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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봄 관련 짧은 시①(나태주 시인, 3월에 오는 눈, 어린 봄, 낯설게 하기, 역설, 은유, 비유,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봄이다 살아보자, 그것에 대해 쓰지 말고 바로 그것을 써라, 유치환, 깃발)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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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봄이 온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봄날을 보면 어느새 사라진다. 

 

봄은 짧기에 아름답고, 찰나이기에 더 오래도록 기억된다.

 

화사한 봄꽃들, 더없이 찬란하기에 눈물이 나고, 눈물없는 인생은 없기에, 우리는 봄처럼 짧은 미소를 짓는다.

 

우리들의 뺨을 스치고, 입술에 묻어나는 그 이름, 봄.

 

사람의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사람을 만나 실컷 넋두리를 늘어놓아도 좀처럼 개운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슬픔을 피한다고 슬픔이 없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나의 고통섞인 애원에, 말없이 함께 울어주는 그 사람처럼,

 

때로는 우리의 마음을 흐르는 눈물의 강을, 시어(詩語)로 씻어보내야 할 때가 있다.

 

 

오늘은 봄을 노래한 시, 또는 봄과 관련된 시 몇 편을 정리해 보았다.

 

 

 

 

 

 

3월에 오는 눈

눈이라도 3월에 오는 눈은
오면서 물이 되는 눈이다
어린 가지에
어린 뿌리에
눈물이 되어 젖는 눈이다
이제 늬들 차례야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물이 되며 속삭이는 눈이다.

- 나태주, 《3월에 오는 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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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봄

어린 봄은 나뭇가지 위에
새울음 속에

더 어린 봄은
내 마음 위에

오늘도 나는 너를 바라보며
이렇게 울먹이고만 있다.

- 나태주, 《어린 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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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는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 나태주, 《봄》, 전문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교보문고

나태주 시집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전국민의 애송시이며, 대한민국을 ‘풀꽃의 열풍’으로 몰아넣은 바가 있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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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는 간결하고 명료하다. 그리고 '여기와 지금'에 매우 충실하다.

 

개인적으로 시는 읽는 사람에게 지나친 혼동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되는 모호함(이른바 '낯설게 하기')도 좋지만, 지나친 관념이나 과도한 상징은 대중으로 하여금 시를 멀리하게 만드는 주요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물론 이것은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 시가 왜 필요한가? 왜 시를 읽어야 하는가? 어두워지고 더렵혀진 우리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 시가 필요한 것이다. 시는 마음의 빨래다(p. 120).

특수도 좋지만 더욱 좋은 것은 보편이다. 특수는 한 사람만 살리지만 보편은 여러 사람을 살린다. 정말로 좋은 특수는 보편에 이를 수 있는 특수여야 한다(p. 139)

가끔 나는 문학강연에서 '그것에 대해서 쓰지 말고 바로 그것을 쓰라'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것에 대해서 쓰는 것은 설명하는 것이고 서술하는 것이다. 묘사하는 방법을 가지고서도 모자란다. 그 너머를 써야 한다(p. 147).

* 나태주, 《봄이다, 살아보자》 중에서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나이기에, 그리고 동시에 평범한 독자인 나이기에, 보편성을 주장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론이야말로 대승적이라고 생각한다. 시가 똑똑한 사람들만의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나도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를 처음 제시한 쉬클로프스키의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것은 문학 속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라는 말에 찬성하며, 시 속에 리듬, 비유, 은유, 역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인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친숙한 유치환의 《깃발》이라는 시를 통해  '낯설게 하기' 또는 역설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해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純情)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도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 유치환, 《깃발》, 전문

 

 

푯대 끝에 매달려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 우리에겐 매우 익숙한 일상이고, 그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시인은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눈으로 이 익숙한 세계를 관찰하고 노래하며, 관객은 그 노랫말을 되뇌이며 그 절창(絕唱)에 마음이 움직인다('소리없는 아우성',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등등). 

 

즉, 시는 특수성을 가진 동시에 읽는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보편성을 동시에 지녀야,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다. 김춘수의 시가 그렇고 윤동주의 시가 그렇듯이. 

 

일테면 스냅사진 한 장에 붙은 어떤 제목이 주는 감동, 그리고 여운. 그것이면 충분하다. 

 

 

 

봄이다, 살아보자 - 교보문고

풀꽃 시인 나태주의 작고 소중한 발견들 | “문득 목이 마른 것이 우리의 삶, 세월은 인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손사래 치며 멀어질 뿐이지만…” 거대한 명제 앞에 소박한 소원, 여든을 앞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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