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이한 이야기, 신화, 전설, 민담

✔기이한 이야기, 유인수(어우야담, 誘人獸, 한국의 괴물, 전설, 민담, 야담, 웅덩이 속 괴물, 닉세, 라 요로나, 물귀신, 집단 무의식, 수살귀, 물에 대한 근원적 공포)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4. 5. 31.
728x90
반응형
728x170

 

 

 

 

 

 

◆ 저번  시간에는 유몽인의 야담집 《어우야담》에 등장하며 금강산에 서식한다고 전해지는 괴물, 금강야차에 대해 알아보았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란다.

 

 

2024.04.15 - [기이한 이야기, 신화, 전설, 민담] - ✔기이한 이야기, 금강야차(한국의 괴물, 전설, 어우야담, 야차, 야크샤, Cryptid, 크립티드, 귀자모신, 금강야차명왕, 쿠베라, 털북숭이 괴물, 설인, 예티, 빅풋, 사스콰치, 산속의 괴물)

 

✔기이한 이야기, 금강야차(한국의 괴물, 전설, 어우야담, 야차, 야크샤, Cryptid, 크립티드, 귀자모

◆ 저번 시간에는 한국의 인어 전설(비구니 낭간, 어우야담, 자산어보)에 대해 알아보았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란다. 2024.01.30 - [기이한 이야기, 신화, 전설, 민담] - ✔

narrare3.tistory.com

 

 

 

 

1. 사람을 꾀는 괴물

 

 

유인수(誘人獸)는 말 그대로 '사람을 꾀어내는 짐승'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역시 유몽인의 *야담집 《어우야담(於于野譚)》에 등장한다. 

 

✅ 야담(野談)이란 정사(正史)가 아닌 야사(野史)를 바탕으로 흥미롭게 꾸민 이야기(항간에 떠도는 이야기, 가설 등)이며, 수필 문학의 형태를 띤다. 

 

* 참조 : [위키 백과] 야담

 

 

 

 

사람을 얼마나 잘 현혹시키면 이름 자체가 '사람을 꾀어내는 짐승'일까.

 

《어우야담》속 유인수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자. 내용은 원문 그대로가 아닌 각색하거나 정리한 것임을 먼저 밝힌다.

 

 

💬 충청도 연산의 한 평야에 넓이나 깊이가 그리 크지 않은 웅덩이 하나가 있었다.

웅덩이 속 가운데에는 작은 구멍이 있었는데 바로 여기에 머물며 사람을 꾀어 안으로 들어가는 괴물이 있었다. 

괴물은 그 근처를 지나는 사람에게 일종의 환각을 보여주었는데, 그 대상이 남자이면 (자신을) 여자로 보이게 하였고, 여자이면 (자신을) 남자로 보이게 하여 꾀어냈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을 백발노인의 모습으로도 보이게 했는데, 이렇게 꾀어낸 사람들이 웅덩이 근처로 들어오면 스스로 빠져 죽게 만들었다.

 

 

728x90

 

 

 

참고로, 충청도 연산은 어우야담을 지은 유몽인의 별장이 있었던 곳으로, 현재의 충남 논산에 해당하는 옛 지명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웅덩이 속 괴물은 환각을 보여주어 사람을 홀린 다음 스스로 빠져 죽게 만드는 일종의 물귀신 같은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데, (홀리기로 마음먹은 사람에 따라) 스스로 남자 또는 여자, 혹은 백발노인의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다니 내가 수영을 전혀 못하면 또 모를까, 수영을 할 줄 아는 웬만한 사람은 웅덩이에 뛰어들지 않고는 못 배길만 하지 않은가.

 

계속해서 웅덩이 속 괴물에게 당한 사례를 살펴보자.

 

 

💬 한 스님이 웅덩이를 지나다가 들어가서 나오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살펴보니 웅덩이 구멍에 몸이 절반쯤 들어가 죽은지 오래였다.

또 마을의 한 어린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수영하다가 웅덩이에 들어갔는데 역시 오래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친구들이 이를 부모에게 알리고 급히 꺼냈다.

발견 당시 아이의 머리가 구멍에 박혀 죽은 듯 했지만 땅 위에 눕히자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숨을 쉬었다. 아이가 정신을 차린 후 이유를 물으니 '백발노인이 버드나무 숲 아래에 있다가 자신을 꾀어서 따라 들어갔다. 애초에 물이 있는 줄도 몰랐다'라고 하였다.

 

 

 

첫 번째 사례는 웅덩이를 지나던 스님이 당한 사고이다. 어쩌면 유인수가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외쳤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사례는 어린아이가 웅덩이에 빠져 죽을 뻔한 사건인데, 아이의 진술에 따르면 '백발노인이 자신을 꾀어서 따라 들어갔고, 애초에 물이 있는 줄도 몰랐다'라고 한다. 

 

애초에 물이 있는 줄도 몰랐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환각(또는 변신)을 보여주는 유인수의 힘이 개개인에 따라 정말로 다양하고 디테일할 뿐더러, 인간의 취약한 부분을 잘 파고 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어우야담》에서 유몽인은 유인수가 늙은 자라가 변한 것이라느니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였으나, 그 정체나 본모습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가 없다. 

 

 

 

2. 수살귀, 수사귀, 그리고 세계의 전설

 

 

유인수는 많은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흔히 '물귀신'이라고 부르는 수살귀(水殺鬼) 혹은 수사귀(水死鬼)와 흡사하다.

 

사람들을 물속으로 끌어들여 익사하게 만드는 수살귀 혹은 수사귀에 대한 괴담이나 전설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며, 이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근원적이고 무의식적인 공포 중 하나인 물에 대한 공포가 강력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게르만 신화에 등장하는 물귀신의 일종인 닉세(Nixe) 또는 닉스(Nix)는 나룻배나 백마 등의 형태로 변신해 주로 아이들을 꾄다고 하는데, 이는 《어우야담》속 유인수의 내용과 비슷하다.

 

 

300x250

 

 

테오도르 키텔센이 그린 닉세(1904년). 출처 위키 백과

 

 

 

 

또한 중남미(멕시코)의 전설 중 '라 요로나(La Llorona : 우는 여인이라는 뜻)'는 여러 버전의 내용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한 남편 또는 예비 남편에게 실망한 나머지 아이들을 익사시키고, 자신도 따라서 물에 빠져 죽은 여자가 원귀가 되어 그 주변을 배회하며 아이들을 해친다고 하는 이야기가 골자이다.

 

이 전설이 생긴 시대를 보통 스페인이 멕시코를 정복하고 지배하던 16세기로 보는데, 그 이유는 '라 요로나'의 이야기 중 상당수가 스페인 남성과 멕시코 여성의 사랑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La Llorona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Ghost legend in Latin American folklore Statue of La Llorona on an island of Xochimilco, Mexico, 2015 La Llorona (Latin American Spanish: [la ʝoˈɾona]; 'the Crying Woman, the Wailer') is a vengeful ghost in Mexican

en.wikipedia.org

 

 

 

어쨌든 라 요로나 전설 또는 괴담은 후에 《요로나의 저주 The Curse of La Llorona, 2019》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괴담 속에서 물귀신은 보통 자신이 빠져 죽은 곳에서 산사람을 꾀어 물속으로 끌어들이는데, 이 유혹에서 간신히 살아 남은 사람들의 증언에 종종 '내가 물에 들어간 기억 자체가 없다'고 하는 점이 부연되고는 한다.

 

 

 

3. 물에 대한 근원적 공포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우리의 무의식(혹은 집단 무의식) 속에는 물에 대한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홍수나 범람과 같은 천재지변과도 관계가 있을 뿐더러, 수영 실력을 뽐내려고 무리하게 물속에 들어갔다가 급류나 여타의 이유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아이들을 강하게 훈계하려고 일정한 이야기의 형태를 만들었던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2021.01.26 - [이야기가 있는 정원, 성격심리] - ✔칼 융(Carl G. Jung)의 분석심리학①(프로이트와 칼 융, 프로이트와 융의 편지, 리비도, 심리유형론, 개인무의식, 집단무의식, 콤플렉스, 원형, 정신, 자기(Self), 만다라)

 

✔칼 융(Carl G. Jung)의 분석심리학①(프로이트와 칼 융, 프로이트와 융의 편지, 리비도, 심리유형

◆ 오늘부터는 칼 융(카를 구스타프 융, 1875~1961)이 제시한 분석심리학(Analytical Psychology)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1. 분석심리학의 등장배경 : 때는 20세기 초인 1903년, 스위스의 부르그홀츨

narrare3.tistory.com

 

 

 

실제로 연못은 눈으로 보아서는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강이나 하천 또한 중간 중간에 존재하는 바위들로 인해 유속이 빨라지는 구간(소용돌이)이 있어서 위험하다.

 

물귀신의 전설 또는 괴담을 일컬어 '흑화된 물의 정령 이야기'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물속에 함부로 발을 들이지 말라는 경고가, 세월이 흐르면서 알아듣기 쉬운 괴물 이야기의 형태를 갖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반응형

 

 

2024.01.30 - [기이한 이야기, 신화, 전설, 민담] - ✔기이한 이야기, 한국의 인어 전설(비구니 낭간 설화, 죽향, 어우야담, 자산어보, 팔백 비구니 설화, 불로불사, 옥붕어, 신화, 민담, 세이렌, 듀공)

 

✔기이한 이야기, 한국의 인어 전설(비구니 낭간 설화, 죽향, 어우야담, 자산어보, 팔백 비구니

■ 바다로 나온 어부나 선원들을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홀려서 결국 바다에 뛰어들게 만든다는 서양 인어 전설의 원형인 세이렌. ✔기이한 이야기, 세이렌(괴담, The Sirens, 한국 인어 전설, 인어

narrare3.tistory.com

 

 

 

* 참조 : [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

[어우야담], 유몽인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