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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그림책

✔권윤덕 작가의 만희네 집(독서치료, 그림책 치료, 집이라는 공간, 상징성, 엄마 냄새, 할머니 냄새, 추억, 감각, 공필화, 수묵화)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1.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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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희네 집,

권윤덕,  1995년 초판,

길벗어린이 

 

 

1. 작가 권윤덕

 

 

1960년 경기도 오산 출생. 서울 여자 대학교 식품공학과,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광고디자인 학과를 졸업했다. 존 버닝햄, 앤서니 브라운 등 유명 해외작가의 동화들이 소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 무렵인 1995년 첫 작품 「만희네 집」을 출간했다.

중국 북경에서 공필화와 수묵화를 사사하고, 국내에서 불화 등을 사사한 작가의 그림체는 마치 현대적인(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세밀해지고 화려해지는 색감을 보여주는) 민화를 보는 듯한데,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것들 - 혹은 실제로도 사라지고 있는 것들 - 에 대한 애정, 그리고 길고 긴 이야기(특히 우리들의 삶)를 그림 속에 압축하여 보여준다는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른 작품으로는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 「시리동동 거미동동」,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일과 도구」, 「꽃할머니」 들이 있는데  작가는 현재까지도 옛 그림의 아름다움을 그림책 속에서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출처 및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

사진 출처 : 알라딘,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권윤덕, 2017

 

 

 

2. 「만희네 집」의 줄거리

 

 

 

좁은 연립에서 살다가 넓은 마당이 있는 외할머니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만희네. (만희가 새로 이사 온) 만희네 집은 동네에서 나무와 꽃이 가장 많은 집이고, 그와 더불어 옛날부터 쓰던 물건도 많다. 

강아지들이 가장 들어오고 싶어하는 공간인 부엌에는 맛있는 냄새와 이야기 소리가 있고, 장독대에는 된장, 고추장, 간장 항아리 등이 있다. 만희의 방은 마루에서 오른쪽인데, 만희가 놀 때면 마루까지 만희의 방이 된다.

그런가하면 목욕탕에서 아빠는 비누거품으로 공룡 발톱을 만들어 보이고, 옥상엔 할아버지가 가꾸는 채소밭이 있다. 아빠의 방에서는 책 냄새가 나고, 이불에서 나는 햇빛 냄새는 엄마 냄새만큼이나 고소하다. 

만희를 따라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보다보면,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때가 묻은 물건과 집안의 구석구석 쓰임새를 알 수 있다. 

 

 

3. 공간에 깃들어 있는 우리들의 삶

 

 

 

■ 나팔꽃 덩굴이 만발한

만희네 집 담장.

 

 

만희네 집은 동네에서
나무와 꽃이 가장 많은 집입니다.
만희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개들은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만희를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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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공간인 안방.

자개로 장식된 장농과 화초,

그리고 세대에서

세대로 물려지는 

고풍스런 삶의 도구들이

존재한다.

 

 

안방에는 옛날부터 쓰던
물건이 많습니다.

할머니께서 쓰시는 가위는
증조할머니 때부터
쓰시던 가위입니다. 

 

 

 

 

된장 항아리, 고추장 항아리,
간장 항아리......
광 위의 장독대에는
여러 항아리가 있습니다.

 

앞 뜰 화단에는 접시꽃,
도라지, 해바라기, 

나래, 분꽃, 홍초, 옥잠화가
모여 삽니다.

봄에는 하얀 목련과
붉은 모란과 라일락도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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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들의 대부분은 아파트, 빌라, 원룸 또는 투룸 하는 하나의 (상대적으로 용적이 크고 층고가 높은)건물을 쪼개 각각의 독립된 공간으로 만든, 이른바 '집합 건물'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삶을 영위해가지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쯤에는, 낮은 담이 둘러처져 있고, 안방, 부엌, 광, 장독대, 뒤꼍, 그리고 화단 등의 다양한 공간으로 이루어진, 지금보다는 많은 수의 단독주택들이 존재했다. 

 

물론 지금도 거리를 걷다보면 간혹 단독주택들이 눈에 띄고는 하지만, 알고 보면 집의 일부를 개조해서 '세'를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진정한 의미에서 '혈연으로 이루어진 일가(一家)'만이 거주하는 곳은 아마도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어릴 적의 나도 자그마한 단독주택(입식부엌과 방 한 칸이 딸린 셋방살이도 해보았고, 상황 - 경제사정 - 에 따라 2층 집을 통째로 사용하기도 했고, 짧은 기간동안 소유하기도 했다)에서 대부분의 삶을 영위했으며, 성인이 되어 대도시로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아파트나 빌라에 살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중년인 나보다 조금은 높은 연배들, 일테면 50대 중반 이상의 분들은 아마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단독주택에서 태어나고 자랐을 것이며, '집'이라는 공간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우리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아침에 집이라는 공간에서 눈을 뜬다. 그리고 집에서 눈을 뜨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벌이'로 하루를 시작하고, 다시 집이라는 공간으로 돌아와 몸을 누인다. 

 

우리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나를 위해 할당되거나 존재하는 어떤 현실적 건물일 뿐일까? 아니다.

 

지금 당장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상징성에 대해 떠올려보자. 

 

집은 우리가 거주하기 위해 장만해야 하는 독립공간일 뿐만 아니라, 다음 날을 살아가기 위한 휴식을 가져야 하는 곳, 나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는 곳, 즉 보편적으로 말해 나의 고단한 하루를 내려놓을 수 있는 따스함, 정겨움, 사랑 등의 정서가 녹아있는 느낌적인 느낌을 가진, 상징적인 공간이다.

 

또한 오래된 집에서는 그 집과 함께 삶을 영위한 사람들의 체취가 배어있는 물건들도 남아있다.

 

우리들이 어린 시절 자랐던 추억의 그 집을 떠올릴 때, 우리는 단순히 그 시절의 사건만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세월의 흔적 속에는 생명을 가진 자들이 엮어내는 생활의 냄새가 그대로 남아있다.

 

할머니 냄새(목소리), 엄마 냄새(목소리)... 이것은 우리들의 그리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정서다.

 

세월이 흘러 복잡하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우리들의 추억은 추억만으로 오지 않는다.

 

반드시 우리들의 기억에 각인되고 명명된, 어떤 감각을 함께 동반한다.

 

 

💬 "집이란 공간은 쉼을 상징하고, 그 공간에 머무는 우리는 따스함, 정겨움, 사랑 등의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건 보편적으로 갖는 집에 대한 느낌이다. 실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각자가 느끼는 집이란 공간은 어떤 곳인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시대가 변하면서 한곳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20년, 10년은 고사하고 5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집이란 공간이 자꾸 바뀌는 바람에 사람들의 머릿 속에 '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곳이 많아졌다.

따라서 만희네 집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은 어느 시기 어느 곳에 있던 집인지, 그 집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 출처 : [그림책과 함께 하는 시공관 독서치료],

공간성에 따른 그림책, 조난영, p. 83

 

 

 

예를 들어 어떤 집에서 사는 동안 층간소음에 시달렸거나, 함께 사는 가족들과의 불화가 심했던 사람에게 '집'에 대한 기억은 고통과 분노를 유발할 수 있고, 몇 년을 채우지 못했지만 어떤 집에서 사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따뜻하고 빛나는 추억을, 그 후로 평생 간직하며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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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나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되도록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을 것이며, (천체 망원경을 놓고 별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의 - 물론 안 될지도 모른다. 변태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까)옥상이 있고 낮은 담장이 둘러쳐진 자그마한 단독주택에 사는 것을 로망으로 간직하고 있다. 

 

나에게 집은 그러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아직 도달하지 못한 이상향 같은 것.

 

하지만 떠올리게 되면, 잠시라도 나는 평온하고 경이로운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당신에게 집은 어떠한 공간이었으며, 어떤 느낌을 갖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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