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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그림책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독서치료, 그림책 치료,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정서적 위로, 중년 남성, 아버지상, 부모와 자녀, 남성성과 여성성)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1.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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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교보문고

■ 고릴라「Gorilla」

 

앤서니 브라운

(Anthony Edward Tudor Browne)

 

비룡소, 2008

 

1. 작가 앤서니 브라운(앤터니 브라운, 1946~)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영국 요크셔 셰필드 태생의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Leeds College of Art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본래 화가를 지망했으나,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3년 동안 영국 맨체스터 왕립 병원에서 의학 전문 화가(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다. 

의학 전문 화가를 그만둔 후에는 Leeds College of Art에서 파트 타임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편으로, 연하장의 디자인을 제작하는 일도 병행한다. 1976년 마침내 그의 데뷔작이 세상에 나오는데, 그것은 「마법의 거울을 통해(거울 속으로, Through the magic mirror)」 였다.

1983년, 「고릴라」를 출판함으로써 그는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과 커트 매쉴러 상을 수상했고, 「동물원」으로 두 번째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한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앤서니 브라운은 사실적인 그림에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매우 유명한데, 그의 독특한 작품은 국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미술관에 간 윌리(2001)'와 '돼지책(2002)'은 외국의 번역 그림책으로서는 드물게도 2년 연속으로 문화관광부 추천 도서로 선정된 바가 있을 정도이다. 

2000년에는 그림책 작가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다. 

* 출처 및 참조 : [위키피디아], 앤서니 브라운,

[교보문고] 저자소개, 앤서니 브라운

 

2.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償)
케이트 그린어웨이(그리너웨이) 상(償)은 영국의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인 동명의 작가, Kate Greenaway(1846~1901)를 기리기 위해 1956년 제정되었는데, 영국의 도서관 협회(L.A.U.K)에서 어린이 그림책을 대상으로 수여한다.

◆ 케이트 그린어웨이(1846~1901) :
영국 화가 겸 그림책 작가. 평생 꽃과 어린이를 사랑하면서 그림책의 수준을 높였다. 1871년 첫 작품을 출판한 후 1877년 출판 디자이너이면서 목판 제작자인 E. 에번스와 만나 명작《창 밑에서》, 《메리골드가 피는 뜰》을 출판하였는데, 작품 속 소녀들이 입은 프릴과 리본으로 장식된 옷과 모자인 보닛은 책과 함께 18세기 아동복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그녀의 삽화는 패션전문사료로서의 가치도 매우 높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케이트 그리너웨이 [Kate Greenaway] (두산백과)

 

3. 고릴라의 줄거리

고릴라를 무척 좋아하는 한나는 고릴라에 대한 책도 읽고, 고릴라에 대한 비디오도 보고, 고릴라 그림도 그리고는 했지만, 진짜 고릴라를 본 적은 없는 아이다. 아빠랑 같이 동물원에 가기로 했는데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렇듯, 늘 바빠서 함께 가지 못한다. 

보고 싶은 진짜 고릴라 대신 한나가 자신의 생일날에 받은 선물은 고릴라 인형.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고릴라 인형은 살아있는 고릴라가 되고, 한나와 함께 동물원에도 가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잔디밭에서 춤도 춘다.

 

 

미안, 아빠는 바빠. 

나중에 얘기하자.

 

 

돌이켜보면, 나의 어린 시절에도 나의 부모는 늘 바빴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밤늦은 시간까지 필사적으로 일했지만 집안의 경제사정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

 

어린 아이였으니 자세한 사정까지야 알 수 없었겠지만, 언제부턴가 점점, '무엇을 먹고 싶다' 또는 '무엇을 갖고 싶다'고 부모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학교에 가면 몇몇 친구들이 필통이니 학용품들을 책상에 늘어놓고는 '이러저러한 것을 사달라고 했더니 부모님이 사주더라'고 자랑을 늘어놓는 것이 몹시 부러웠던 나머지, 나는 상상 속에서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부모로부터 '수월하게' 받는 것을 떠올리는 연습을 했고,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는 갖고 싶은 것들을 종이에 그리며 놀았다.

 

처음에 그 그림들은 내가 갖고 싶었던 장난감이나 초콜릿 캔디같은 구체적인 현물이었지만, 점차로 그것들은 내속에서 해체되고, 분해되고,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검고 축축한 원형질 같은 것이 되어, 마침내는 누가 보아도 그 의미를 알 수가 없는 추상이 되어버렸다. 

 

 

가난은 사람의 신경을 절로 날카롭게 만든다. 내가 그 자리에 있건 없건, 부모는 사소한 일로 다투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방에 가두어, 활자와 그림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고는 했다.

 

어린 아이라 해도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생활하게 되면 이것저것 필요한 것이 많아지는 법. 교과과정에 필요한 준비물들은 학교 앞 문방구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지만, 형편상 나는 도저히 부모에게 그런 것들을 사달라고 할 수가 없었고, 왜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느냐고 질책하는 선생에게 짐짓 멍청한 척을 하며 '까먹었어요'나 '샀는데 잃어버렸어요' 라는 거짓말을 둘러댔다. 덕분에 나는 학교에서 '사고뭉치'라거나 '적응을 잘 못하는 아이'가 되었다. 

 

어느 날, 나는 얼마 뒤 있을 운동회(체육대회) 달리기 예선에 우연하게 참가하게 되었다. 선생 몇 명과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부모님이 운동회에서 나를 지켜보며 목청껏 나를 응원해주는 것을 상상하며 필사적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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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힘은 실로 위대했다. 엄마가 나를 지켜봐 준다, 아빠가 나를 응원해준다, 찰나의 순간, 나는 행복했고, 빛났다.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결과는 2등. '참 잘했어요' 라는 도장을 손목에 받은 나는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엄마는 울고 있었다. 한껏 웅크린 채 어깨를 들썩이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엄마, 나 달리기에서 2등 했어. 운동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어'라는 말을 꿀꺽, 삼켰다. 목이 아파왔다. 그 길로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손목의 도장을 박박, 씻어냈다.

 

나는 무릎이 아파서 경기에 출전을 못하겠느니 어쩌니 핑계를 댔고, 선생은 아무렇지도 않는 얼굴로 내게 순위를 뺏긴 탓에 식식거리고 있는 '에이스'에게 그 자리를 넘겼다. 어쩌면 그 날의 나는, 엄마의 웃는 얼굴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천만금의 재산보다도 더 귀한 그것.

 

📝고릴라는 한나가 원하는 완벽한 아버지상이다. 슈퍼맨처럼 용감하고 식탁에 같이 앉아 음식을 먹고, 이야기 나누고, 부드럽고 자상한 모습이 반영되었다. 

그러나 현대를 살고 있는 아버지에게 이런 요구는 지나칠 수 있다. 경제적인 여유는 생겼을지언정 가족들과 함께 할 여유는 상대적으로 적어졌기 때문이다. 즉, 아버지와 자녀가 한 공간에 있다 해도 정서적 교류는 단절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정에서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주어진 역할이 있고, 자녀는 자녀로서의 요구와 역할이 있다. 역할과 역할 사이의 간격, 요구와 요구 사이의 간격이 클 때 갈등이 발생한다. 중년 남성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한나의 아빠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 출처 : [그림책과 함께 하는 시공관 독서치료], 시간성에 따른 그림책, p.63, 조난영

 

 

이 책의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은 실제로도 고릴라를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그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불어넣은 사람, 즉 그가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은 그의 아버지였다고 하는데, 아버지를 잃은 후 그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책 속에 등장하는 고릴라를 굳이 '남성'인 아버지로 한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이 말했듯 여성의 내면에는 남성성이, 남성에게는 여성성이 함께 공존한다. 한나에게 고릴라는 종종 정서적인 위로를 보내는 따뜻하고 든든한 어른, 때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주는 친구 같은 어른, 때론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그녀를 자애롭게 바라보는 엄마같은 어른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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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같은 아빠, 맛있는 요리도 곧잘 해주고 자녀의 정서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아빠들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아버지들이 표현에 있어서 서툰 것은 사실이다. 아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어쩌면, 그럴싸한 선물보다 진심어린 말 한 마디 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이였을 때, 그들은 내게 어떤 부모였고 어른이었나? 지금의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이고 어른일까?

 

*사진출처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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