴물 뱀 '아펩(Apep)'이다.
이집트 신화 속에서 태양신 라는 빛, 질서, 그리고 정의를 상징하고 있는데,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그 반대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아펩은 혼돈, 무질서, 어둠, 그리고 악을 상징하고 있다.
2. 괴물 뱀 아펩
아펩은 단순한 뱀이 아니라 그 능력이 '눈빛만으로 라를 포함한 다른 쟁쟁한 신들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며, 태양신 라의 오랜 적수로 이집트 신화에 등장한다(즉, 아펩은 혼돈과 어둠의 신이다).
잘 아시다시피 태양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태양이 지는 것을 죽음으로, 태양이 뜨는 것을 부활로 보았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자연의 과정을 태양신 라와 아펩의 격돌로 본 것이다.
아펩은 태양신 라의 오랜 적수로
매일 태양을 삼키려고 한다.
아펩은 해가 지는 산에서 매일 라를 기다린다.
- 출처 : [세계 괴물 백과], 류싱,
현대 지성, p. 61
고대 이집트의 여러 그립들 속에서, 아펩은 태양신 라가 타고 있는 돛단배를 공격하기도 하고 라를 통째로 삼키려고도 하지만, 승리는 라의 것이다(왜냐하면 태양은 어김없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아래의 그림에는 태양신 라의 '일부'인 여신 바스테트(Bast, Bastet)가 고양이(귀가 길어서 언뜻 토끼처럼 보이지만 고양이다)로 변신하여 아펩과 싸우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바스테트가 '라의 일부'라고 묘사되어 있다는 부분이었는데, 이는 태양신 라가 기본적으로 정해진 성(性)이 없는(성을 초월한) 존재라는 의미도 되고,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 Jung)이 제시한 바가 있는 남성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원형적 여성성인 '아니마(Anima)'와 흡사한 것도 같아 흥미로웠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아펩이 움직이면 지진이 일어나고, 그와 세트(Set, Seth, 위의 그림 속 - 태양의 돛단배에서 - 아펩에게 창을 휘두르고 있는 인물)가 싸우면 폭풍우가 몰아친다고 생각했다(참조 : 세계 괴물 백과).
지진이나 폭풍우와 같은 강력한 자연 재해를 신들(또는 괴물들)의 힘이라고 믿었던 것은 이집트 신화, 그리스 신화 등 대부분의 신화에서 보이는 공통점 중 하나이다.
일테면 화산 폭발이 괴물 키메라(키마이라)의 힘 때문이라고 믿었던 고대 그리스 신화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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